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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신년점괘...


BY berval13 2001-02-25

해가 바뀌면 집안어른들 토정비결보러 많이 다니시잖아요.
오늘 우리 시어머니 점보러 다녀오셨다기에 전화를 드렸죠.
평소에도 안해도 될말 너무 솔직하게 털어놓으셔서 걱정인데
오늘도 별반 다르지 않더군요.
남편이 월급타다준게 벌써 몇년전인지. 이제껏 몇년째 혼자서
애기데리고 벌어먹고 있는데, 올해 점괘도 신통치 않대요.
남편이 일을 한다고 애는쓰는데 돈은 못벌고 손해만 본다고.
한마디로 하는일마다 되는일이 없다고... 또 저한테 둘째애기
소식이 있는데, 제대로 낳을지 별로 신통치 않다는
무시무시한 말까지 점쟁이 말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전하시는 우리 시어머니.. 그러면서 한마디 덧붙이더군요.
올해도 틀린것 같으니, 니 팔자려니 생각하고 참고 열심히
살아라. 자기 딸이 시집가서 몇년째 허덕대고 살아도 그런
소리가 나올까. 사위 월급이 적다고 속상해 할때는 언제고.

어른 말씀이니 곱게 들어야지 맘을 착하게 먹다가도
이럴때는 거짓말로라도 너희들 올해 괜찮다니까 애미가
조금만 더 고생해라 하면 작은 희망이라도 가질텐테.
아컴 아줌니들,
저 오늘은 참 속상하네요. 맘으로는 그까짓 점괘가 뭔데
하면서 잊고싶지만, 어머니의 솔직함이 오늘은 한없이
원망스럽습니다. 차라리 듣지를 말걸. 기운이 쑥 빠지네요.
늘 잠이 부족해서 친정가면 푹푹 쓰러져 자는 딸을 말없이
머리 쓰다듬어주며 지켜보시는 엄마보기가 너무 미안합니다.
제게 희망은 없는걸까요. 지금은 누군가의 위로가 그립습니다.
제게 힘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