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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내 편은.......


BY piggy000530 2001-05-08

어버이 날.
참으로 어려운 날이다. 특히나 시댁엔 마음보다 의무로 뭉친 가짜 효의 날인듯 싶다. 그래도 명색이 어버이 날인데, 그냥 넘어갈 수도 없고 해서 딸 들쳐안고 늦은 저녁에 `회`떠 놓고 식구들이 모였다.
참고로 우리 시댁식구들은 같은 동네에 모여 산다. 시누 넷 중 셋, 곧 장가 가는 아즈버님,시어머니, 도련님,도련님 여자친구까지......
요즘 우리 딸은 엄마가 바깥 일을 하는 바람에 남의 손에서 반 나절을 보낸다.
일 시작한 지 두 달이 조금 지났는데, 볼 때 마다 시어머니 애가 왜 이렇게 마르냐고, 엄마가 거두지 않아서 삐쩍 야윈다고 미운 소리만 주절주절. 아무리 `시`어머니 라지만 볼 때마다 해대는 소리에 미칠 지경이다. 가기가 싫다.
그래도 며느리라는 허울에 생각해서 신랑에게 가자고 했는데,어떻게들 맘이 통했는지, 자식들 모여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는 거다.
그래 학원 수업 마치고, 아이 찾아서 갔더니 들어서자 마자 아이가 왜 이리 마르냐고 성화시다. 엄마가 거두는 아이하고 다르다고 또 미운 소리,소리!
신랑이 뭐가 말랐냐고, 잘만 크고 있는데, 무슨 소리냐고 했더니만. 너네는 매일 봐서 모른다고, 애가 야위기만 하는데, 무슨 소리냐고 큰 소리시다.
속 상해도 어쩌겠는가? 난 소위 며느린데......
그러면서 우리 시누한테는 애들은 클려면 살이 빠지기도 하고 그러는거란다. 기도 안차!
시누한테는 우리 딸보다 두 달 빠른 아들이 있다. 어이없음.서글픔.
내가 어쩌자고 이런 집에 시집왔을꼬? 신랑하나보고 온 시집의 벽은 엄청난 환경의 다름. 한 동안 스트레스 속에서 헤어나질 못할 정도였다. 그로 인해 많이도 싸우고.
그러고 밥을 먹는데 우리 아즈버님, 또 한 소리.
"제수씨, 학원 그만 두시지요. 아이들 어릴 땐 엄마가 옆에서 있으면서 키워야지요. 애가 더 크면 그 때 일하면 되지 않아요."
그러면서 일장 늘어지는 이야기가 시작되고, 대꾸도 하기 싫어 난 그냥 묵묵부답. 계속되는 아즈버님의 이야기가 속상하고.......
그 때 우리 신랑 크게 한 마디!
"그만 좀 하라니깐."
일순 분위기는 썰렁~
속이 상할대로 상한 우리 부부.
그나마 아주 늦게 등장한 우리 도련님네 쌍.
11시가 다 되어 가는데도 여전히 느릿느릿 회를 음미하며....
대충 설겆이만 끝내니, 빨리 가자는 우리 신랑의 성화.
아주 기분만 망가진 하루의 끝.
속이 상했는지,맥주 한 병 사들고 온 신랑은 씹어대기 시작했다.
나 듣는데서 애가 야위었다든지 어쩐다든지 하지 말라고 했는데도 갈 때마다 그러는 당신네 식구들에 대한 원망과,그럼에도 불구하고, 쓸데없이 학원 그만두라는 얘기까지 꺼낸 아즈버님에 대한 화!
상처 받았을 나를 위해 당신 식구들이 했던 말들은 한 귀로 듣고 흘리라며 위로의 말을 건네는 신랑의 모습이 안쓰럽게 느껴졌다.
그래, 날 이렇게 비참하게 살게 하냐며 밉네 어쩌네 해도 그래도 내 편은 신랑뿐이네......
그래도 신랑네 엄마라고 생각코 피곤을 무릅쓰고 간건데, 고작 가서 서로 속만 상해서 들어오고..... 이렇게 형식이 되고만 어버이 날.
과연 내가 정말로 시어머니에 대한 애틋함으로 챙기게 될 어버이 날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