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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가 이렇게 해도 괜찮을까요?


BY 맏며느리 2001-05-15

이곳에 와보니 너무 착하신 며느리들만 가득하신것 같군요.
여러 님들의 글을 보고나니 막상 제가 요 며칠새 결심한것들에 대해
혹시 제가 비정상적인 며느리가 아닐까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결혼한지 3년된 충청도집안의 맏며느리입니다.
남편이랑 맞벌이하고 있구요, 시집에선 남편에 대한 기대가 참 크시죠. 어쩔땐 울 시부모 보통정도의 시부모는 되시는것 같은데..

선물,용돈 이런거 거절안하고 잘받으시고 용돈이나 선물을 아주 좋아하십니다. 비싸면 비쌀수록..
근데 받으시면서 고맙다는 말씀도 거의 안하세요. 해도 아들(제 남편)한테 고맙다고 하십니다.
아버지가 얼마나 버시는지는 모르겠는데 아주 여유있는 형편은 아니예요. 사업을 하시는데 그다지 잘되는것 같지는 않습니다.
부자로 살다가 빚보증때문에 생활이 어려워졌다더군요.
시어머니는 자기가 시집와서 십년이상을 부잣집며느리였던 기억에 아직도 자신이 그런 집안의 사람인줄로 아십니다. 시가쪽 친척이나 시어머니의 친구분들 대부분이 돈많고 사회적인 지위가 어느정도 되는 이들이 많아서 어머니도 그들한테 기가 죽기 싫은 모양이더군요. 그래서 돈은 없어도 자존심 빼면 시체일것 같은 분입니다.

그리고 하는말마다 "내친구는 아들이 박사인데 **재단 딸하고 결혼시키더라"
"작은집은 딸 결혼시킬때 집안살림만 얼마치 해갔다더라"
"친구딸 결혼식 갔는데 장인이 차관급이라더라"
솔직히.. 이런소리 지겹습니다.
어머니가 며느리감으로 전문직업인이나 부잣집딸을 아주 좋아하세요.
그도 그럴것이 맏아들(남편)이 유명대학교의 젊은교수입니다. 일가친척들 보면은 그런사람도 많구요. 그래서인지 사람 보는눈(?)도 아주 높으십니다.
우리 결혼할때 예단비나 혼수에 대해 어머니의 여우같으신(?) 이리저리 떠보는것 때문에 상당히 곤혼스러웠습니다. 우리집에서도 시집 기대치가 높다는것 알고 나름껏 해서 욕은 안먹었습니다.
그렇다고 좋은소리 하신것두 없구요.

선물이나 용돈도 그래서인지 고급스러운것,비싸것을 찾으시며 여간까다로우신게 아닙니다.
휴... 어쩔때 보면은 비싸고 고급스러운게 아니면 선물이라 생각을 안하시는것 같아요. 용돈드리는데 한번 거절도 안하고 냉큼 받으시는 시부모 보셨습니까? 드릴때마다 그러시대요.

제가 괜찮은 며느리는 아닌가봐요. 시부모님 저러시는거 짜증스럽고 이해가 안되요. 그래서 앞으로는 이해안되는건 그냥 무시하기로 했습니다.
내린 결론이 앞으로는 선물이나 용돈같은거 안하기로 했습니다.
제가 맏며느리이긴 하지만 며느리노릇 잘 못하기로 했습니다.

우리친정집은 자식한테 의존하고 이런거 없습니다. 오히려 아들 결혼하면 아파트한채는 사줘야지,딸결혼할때 예단은 얼만큼 해줘야지. 이런 생각하시는 아주 일반적인 분들인데 시부모님이 너무 비교가 됩니다. 시부모님은 말씀으로만 집사주고 땅사주고 다 하십니다. 실제론 아무것도 안해주시면서요.
용돈도 줬다가 도로 뺏어가는 식입니다.
누가 달라고도 안했건만 며느리쓰라고 용돈 줘놓고 몇시간도 채 안되서 "우리는 남들처럼 자식한테 용돈도 못받구..허참..." 이러십니다.
너무 이상하지 않아요?
말로만 공치사가 너무 대단한것도 짜증나더라구요. 나이도 환갑밖에 안되시면서...

그리고 기분상하는게 작은집며느리와 같이 있을때 작은집며느리한테는 좋은말씀도 많이 하십니다. 작은집며느리집에 가보시고 집이랑 살림이 그렇게 좋다고 야단이시더군요. 지금 우리사는집이랑 비슷한 집인데도 그집이 더 좋아보이시나봐요. 우리집(친정에서 얻어줬습니다) 처음와보시고는 집의 나쁜점만 얘기를 하시대요. 근데 다른 친척들이 오면 우리집이 훨 괜찮다고 하는데 말이예요. 우리 친정에서 얻어준것이라 마음에 안드시는지 어쩐건지... 누가 보면 작은집며느리가 자기며느리인것 같아 보일겁니다. 제앞에서 "그애는 참 맏며느리감같이 참하고 애가 무난하다"고 칭찬이 자자합니다.
작은집 며느리뿐 아니라 다른집 며느리를 보고도 칭찬을 잘도하십니다. 저는 울시어머니한테서 그런 칭찬한번 좋은 소리한번 들어본적이 없습니다.
이래저래 기분이 상하는군요.

명절도 앞으로는 설과 추석을 나눠서 공평하게 시댁과 친정에 가렵니다. 설에 시가에 가면 추석엔 친정에 가고요.
집안이 뒤집어질까요? 그래도 챙기는것은 양쪽 똑같이 할겁니다.
따지고보면 명절인데 나 낳아길러준 부모한테 한번 못간다는게 안될일인것 같습니다. 우리집딸들 다 결혼시키면 우리부모님은 명절이라고 집안도 썰렁하고 얼마나 적적하실까요.
그리고 명절때는 양쪽에 돈10만원 드릴겁니다. 명절때만 용돈 10만원 드릴겁니다.

제 생각이 너무 이상한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