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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하루 남았습니다


BY 비 2001-05-04

오늘은 날이 무척 흐립니다
제 개인적으로 이런 날을 좋아합니다 분위기가 나니까요
지금 상황에서 분위기 어쩌구 하니까 좀 우습긴 하지만..
그래도 결정을 하고 나니 맘이 차분한게 나쁘진 않군요
내일이 아가씨 결혼 하는 날입니다
어떤 표정으로 아가씨 결혼을 축하해줘야 할지.. 눈조차 마주치지
않고 지내는 남편과 어떤 모습으로 동행을 해야할지..
그래도 내일이면 어떤 해결이든 볼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이대로 몇주를 더 보내라고 한다면 전 아마 병이 나서 견디지 못할겁니다.
남편이 내게 남긴 글은 정말 큰 상처가 되었습니다
몇날 며칠을 생각하고 이해하려고 해도 남편의 비난을 받아들이기에
제 자신이 불쌍하여 인정할 수가 없습니다
전 시어머니 인생을 책임지고자 결혼 한게 아닙니다
그러나 저희 남편은 제가 어머니의 그간의 고생을 보상해주길 바라나
봅니다
저도 부족한 집안의 맏딸로 친정아버지 철없음으로 고생 많이 하신
친정엄마 위할 줄 아는 그런 딸입니다
그래도 저 하나 잘 살면 효도이려니 생각하며 남편이 처가에 무심해도
이해해주시려니 생각하고 제가 나서서 친정 부모 챙기고 마음씁니다
허나 남편은 시댁일로 조금만 싫은 내색을 보여도 세상에 이렇게
나쁜 며느리 없습니다
도통 배운것도 없고 저 잘난 맛에 사는줄 안다며 비난을 해댑니다
그래도 끝을 보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어떻게 한 결혼인데..
한국 남자들 거기서 거긴데.. 하며 좋은 기억들도 떠올려 봅니다
더구나 시댁식구들도 좋지 않은가 이래저래 마음을 추스려 보려고
하는데 결정적으로 혹!! 시아버님을 빼닮은건 아닐까?
나도 시어머니처럼 남편 미움받으며 한평생 눈치보며 살아야 하는건
아닌지? 결혼초부터 늘 같은 일로 같은 분위기로 싸웠는데 고쳐지지
않는다면 착한 며느리 착한 부인으로 날 포장해야 하는건가?
자신이 없습니다 자신이 먼저 화해할 줄 모르고 제 눈에서 눈물이
흐르건 맘을 아파하건 자신과 상관없다는 듯이 그런 저를 뭘 모르니
저러지 하며 탓을 하는 남편과 아무일 없다는 듯이 잘 살아볼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당장에 이혼하고 싶지만 우선 별거를 얘기해 볼 작정입니다
그간 살아온 정을 봐서라도 서로 떨어져서 생각해 볼 시간을 주어야
할 꺼 같아서..
무슨 얘기가 나오겠지요? 늘 제게서 사과를 받아내던 남편이었느나
이번엔 처음에 얘기했듯이 억울해서 그리는 못하겠습니다.
친정부모에게 불효를 하는거 같아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누나 행복해 보인다며 좋아하는 남동생이 눈에 밟힙니다
그래도 책임져야 할 아이는 없으니 불행중 다행이지요..
님들!! 제가 현명하게 처신할 수 있도록 힘을 주시겠어요
요며칠 이곳이 제겐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