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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꼭 낳아야 합니까?


BY 딸가진 엄마 2001-05-15

결혼 3년째, 딸내미 하나 둔 엄마입니다.
울 신랑 홀어머니에 누이가 하나 있습니다.
울 시누는 딸내미가 둘있습니다.
그래서 저 임신하고 애기 낳을때 의사샘이 딸이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혹시나 혹시나 아들을 기대했습니다.
울시엄니 울시누 둘째딸내미도 못마땅해하셨으니까요.
연연생에 딸이라구....
그러니 울 딸내미는 어머니에게 셋째손녀나 다름없습니다.
그나마 친손녀인 관계로 많이 예뻐해주시지만 그래도 좀 아쉬우신가 봅니다.
전 시엄니를 이해합니다.
당신도 시누를 낳고 연연생으로 울남편을 낳았을때 그만큼 든든한게 없었고 힘들었지만 남들한테 유세가 대단했었다고 합니다.
저보고도 '아들만 낳아봐라 그 유세가 얼마나 대단한데...' 그러십니다.
나쁜뜻 없으시고 당신도 아들손주데리고 자랑도 하고 싶고 그러시겠지요.
결혼식이다 뭐다 가면 사람들이 '여기는 꽃밭이네...''공주들 뿐이가??' 하는말들.. 저도 듣기 싫은데 어미닌 오죽하시겠습니까?
시누는 이제 안 낳는다고 하지..오로지 희망이라고는 저밖에 없는데 전 둘째가 망설여집니다.
울 신랑은 2년이 넘게 초지일관으로 절대로 둘째는 없다고 합니다.
우리부부 노후대비에 하나있는 딸내미 키우기도 벅차답니다.
울 신랑은 꼼꼼한 편이라서 미래에 대한 계획을 저보다 더 치밀하게 계산하는 사람입니다.
그저 모자란 생각에 주위에서 하는 얘기 듣고 제가 '우리도 둘째 낳아야지?'하면 말잘하는 울 신랑 날 붙들고 열심히 설득합니다.
이러이러해서 절대 안된다고.
하도 설명을 잘 하니까 그럼 정말 안되겟구나 하고 그만 저도 동조를 하고 맙니다.
근데 일주일에 한번꼴로 많으면 두세번꼴로 보는 울 시엄니는 울신랑 없을때 아주 무섭게 저에게 아들 낳으라고 하십니다.
무섭게..
아들낳는 비법도 배우고 병원도 알아보고 약도 먹고 야무지게 계획해서 꼭 아들 낳도록 해야 한답니다.
똑똑하고 야무져야 아들을 낳을수 있다나....
전 모르겠습니다.
제 인생이고 제 자식인데 제가 이렇게 바보처럼 모르겠습니다.
울시엄니 나쁜분은 아니시지만 우리부부가 어떻게 사는지 냉장고 속까지 훤히 꿰뚫고 계시는 분이십니다.
혹시나 말 잘못하면 말꼬리 잡혀서 저 꼭 빌고 울어야 됩니다.
울신랑이랑 같이 있을땐 말해도 안먹히니까 저만 있을때 어김없이 으름장을 놓습니다.
남자맘은 여자하기 나름이고 금방 바뀐다고 생각하십니다.
울 신랑 어머니께 암만 얘기해도 울시엄니 한귀로 흘려보내고 만나면 그얘기 안하고 지나가는 날이 없습니다.
너희들 돈 없어서 못키우면 키워주시겠답니다.
경제력..없으십니다.
제가 결정을 내려야 되는데 참 어렵습니다.
혹시나 또 낳아서 딸이면 넷째손녀가 되는셈인데 그럼 또 낳아야 합니까?
울 친정 딸만 줄줄이라 울 엄마 맘 고생 무지 했습니다.
그래서 저더러 하나만 낳고 재밌게 살고 해줄거 다 해주고 살으랍니다.
나 참..
낳아도 걱정이고 안낳아도 걱정입니다.
혼란스럽습니다.
우유부단한 제가 참 한심합니다.
다른분들은 어떤가요?
그냥 알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