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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다스려야 하는데....


BY 명상 2001-04-26

제 남편은 기업체의 주재원으로 남편따라 이 나라에 온지, 1년이 다 되어가네요.

회사의 일도 어렵게 돌아가는거 같고, 또 남편이 맡은 일이 잘 안되나봐요. 그러니, 퇴근시간도 굉장히 늦고, 출장도 너무 잦아요.
한달에 반은 출장이고, 그래서 집을 비워야 하고, 또 한국에서 출장 오시는 분들이 많으니까, 남편 얼굴 보기가 힘드네요.

일이 잘 안되니까, 본사에서 스트레스도 좀 주는거 같고, 본인도 스트레스를 엄청 받아요.
문제는 발령나서 나오고 바로 일이 잘 안되니까, 남편의 능력을 의심받을까봐 걱정도 되고...

이런 남편을 잘 챙겨야겠고, 집에 오면 편안하게 쉬게 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은 굴뚝같은데, 제가 너무 힘들어서요.
말도 안통하는 나라에 온지, 1년도 안되었고, 적응도 안되었는데, 남편이 출장으로 집을 자주 비우니까, 마음도 잡히지 않고...
자꾸 우울해지고, 또 남편이 힘들어하는걸 보면, 남편이상으로 제가 과민하게 걱정을 하는거 같아요.
일이 잘못되면 어떻게 하나....싶고, 마음이 졸여지고..
그러니 더 살맛이 안나지요.

마음을 다스려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되네요.
혼자 있는 시간도 너무 무료하고, 원래 사람을 잘 사귀지 못하기도 하지만, 이곳엔 한국사람도 없어요.
낯선 나라, 낯선 사람들....말도 안되고, 아직 문화도 잘 모르겠고, 힘드네요..정말.
그러니 남편만 바라보고 있는 저자신도 초라하게 느껴지고, 힘든남편 힘들게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점점더 절 힘들게 만들고...

게다가 어느날 남편의 일기를 몰래 보게 되었는데, 남편이 회사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이 낱낱이 써 있더군요. 그날 남편이 너무 불쌍해서 밤에 혼자 엉엉 울었어요.
그다음부터는 더 염려스럽고...때론 남편 눈치도 보이고.

남편도 힘들겠지만, 이젠 제가 이 생활을 잘 견디지 못하겠으니 어쩌면 좋을까요.
남편 출장가면, 입 꽉 다물고 며칠을 혼자 지냅니다.
못견디겠으면 한국에 있는 친정에 전화 걸고...원래 몸도 좋지 않았지만, 이 곳에 온뒤로, 건강도 더 안좋아져서..섣불리 어딜 돌아다니지도 못하고.....자신감을 점점 잃어가고 있어요.

그러니, 신경만 날카로와지고, 남편에게 잘해야지...하면서도 저도 모르게 짜증을 내게되고, 그러고 나면, 남편에게 미안하고, 저자신이 밉고....

내 앞가름 내가 똑부러지게 하고 싶은데, 내가 이 상황에서 너무 큰욕심을 부리는건지...아니면, 시간이 더 흐르도록 이상태대로 지켜봐야 하는건지도 잘 모르겠고...

이 상황이 너무나 싫습니다.
힘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