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868

남편의 생활


BY 아가 2001-02-22

우리 남편은 해외 출장이 많다.
한달에 반은 해외 출장이 있다.
비행기 타고 10시간이 넘는 곳들을 이리저리 다니고 돌아오면 얼굴이 반쪽이다.

우리 남편은 간이 좋지 않다.
그래서 술을 자제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네 회사 문화가 술을 자제할 수 없는 상황인거 같다.

일주일동안 해외 출장을 갔다가 파김치가 되어 새벽에 집에 도착한 남편.....가방을 내려놓고, 씻고 아침밥을 대충 챙겨먹고는 옷갈아 입고 회사로 출근을 했다.
그런데, 그날 무슨일로 회사에서 모임이 있단다.
술을 자제하려고 본인도 노력하지만, 마시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 있단다. 특히 상사가 낀 자리에서는 술을 거부할 수 없고, 계속 술을 마시지 않으면 마치 사회생활에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본단다.
그날 새벽 2시가 되어서야 들어왔다.

물론 술은 마셨지....그러나 조금만...
지쳐 쓰러져 자는 남편......

그 다음날 또 무슨 거래처에서 바이어가 왔다나....?
그날도 새벽 2시에 들어왔다.

그리곤 들어왔는데, 얼굴이 반쪽이다.
누워서 나를 가만히 안아주더니.....'나 거의 탈진이다...너무 힘들다.....'힘없이 중얼거리면서 금새 코를 고는 남편.

나 옆에 누웠는데, 눈물이 났다.
너무 불쌍해서.

그리고 그 다음날 새벽 또 출장 비행기를 탔다.

건강도 너무나 염려 스럽고, 경제상황이 좋지 않으니 몸만 더 피곤한 회사생활....그리고 무언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우리네 회사문화.

누워서 가만히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하고 너무나 속이 상했다.
사람하나...월급주고 진을 쏘옥 다 뽑아 먹는구나 싶고.
저러다 건강이 아주 안좋아 지면 어떡하나 걱정되고.

간이 좋지 않아서 특히나 요즘은 약을 먹고 있는데, 그 약을 2년동안 장복해야 한다고 한다.
일안하면 살 수 없으니...아파도, 몸이 피곤해도 출장가라면 출장가고 술먹자면 술먹어야 하는 남편.

새벽 2시가 넘어 들어와 잘 떠지지도 않는 눈을 부비며 비틀비틀 약통을 열고 약을 삼키는 남편이 너무나 불쌍해서 ..... 그리고 다음날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 출장간다고 서둘러 공항으로 움직이던 남편이 너무나 불쌍해서.....

피곤하면 들어가 쉬는게 정상 아닌가?
일주일 뺑이 돌고 돌아온 사람 연장 이틀 새벽까지 끌고 다니면서 술먹이는 회사문화 ....이거 문제 있는거 아닌가? 그렇게 해야만 동지의식 느끼고 사회생활 잘하는 사람으로 인정하는 우리 사회 ...문제 있는거 아닌가?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