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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처지 넘 많네요


BY 맏며느리 2001-04-25

우리 부부 연애할때
6대장손 귀한 아들 어쩌고 저쩌고 저거없으면 못산다고
없으면 죽을 것 같이 말하던 아들 정작 장가갈땐
집얻는데 보태줄 돈 없다고
(사실은 없으면서)
말로는 없어서가 아니라 살림 늘려가는 재미 알으라고
안 보태주는 거라고 하시면서 울 시엄니 하시는 말씀
"니 예단비 600만원 줄테니 그걸로 다이아 반지를 사든
집얻는데 보태든 알아서 하거라.
우리때는 숟가락 하나도 못 얻어서 나왔는데 시동생 시누이
다 데리고 살았고 그것도 단칸방에서 다 데리고 살았다.
젊어 고생 사서도 하니 단칸방 얻거라."
하시더군요.

우리친정서 보태고 빚내고 하여
400만원짜리 15평 방 두칸짜리 얻었습니다.
물론 제 예단비로 다이아는 커녕 예복도 안했죠.
어디 눈치보여서 하겠습니까
근데 울 엄니 당신 아들 양복이며 속옷 사줬냐고 전화 계속 오더군요.
화나서 한마디 했죠
"돈을 700만원이나 줬는데 했겠죠."
그랬더니
"남자가 뭘르 아노? 일일이 챙겨줘야 알지. 속옷은 새걸로 다 사줬나?"
내 참 기가 막혀서리..

어쨌건
단칸방 얻으라고 난리더니
어찌 어찌 방 두개짜리 얻었다고 하니
돈이 어디서 났는지는 묻지도 않고
30살짜리 시누 데리고 살라고 하더군요.
우리는 수원이고 시누는 서울서 공무원하는데
그나마 우리 시누 염치 있고 착해서
같이 살다가도 이나이 되면 나와야지 무슨 소리냐고 하더군요.
근데 미치겠는건
난 결혼당시 26이었고 울 시누 29이었는데(11월이었으니 곧 서른)
결혼시킬 생각은 안하고
그리고 울 신랑 총각때 자취했는데 서울에서 말입니다.
그때는 딸 아들 따로따로 방 얻어서 각자 자취하게끔 해놓고
갑자기 내 결혼하고 나니까
딸 혼자 자취하는거 걱정된다시며
신랑더러 너는 여동생 걱정도 안되냐고 난리시더군요.
도대체 울 시누 대학졸업하고 어릴땐 어떻게 혼자 자취시키다가
나이 서른 다 도니까 갑자기 걱정이 되는걸까요.

큰애 낳고 돌잔치할때 25평으로 이사를 했을땐데
대구서 올라오신 시부모님 대번에 하신 말씀
"여기 방도 이래 많은데 00 방하나 내 줄거 없나?"
소리지르시면서 대뜸 그러시데요.
그 당시 우리시누 나이 32이었는데
도대체 이게 말이 됩니까?

집얻을때 돈 십원도 안 보태주고
맏며느리라고 뭐하나 해준것도 없으면서
맏며느리 시집올때 시부모님 예단비 천만원 안들고 오는사람 아무도 못봤다고 하시면서, 있는집이 더하다고 하시더군요.
친정집 잘 사는거 보태준거 있슴까?
친정집은 딸 대학까지 시켜서
집얻는데 돈까지 보태서
살림 사서
차까지 가지고 가는데
비상금까지 돈 천만원 들려서
이정도면 되었지
얼마나 더 바라는겁니까? 도대체

결혼 3년이 넘었지만
그당시 일은 아직도 분이 풀리질 않는군요.

해줄만큼 해주고 바라면 뭐라고 말도 안합니다.
도대체...

거기다가
얼마전엔 나하고 동갑내기 시동생까지..
대구서 중소기업 다니는게 안타까웠던 울 신랑
자기 다니던 회사 마침 자리가 하나있어
시동생 추천을 했더니 면접보고 합격이 되었네요.
잘 된 일이지만
전 당장 걱정부터 되더군요.
시누이도 안 데리고 산다고 전화할때마다 성화인데
시누이가 더 펄쩍 뛰면서 싫다는데도 매번 나한테 눈치주는데
막내에다가 남잔데 혼자 있게 하지도 않을거고..
근데
기숙사 시설이 워낙 잘 되어있고 친구 사귀기도 좋고해서
속으로 기숙사 가면 좋겠다 생각하고 있는데
울 시엄니 전화와서 한다는 소리
"00이 형수 힘들까봐 수원 못 가겠다고 하길래
내가 기숙사 가면 안되나 했다." 하시길래
웬일인가 싶어 우리 시엄니도 변했구나 생각하며
"어머님. 안그래도 기숙사 시설이 참 잘 되어있구요
2인 1실에 침대랑 책상까지 시설도 다 잘 되어있어서
도련님 오실때 몸만 오면 되게 되있습니다."
했더니 글쎄
아까 얘긴 저 떠볼려고 하신 말씀이신거 있죠.
제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내가 그래서 그랬다.
너거 형수 시동생 하나 있는거 그거 하나야 얼마든지 데리고 있는다 그랬다. 그 고생이야 얼마든지 해도 된다 그랬다." 하시더군요.

지금 제가 아들 딸 연년생 키우고 있는 중입니다.
아토피땜에 밤에는 번갈아가며 업고 베란다에 나가서 거의 반은 서서 재우다시피 하면서 내 자식이지만 버리고 도망가고 싶단 생각까지 할때가 많으면서 삽니다.
여기서
제가 왜 더 그런고생을 해도 되는건데요.
맏며느리로 시집올때
시부모님에 대한거 각오하고 왔슴다.
우리 부모님 생각하면
우리 올캐에게 바라는 마음처럼 나도 우리 시부모님께 늙고 병들면 잘해드려야지 생각도 했슴다.
근데

33살 시누가 내 차지이고
30살 시동생 기숙사까지 최신시설로 다 되어있는데
굳이 내 골탕 못먹여 안달난 사람처럼 그래야 되는건데요.

한마디만 더
울 시아버지
친정엄마 환갑땜에 친정가있는데도 빨리 손자 보고싶은 생각에
친정으로 전화 해대시고
점심먹고 출발하겠다 하면
한시간이 좀 넘는거리인데도
전화끊자 마자 대문밖에 나가서 주차할 자리 맡아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언니들 형부들 인사 다 하고 엄마 아버지 인사하고
한번오기도 힘든데 이것저것 챙겨주시는거 다 싣고하면
늦어지기 일순데
우리 도착하면 벌써 눈돌아가신 시아버지
대문밖에서 세시간이나 기다렸단 말씀 저녁 내도록 해대시면서
삐져 계십니다.
왜 나와계시냐구요, 글쎄.
전 친정 가서도 늘 가시방석입니다.

시댁 들어서자마자 애들 내려놓고 부엌부터 쫓아갑니다.
시어머니가 가게 하시느라 시댁 가면 늘 시아버지만 집에 계시니
백수 시아버진 안 그래도 심심하고 하는일 없으니 눈이 빠져라
자식들이랑 손주 보고 싶어서 못살던 차에
간다고 연락하면 전화끊기가 무섭게 시계만 쳐다보며 기다리시는겁니다.
수원서 애 둘 데리고
미친듯이 내려가서
부엌으로 곧바로 들어가서 냉장고 뒤져서 뭐 있는지 찾아서
식성 까다로운 시아버지 저녁부터 챙겨드려야합니다.

세시간 기다리다 삐진날
샤브샤브거리 사다가 엉덩이 한 번 못부치고 해드렸더니
생전처음 먹어보는거라며
"아이고 이제서야 마음이 쪼매 풀린다"하시는거 있죠.

진짜
내가 생각하던 시부모님은 이런 모습이 아니었는데
철없던 시절
다 우리 부모님 처럼 점잖고 상식적인분들만 생각하며
꼭 시부모님 모시고 사는 집으로 시집갈거라던 때도 있었죠.
애교 떨면서 시부모님께 사랑받으며 살거라며..

근데
우리 친정부모님도 우리 올캐한테는 시부모일거고
우리 시부모님도 우리 시누한테는 언젠가 친정부모가 되고...

모두들
이십몇년간 같이 살던 부모에게 익숙해져있다가
낯선 식구들이랑 살게 되니
다른것도 많고 익숙하지가 않아서 그렇겠죠?

하물며
살 맞대고 사는 신랑이랑도
얼마나 많이 싸워야 그나마 몇년만에 겨우 적응이 되잖아요.

여하간 해답없는 문젭니다.
울 시아버지는 벌써부터
울 신랑 잘나가는 회사 그만두고
대구내려와서 다 같이 살자고 노래를 하시는구만

걱정이여.걱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