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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설날이 싫어요.


BY 설싫은녀 2001-01-28

나는 설이 싫어요.

허벌나게 밥하고 치우고 하는 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그동안 아끼고 살았던 것이 허탈해 질 정도로 돈을 써야 하니까요.
남편은 종가의 큰아들입니다. 그렇다고 손님이 많이 오는 것은 아니고
식구들끼리 해먹는데도 설 장보는데 30만원은 기본입니다.
게다가 아버님, 어머님 용돈에 어머님이 다니시는 절에 등값도 내야하고, 이번엔 삼재라나 해서 기도값도 내야한답니다.

시골에 다녀와서 가계부를 쓰다가 거의 90만원이 돈이 쓰인 것을 알고 너무 허탈했습니다.
우리 친정에는 신랑 몰래 5만원짜리 곶감 한상자를 배달시킨게 고작인데요.

왜 곶감을 선택했는지 아세요?
아주 슬픈 사연이 있답니다.
2년전 주말부부로 저는 지방에 있고 남편만 서울에 있었거든요.
평소에 처가집에 전화 한번 않는 남편이 선물이 집에 올 거니까 며칠동안 친정엄마를 집에 있게 했어요.
엄마는 남편 혼자 살아서 먹을 것도 없는 집에서 며칠동안 아침에 왔다 저녁에 가시는 일을 계속하셨구요.
어느 날 곶감이 들어왔답니다.
시댁엔 감이 많은 동네라 친정아버진 내심 곶감은 우리에게 주겠구나 싶으셨나봐요.
그런데 왠걸요.
먼저 시골에 가서 음식을 장만하고 있는데 신랑이 바리바리 들어온 선물을 몽땅 들고 오는 겁니다. 물론 곶감도요.
그래서 친정아버지가 굉장히 서운해 하셨다는 슬픈 사연입니다.

올해는 들어온 선물을 자기 형제들에게 적당히 나눠어 주더군요.
남편이 실직자가 아닌 것을 행운으로 생각해야지 생각해야지 해도 속에선 울화가 치밉니다.
우리나라에서 아들과 딸을 결혼시켜서 들어오는 수입이 90:5인데 누군들 아들을 선호하지 않겠습니까?

시어머닌 '너희는 잘 벌고 잘 먹고 살잖니' 하시며 우리가 돈 쓰는 것을 당연히 여기십니다.
이런 지경인데도 몇 달전에 신랑은 저축을 적게 했다고 통장을 찢고 난리를 떨었습니다. 그 돈이 다 어디로 갔는데요.
시집을 가니까 갑자기 바보 삼순이가 된 것 같습니다.
남들도 다 그런데 참고 살고들 있는 건지 나만 그런건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막 욕해도 되는지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