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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좋죠?


BY 답답한 아줌마 2001-04-02

저의 시어머니 역시 그리 편한 분은 못 되죠.
결혼하자마자 육순에, 환갑에, 진갑에 등등을 아주 근사하게 한번에 2-300씩 내 가면서 다 해드려야 했지요.
결혼해 얼마되지 않았기에 대들수도 없고, 내놓으라고 하시지 해야지요. 그런데, 나중엔 돈이 없다고 하자, 빚을 내라고 하시더군요.
다 그렇게 사는 거라고..........

그래요. 신혼 초엔 많이 울고 많이 싸웠습니다. 이제 결혼 8년째,
어느정도 이력도 나서 맞서기도 하죠.
하지만, 대부분 다 해드리는 편입니다. 남편이 특별한 효자라 둘째인데도 집안 대소사는 다 하고 다녀요. 제가 반대라도 하면, 저를 꾸짖지요.
그런데, 요즈음 어머니가 미건 의료기에 푸욱 빠져계세요.
홍보관에서 하는 내용을 줄줄 읊으시면서........
만병통치라고, 전 국민이 다 있어야한다고.....
때를 맞춰 남편의 고질병인 허리가 도져 치료중이 거든요. 때는 이때다 싶으졌는지. 꼭 사라고 날리세요.
물론, 돈에 여유가 있다면 당장이라도 사죠. 좋다는데.......
하지만, 지금 그럴 여유가 없다는 걸 어머니도 알고 계세요.
제 아들이 희귀병으로 작년에 수술을 받고 올해도 수술을 받아야 합니다. 또, 아들이 둘인데, 학원이며, 놀이방은 보내야죠. 계속되는 치료로 많은 의료비가 지출되어 장만했던 집의 융자금을 갚기가 막막해 친정 부모님의 도움으로 제 동생 장가가면 주려던 아파트에 임시로 와서 살며 조금씩 돈을 모으고 있는 형편인데..........
어디에서 돈이 나오겠어요.

어머니께 돈이 없다고 하니 할부로 하라고 하시더군요. 한달에 13만원 밖에 안 낸다고........
이 돈이 당신에겐 적은 돈인지 모르지만, 한 아이 한 달 놀이방 비인데......

남편의 허리가 중요하지 않느냐. 사람을 먼저 고쳐야 하지 않느냐.
돈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지 않느냐 하시며, 설득하려 하시지만 저는 답답하기만 합니다.
당장 여름 방학에 수술을 들어가야 하는데 그 수술비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을 아시면서 그런 말씀을 하실수 있는지.........

미건의료기가 그렇게 만병통치 치료기인가요?
그것만 사면 다 나을 수 있는 건가요.
힘들더라도 어머니 말씀대로 사야 하는 건가요? 남편을 위해서.......

모르겠어요.
남편도 중요하지만, 제겐 아이들이 더 눈에 밟히네요.
알뜰하게 살림하다보니 넉넉하게 해주지 못해 늘 미안한 아이들....
또, 제대로 치료하지 못할 시엔 불구가 될 수 도 있는 아이에게 더 신경이 쓰이고 돈을 빌릴 일이면, 아이를 위해 쓸일에 빌리겠어요.

하지만, 어머니께 당장 싫다고. 강력하게 말할 수 도 없네요.
남편은 어머니말엔 그야말로 하느님이니..........
저만 나쁜 사람 취급해요.
남편도 사랑하지 않는다고.........

또, 미건의료기가 저는 믿음이 가지 않아요.
근본적인 치료는 병원에 가야 할 것 같은데..
아이의 수술이 끝나면, 다음으로 남편의 허리도 큰 병원에 가 고쳐보려 하고 있는데.....
어머니는 그 돈이면 미건의료기를 사는게 더 낫다고 하시네요.
미건의료기는 평생쓰는 물건이고, 이거 하나면 낫는다고....

어쩌면 좋죠......
오늘도 아침부터 계속 떠드시네요.
빨리 사라고.........


조언 좀 해주세요.
어머니께 말씀 드릴 방법이나.
제가 해야할 행동 방향 등등을

너무나 답답해 못쓰는 글이지만, 써 봄니다.

긴 글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라도 쓰고 나니 조금 기분이 나아지는 것 같기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