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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닦는 마음으로


BY 도닦자 2001-05-14

시댁이 바로 옆이다. 엎어지면 코 닿을만한 곳.
딱히 정해져 있는것은 아니지만 별일 없으면 주말에는 가 뵙는걸로 되어있다.
남편은 장남이며, 나는 직장에 다니고, 아들이 둘 있다.

사실 시댁에 간다고 해도 뭐 그렇게 크게 하는일은 없다.
그냥 저녁먹을때쯤 가서 식사준비나 도와드리고, 설겆이 하고 그러고 온다.
그래도 너무 가기가 싫다.
갔다오면 무슨 큰일이나 치룬것처럼 후련하긴 하지만, 가기전까지는 마음이 무겁다.
오늘은 무슨 핑계를 대서 못간다고 할까 머리를 굴린다.

그렇지만 어떤 핑계를 대고 안간다고 하더라도 마음이 불편하고,
좋지 않기때문에 그것도 그리 좋은 방법은 아니다.

당신이 제일로 똑똑한 줄 아시는 시어머니 잘난척하는것 들어드리는것도 피곤하고, 대놓고 얘기는 안하지만 은근슬쩍 내 행동들을 비난하시는것도 마음에 안든다.
그런 말씀에 말댓구 한마디 못하는 나의 상황도 짜증난다.
머리 속으로는 어머님 말씀에 대한 나의 생각, 반격, 비판들이 난무하는데, 한마디도 못하고 가만있는 나도 넘 싫다.

참다 참다 한번씩 댓구를 해 본적도 있다. 그런데 그 결과는 안하느니만 못했다.
괜히 내 처신만 어려워졌다.

어쩜 우리 시엄니는 당신의견에 반대하는걸 못참으실까.
어째서 당신의 생각만 옳고 그에 어긋나면 못마땅해 하실까.
항상 일방적인 충고와 가르침만이 있을뿐이다.
내 의견을 말할라치면 목소리가 커지면서 역정을 내신다.
내가 뭐 큰소리로 나쁘게 말하는것도 아니다, 아주 조심스럽게 말씀드리는데도 소용없다.
내말에 반박을 하시는데, 나도 그에 대한 반박의 말이 있다.
그렇지만 할 수가 없다. 그냥 꼬리를 내려야 한다.
험악한 분위기에서 내가 다시 반박을 하면 뭐가 되겠나.
시엄니와 싸울 수는 없지않은가.

그러고 나면 사과드리느것도 내 몫이고, 풀어드리는 것도 내몫이니 이제는 아예 가만있는다. 그게 상책이지. 그치만 속으로는 부글부글 끓는다.

똑같은 얘기 반복에 반복하시는 것도 질렸다.
내가 무슨 초등학생인줄 아나.

어른 말씀에 말대답하는건 나쁜건가?
내 생각을 말씀드리는게 버릇없는 행동인가?
왜 어째서 나는 며느리라는 이유때문에 일방적으로 당해야만 하는가.

어째서 우리 시엄니는 당신이 맛있으면 나도 맛있는게 당연하고,
당신이 편리하면 나도 편리한게 당연하다고 생각을 하실까?
이 세상 사람들의 취향이 다 다르다는걸 왜 인정을 못하실까?
이 세상 사람들의 가치관이 다 다르다는걸 왜 인정을 못하실까?

나보다 오래사셨으니 사는 지혜가 더 있으시다는데, 왜 그런건 인정이
안되실까.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가끔씩 시집간 아가씨가 와 있을때면 아가씨가 통쾌한 말을 해주곤 한다.
나는 못하는 얘기, 자기 오빠(우리 남편)한테도 하고, 시엄니한테도 한다.
딸이 얘기하면 뭐라 못하시더라.
으이구 이쁜 우리 아가씨.

어서빨리 도가 터서 시엄니 잔소리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릴수 있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