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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댁의 명절은...


BY fall827 2001-01-27

여기에다 이런 글을 올리면 님들한테 욕 얻어 먹을려나...여긴 분명 속상한 얘기만 하는 곳인데. 그래도 쓰고 싶다.
우리 시댁은 제사가 1년내내 없다. 동네에 몇발자국만 가면 큰집이 있지만 우린 거기가서 제사를 지내거나 그러진 않는다. 형님하고 아주버님이 그냥 한번정도 들르긴 하지만 옆집이니까 한번 가보는 것이다.(아주버님만 가시는 경우가 많다.) 다른 집안은 큰집으로 가서 다들 음식준비하고 같이 제사 지내지만 우린 그렇지 않은 것이다.그래서 편하다. 우린 음식도 많이 만들지 않는다. 제사가 없어도 먹을음식을 많이 하는 집도 많은데 우린 그렇지 않다. 반찬 몇가지만 하는데 그것도 시어머니께서 하신다. 우리보고 시키거나 그러시지 않는다. 그리고 내가 밑반찬 두세가지 해가고 형님은 갈비를 해오신다. 그래서 시댁에서 일을 하는 걸 줄인다.(형님의 제안)
우린 부침개도 안하고 잡채도 안한다. 형님이 하지 말자고 해서.나또한 너무 좋다. 그런 형님의 제안이.사실 앉아서 노는 시간이 많다. 우리 며느리들은.(형님하고 나,둘임)그래서 심심하다. 저녁먹고 밤이 되면 할일이 없어 TV보고,아님 술상을 차려서 식구들끼리만 모여서 이런저런 얘기하다가 늦게 자는 경우도 있고,일찍 자고 싶음 일찍 자고 그런다.시댁에서 이틀을 보내는데,남들처럼 명절증후군이 없다. 불편하고 힘든 건 없는데 그래도 빨리 집에 가고 싶은 건 왜일까?
우리 시부모님 잔소리 생전 안하신다. 시어머님도 이거 해라 저거 해라 그런 말씀도 없으시다.나 결혼 오래 되진 않았지만 어머님 성품이 워낙 그러신다. 다들 인정을 한다. 친정 갈 시간이 되면 붙잡거나 가진 말라고 하거나 그러 건 없으시다. 갈 사람은 빨리 가란다. 그리고 우리 어머님 청소하려고 청소기,걸레 들어도 며느리한테 하란 소리 없으시다. 그러나 내가 한다고는 한다.
그리고 밥상을 차리면 식구들이 한꺼번에 다 가져오라고 한다.물이며 뭐며...그래야 다같이 앉아서 먹는다고.그래야 부엌에 가질러 안간다고.우린 함께 다같이 앉아서 먹는다. 형님도 얼른 앉아서 먹으라고 하고.
이번 설에 잇었던 일중 하나.시누이가 만두를 하라고 전화가 왔단다.(하자고 한건지 하라고 한건지 모르지만) 아주버님이 받으셨는데 형님이 옆에서 뭐라고 말하니까 아주버님이 그러셨단다. 그냥 사서 먹으라고.결국은 안해먹었다. 떡국만 해먹었다. 만두는 손이 많이 가서 하기 싫단다. 그래도 우리가 해주는 대로 식구들은 먹는다. 이거 해먹자 저거 해먹자 그런 거 없어 편하다. 우리 시댁 정말 편하다. 가서 밥차리는 게 고작이고 놀다 온다. 이번 설에 시부모님이 세뱃돈을 5만원씩 형님하고 똑같이 주셨다. 어머님,우리 주려고 열흘동안 품앗이 하셨단다. 우린 바라지 않았는데. 난 시집을 잘갔다고 자부한다. 형님도 나하고 말도 많이 하고 서로 불편하게 안하고,시부모님도 잘해주시고,우리 신랑 내가 하자는 대로 다하고,나 많이 이뻐해 주고 시댁형제들 누구 하나 폐끼치는 사람 없고,시동생 형수 어려워 할줄 알고.우리 같은 집안이 있을까 할정도로.신랑 친구 와이프들 말 들어봐도 우리 시댁같은 집없다. 나 같이 팔자 좋은사람(?) 없는 것같다. 이런 말 하면 나한테 뭐라 하는 님들도 있겠지? 하지만 사실은 사실이다.
중요한 건 우리 시부모님 형제들 똑같이,며느리 똑같이 대해주신다는 거다. 더 이쁜 자식이 잇게 마련인데 그렇지 않은 것이다. 신랑도 형님도 나도 다 느끼고 있고,신랑은 편애하면 안된다고 하고.결혼 예물때도 어머님이 형님하고 똑같이 해줘야 한다고 하면서 진주 세트를 해주셨다. 자랑아닌 자랑만 늘어놓앗군요. 죄송!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늦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