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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제사가 시작되었다...후기


BY 후회녀 2001-05-05

님들의 리플을 읽고 며칠동안 정말 고민많이 했습니다.
시댁에서 제사지내고 올라와 이것저것 생각하다 이렇게 씁니다.

어제 아침부터 시엄니와 저, 오전엔 전부치고 튀김하고
점심먹고 닭찌고, 조지찌고 나물 묻히고,
저녁먹고 탕국 끓이고 제사밥준비하고 모든 준비가 끝나니
저녁 10시 30분....그때까지도 울 형님 오시지 않았죠.

제가 시댁가는 차안에서 남편에게 제사에 대해 나의 생각들,
그리고 리플달아주신 님들의 의견을 얘기하면서 왜 시댁의
제사일로 내가 윗동서와 아랫동서를 미워해야 하느냐고 따졌더니
울 신랑 미안해서인지 대답도 못하고 다만 내가 이해하고
묵묵히 일해주실 바라더군요.

일하면서 시어머니께도 심각하게는 하지 않았지만 형님은 왜
큰며느리가 다른 사람들한테는 다 잘하면서 집안일에는 항상
남인것 처럼 한번도 제사준비를 안하느냐고 말씀드리고,
또 동서는 내가형님 대접 받자고 하는것도 아닌데 수고한다는
전화한번이라도 했냐고 물으니까 동서가 저번에 어머니께
왜 제가 먼저 형님들께 전화해야 하느냐고 하더란다.

난 너무 속상했지만 우리시엄니 니동서가 아무것도 모르니까
이해하란다. 또 형님은 제사에 참석하는건 만으로도 고맙단다.
우리 시부모 내가 우리둘째 며느리보고 산다는 말씀만 듣고
아~ 내가 더 잘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나를 다스려왔는데.
난 우리 시엄니처럼 그리 성인군자가 못된다.

어제도 제사상 차리고 있는데 11시가 되어서 형님내외분이 오셨다.
그러면서 조카 밥안먹었다고 하니까 울 시엄니 나보고 조카 밥
차려주란다. 난 너무 화가나서 우리 신랑 배를 한대 때리고 배란다
로 나갔더니 신랑이 따라나오길래 "정말 형님 해도해도 너무한다
이시간에 오면서 조카밥도 안먹이고 또 안먹었으면 자기가 챙겨줘야지 제사상 차리다말고 내가 조카밥까지 다차려줘야하느냐"고 애꿎은 신랑?네 화를냈다.

그리고 안에 들어가 주방에 계시는 시엄니께 짜증을 부렸다.
"어머니는 왜 형님만오면 절절매냐구" 우리 시엄니말씀이
"아니다 내가 뭘...." ....우~ 지금생각해도 화가난다.

제사가 끝난후 우리형님 조카 어머니가 오늘 내일 데리고 있으라면서
제사밥만 먹고 아주버님께 올라가자구 졸라 온지 1시간만에 집에
돌아갔다. 따라나서는 아주버님이 더 미웠고 바보같았다.
근데 더 괘씸한건 동서가 전화왔는데 형님을 바꿔달라고 해서 거기다
대고 수고했다고 한다. 우리형님 뻔뻔하게 "다했다 신경쓰지마라"
이런 미친것들...

넘 화가나서 나도 집에가고 싶었지만 어질러놓은 일들이 장난이 아니다.이걸 시엄니 혼자 다치우려면 얼마나 힘들까 싶어 난 산더미같은
설겆이를 해가며 이를 갈았다.

더이상 아무말도 하기싫고 신랑하구도 말도 하기싫었다.
오늘 집에오는 차안에서 정말 많이 생각했다.
울착한 신랑 내눈치보며 말한마디 부치지 못했지만 신경쓰기 싫었다.

좀전에 울신랑 안쳐놓고 최후통첩을 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 시집온지 5년,형님이나 시어머니나 동서나 모든 사람들이 나만 참고 열심히 하면 변하겠지 싶었는데 내가 어리석
었다고 후회한다고 했다.

우리 아직 아기도 없으니까 얼마나 나를 더 부려먹을지 생각해봤냐고
우리 결혼전의 상태로 돌아가서 서로가 사랑하는 마음 변치않으면
연애한다는 생각으로 만나면 되지 않겠냐고 했다.
울 신랑 넘 착해서 시댁사람들한테 이렇다 저렇다 말 안하는 성격
내가 알기에 내가 지쳐 자기까지 미워하게 될까 두려우니 이혼하자고
했다.
안된다고 방방뛰길래 그럼 어쩔건데 내맘 알면서 자기는 풀수 있는
문제가 아니지 않냐고 했더니 시무룩해서 바람쐬러 나갔다.

이제껏 살면서 아기 없는 죄송한 맘에 열심히 돈벌며 시험관 시술하는
사람의 마음도 헤아려주지 못하는 사람들과 시댁식구라는 이유로
제가 참아가며 살아야할 이유가 됩니까?
불임원인도 남편인데 울 시댁 돈버려가며 시험관까지 해야하느냐고
하는데 왜이리 사람맘을 몰라줄까요?

제가 대들지 못하는 까닭은 시어른들이고 아주버님이고 평소에는 제게 잘해주기 때문인데...
아무말 안하고 다받아 주니까 나를 이용하는것 같아 이건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젠 어른노릇 형노릇하지 못하는 시댁식구들도 미워지려합니다.
저와 남편 서로가 너무 사랑하는데 이혼이 최선의 방법일까요?

올해 처음제사라 아직 많이 남았고 앞으로 그 식구들과 지내야
하는 시간이 몇십년이 남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럴때 의논하고픈 친정엄마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2년전에
하늘로 훨 ~ 훨 날아갔답니다.
난 아직 힘들고 모르는 일이 많이 남았는데 왜그리 빨리 갔는지!
지금 전 너무 슬프고 화가나지만 어디 하소연할데도 없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