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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오늘 이혼하러 갑니다.


BY 예비 이혼녀 2001-05-04

이혼하러 가는 아침
화장을 하다 말고 컴에 앉았습니다.
늘 대형사고를 치는 우리 신랑
지난 월요일에 외도를 하였습니다.
그러고는 무지 큰소리를 치더만요.
더 이상은 살 수가 없었습니다.
어제는 확 돌아버릴 거 같아, 이혼 안해주면 회사고,
본가 식구들에게도 개망신을 시키겠노라고 하자
순순히 응하더군요.
다들 그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선한 사람,
세상 남자들 모두 외도해도 그 사람은 아닐꺼라 생각합니다.
저는 그 사람이 그렇게 앙큼하다는 걸 알면서도
혼자 가슴앓이만 했었습니다.
이제 더는 그 사람을 두고 볼 수가 없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이번에도 용서해 주리라 믿었는지
첨에는 화도 내고, 눈물도 흘리고 온갖 쇼를 다 하더니
이젠 정말 끝이구나 싶은지 모든 거 포기하고
쿨쿨 자누만요.
연애 10년, 결혼생활7년- 그동안 어린아이같이 사고만 치던
그를 늘 용서했던 제 자신이 밉습니다.
좀 더 세게 나갔어야 했는데...
시댁 식구들도 설마 너가 이혼하랴 하는 식으로
전화 한 통 없구만요.

비가 오네요.
누구나 부러워했던(외관상으로만)
우리의 화려했던 애정의 시간들을 뒤로 하고 저는 법원으로
향합니다.
아빠를 넘 좋아하는 세살난 울딸과 함께 꿋꿋하게 살아가야지요.
실감이 안 나네요.
법원에서 도장을 찍고 돌아서야 믿어질 것 같습니다.
아기같은 우리 남편 도망가지나 않을까
아니, 그런 그를 다시 또 용서하지나 않을까 두려워하며
발걸음을 재촉해야겠습니다.
누가 저에게 위로의 말을 해 줄 이 없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