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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을 치르고...


BY 미니 2001-03-19

시아버님이 돌아가셨어요.
좋은 분이셨죠.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저에게는...
전 시집온 지 이제 6년째...
언제나 다정하게 절 대해 주셨죠.
용돈 드릴 때마다 쑥스러워 하셨구...
물 한잔 달라는 말씀도 잘 못하시구...
제가 결혼하고 받아온 상장들은 손수 액자를 만들어
벽에 걸어두실 만큼 다감하셨죠.
저도 시아버지만큼은 참 좋아했구요.

물론 자식들은 다르죠.
아버지가 일찍 생업에서 손을 놓으시고 선비처럼 사신지라...
경제적으로 많이 쪼들렸고...
빚도 많이 지고... 사기도 많이 당하고...
시어머니 고생 많이 시키고... 그랬거든요.
평소 원망들도 많고 일상생활에서 아버지 많이 구박(?), 원망하고...
그랬거든요.
시아버지가 밥을 늦게 드시거든요.
둘러앉아 밥을 먹다 보면 다들 먹고 일어나 TV 보거나 둘러앉아 와글와글... 시아버지 다 드실 때까지 밥상머리 지키는 사람은 저 뿐이었어요.
참 무안했죠.

병원에 오래 다니시고 가시기 3개월 전부터는 입원하셨어요.
류마티스가 번져서 고생 많이 하시구요.
병간호는 시어머니와 6개월 전 새로 등장한 저의 윗동서
(저보다 12살이나 많은)가 담당했죠.
(미니---> 회사 다님)

암튼 갑자기 위독해져서 숨이 끊어지셨는데
저는 실감이 안 나더라구요.
그런데 모든 이들이 대성통곡...
특히 3개월간 병원에 다닌 새 동서는 거의 혼절하다시피 아버지를 쥐어뜯으며...
근데 저는 너무 담담했어요.
아무렇지도 않게 아버지 손도 잡아보고 멀뚱멀뚱 했지요.

아버지 영안실로 옮기구, 손님 맞구, 염하구, 화장터서 화장하구...
모든 과정이 다 첨이었어요. 참 느낀 바가 많았죠.
암튼 그 동안 저는 눈물이 한 방울도 나지 않았어요.
참 이상하죠?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순간순간 대성통곡하는 것을 바라만 보았죠.

지금까지도 그래요.
아버지가 세상에 없는게 참 이상하긴 한데...
분명히 화장하구 하얀 가루가 된 것까지 보았는데...
그냥 아무 느낌이 없어요.

근데 저 원래 잘 울거든요.
상가집 가도 그렇구.. 누가 아프단 소리만 들어두 눈물을 질질 짜는데...

왜 이번엔 눈물이 하나도 안 났을까요?
참 이상했어요.

글구 다 끝나구...
시어머니가 큰동서한테 이 집은 너 줄거다... 하시는 거 있죠?
기대도 안 했지만 기분 나빴어요.
언제는 큰동서가 과거가 있구 성질이 거칠다구 싫다구 하시더니...

암튼 상은 이번에 처음 치러봤는데...
너무 실감이 안 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