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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쓰는 편지...


BY 어린아줌마 2001-05-03

사랑하는 옥아..요즘 어떻게 지내니?...
나 사는게 바빠서 요즘은 널 돌아볼 여유가 없구나...
나는 요즘 삶에 지쳐간단다..그래서 하루에도 열번씩 마음을 먹지...안되면 그땐 그만하면 된다고...사실 그래..사랑하기에 결혼했지만 아무리 사랑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부분들이 있어...우리신랑..내가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지. 우리 시어머니 시댁식구들..모두들 이해가 안돼..그나마 요즘은 신랑에 대한 사랑도 지쳐만 간다... 우리 시어머니와 오빠의 사이..어느때는 나보다 더 부부같아.. 서로에 대한 집착이 대단하거든..어머니 언제나 필요할때면 아들을 불러내리지..월차나 연차를 쓰는것이 쉽다고 생각하셔..왜냐면 오빠가 늘 그것을 받아들이거든...식목일전에는 나무 심으라고 월차를 쓰라시더구나. 오빠는 집에 다녀오면 늘 늦게 와서 나는 살림하기가 힘들고 오빠는 다음날 회사가기가 힘들어. 근태는 당연히 제로야. 지각에 한달에 월차를 수없이 쓰니까...그래도 어머니는 회사가 오빠없으면 안돌아간다는 생각을 해. 그런 어머니 짜증스러우면서도 다 받아주는 오빠. 오빠는 몰라 그것때문에 자신의 부인은 정작 웃음을 잃어간다는거...어머니는 자식돈 쓰는거 너무 당연하게 생각해. 그래서 돈관리도 명목상 나일뿐 둘이서 알아서 관리하지.. 내가 이집안에서의 역할은 그저 오빠의 명목상 아내일뿐이야...가끔은 상의도 하지. 다른사람한테는 상의한다고 하고...사실 그건 명령이야. "해야겠다"라는...
얼마전에는 믹서기를 샀어..내가 얼마나 좋아했는지 몰라. 우리집 살림이 없으니까..근데 아버지가 식사를 못하셨어. 사골을 샀어. 시댁에 가려고 짐을 싸는데 아버지 식사 못하신다고 선식을 싸래. 그래서 쌌어. 그러더니 믹서기도 싸라는거야. 시댁에 믹서기가 없냐구?..있지. 그것은 갈아서 컵에 따라 먹어야 하는거고 이건 그냥 갈아서 그용기채로 먹을수 있거든..그깟 믹서기 때문이 아냐..그렇게까지 병적인 그 집착을 이해할 수가 없어..
결혼4개월째...첫달은 아버지 모시고 살고..또 한달은 아버지 입원하시고..또 한달은 정신이 온전치 못한 시누이를 거둬야 하지. 이건 거의 명령이야...하~~~ 죽고 싶어...아니 행복하게 살고싶어..왜 결혼했을까?...
어머니는 오빠가 있는데서 얼마나 잘해주는지 몰라. 하지만 돌아서면 사실은 자신이 원하는데로 나를 부리지... 먹다남은 국..애초에 묻질말지..먹으라더니..나중에는 개줘도 된다고 하고..
나는 과연 누구와 결혼했을까?...누구의 아내일까?...
이대로 딱 2년만 버틸거야...달라지지 않으면 그만하겠어...
서울에서의 우리결혼생활 앞으로 어떻게 될까?..나는 자신없어...우리가 헤어진다면 그건 오빠가 자초한 일이야....
앞으로 우리 결혼생활이 힘겨워도 그건 어머니와 오빠가 만든 일이야...
요즘은 가끔 생각해. 왜그리 시누이가 어머니와 오빠를 미워하는지...
결혼하고나니..그 관계가 눈에 보여....병적인 집착들이...
내나이 스물 셋. 나이차가 10살이나 나는 집에 시집와서 80이나되신 할아버지같은 아버지와 70이나 되신 할머니같은 어머니..그리고 정신질환으로 폭력적인 두 동생을 나는 감당할 수가 없다..
남편과 어머니가 변화되지 않는다면... 이젠 정말 그만하고 싶어...설혹 그렇더라도...나를 너무 몰아세우지 마렴...너만은 최선을 다했다고..어머니가 너무한거라 얘기해주렴.....
오늘은 너무 속상해..어머니와 오빠가 합의된 상태에서 통고를 받으니..거기에 명목은 상의라는것이....
내가 어찌해야할지 모르겠어...넋두리만 했다...
이해해주고...내가 너 사랑하는거 알지?...
그래 잘있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