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맏딸로 살기


BY 오빠없는 맏딸 2001-05-18

전화벨이 울리면 아버지 전화일까 두렵다.
오늘은 또 무슨 말씀을 장황히, 어떤 레파토리로 하시려나.

반대 의견은 절대 못 들어주시고, 가만히 듣고만 있으면,
"전화끊어진 줄 알았다. 끊어라." 하신다.
맞장구를 쳐 달란 얘기다.
나 또한 아닌데 그렇다고는 못하니 나로선 그냥 듣고만 있는것도
힘드는 일인데 말이다. 그리고 그 얘기라는 것이 뭔가 새로운 게
있어야 말이지. 한 얘기 또하고 또하고 술 드신 것도 아닌데..

또 있다.
전화 안 하고 짐에 오셨다가 그냥 가시면,
"니가 없어서 들어가지도 못하고 그냥 왔다. 어디를 그렇게 다니냐?"

누가 연락도 없이 오시랬나?
속상해도 어디가 대고 말할 수도 없다. 친정아버지 흉을 누구한테 보랴.

우리 아이들이 친정에 가도 아버지는 tv 프로그램도 양보 안하신다.
무엇이든지 당신은 백퍼센트 옳고 다른 사람이 다 나쁘다고 하시니까,
동물의 왕국이 교육에 좋지, 그깐 만화영화가 뭐가 좋으냐고 하신다.

당신은 어린이날때도 아무것도 안 해 주시면서
내가 아이들 옷사는 것까지 뭐라고 하시며, 나보고 아이들 차별없이
키우라 하신다.

내가 차별하나? 당신이 차별하지.
오죽하면 둘째딸이 어버이날 카네이션 만들어서 편지에
"할아버지, 저도 예뻐해 주세요." 했을까?

우리 사남매 키울때는 딸이라 어쩐다고 하시다니,
이제 남동생들이 삼십넘어 중반인데도, 매사 나더러 떠 넘기신다.
크거나 작거나 사사건건 나한테만 하소연이니, 나는 어쩌라고..

난 큰소리로 외치고 싶다.

"못 살겠다, 꾀꼬리!"

세상의 다른 집 맏따님들은 어떻게 사시나요?

나 같은 사람 또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