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646

감당하기가....


BY 풀잎 2001-05-19

속상한 분들이 많기도하구나...
이런 무심한 생각으로 글을 읽기만 했는데...
지금은 사무실인데 눈물로 침침하게만 보여, 냅다 서류들을 치워버리고 답답함을 늘어놓아 봅니다.

남편을 어떻게 대할까요?

원래가 꾸물거리는 행동파는 아니지만 아이와 남편과 내가 한꺼번에 아침8시를 기해 대문을 나서야하는
맞벌이 부부거든요. 아이보는 아줌마집까지는 바로옆건물 걸어서5-7분정도라 남편차를 이용해서 같이 데려다 주고는 남편은 내 사무실까지 태워주고 출근을 합니다.
오늘 아침도 그문제로 일이 생겼지요.

아침마다 겪는 일이라 한두번 투덜대기는 했습니다. 매번 늦어서 헐레벌떡 사무실가느라 스트레스를 받는다는군요. 제가
늦게 일어나서 그런일도 아닙니다. 5시30분이나 6시경엔 아가가 꼭
일어납니다.
직장다니면서 가사일하고 육아 해야하는 사람이면 한결같이 푹 잠자고 싶은것이 소원일 겁니다. 그러나 여자인탓에 엄마노릇해야하는탓에
어디 맘먹은것들을 냉큼 실행할 만큼 배짱있습니까?

아침5-6시사이 남편보다 적어도 1시간이상 먼저 기상해서 아가 우유한통 먹이고(20-30분소요) 아침밥준비하고 전날 저녁 너무피곤한 날 미뤄뒀던 아가옷이며
양말등 급한 세탁물 널고 그다음 아가우유가방 챙기고 비로소 내가 출근할 준비를 해야합니다. 이러다보면 시계는 7시30분경되고 남편은 7시경혹은 더늦게 일어나서 거드는 시늉을 하기는 해도 일일이 내가 손을 다시봐야 하는 실정입니다.
먼저 남편이 밥을 먹고 아가옷을 입히는 3-5분사이 내가 밥을먹는둥 마는둥 그냥 식탁을 치우고 이러저리 다니며 뒷마무리 대충 끝내면 8시가 됩니다.
문제는 거기서 10분이라도 경과하면 지각이 되고 이때부터 마음이 급해지는 겁니다.
물론 남편도 나름대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몇번 투덜대더군요. 하지만 그 스트레스가 어디 여자한테 비할수가 있겠습니까?
남편은 오늘 조용한 아파트마당에서 "으악!!! 돌겠다" 하면서 이리저리 왔다가며 소리를 쳤습니다.

왜냐구요? 가뜩 늦은데 아가옷 단추를 엘리베이트 앞에서 잠궜는데
"정말 이상한 성격이다. 차타고 갈껀데 거기가서(아줌마네집)잠구면
되지 뭘하러 그런것까지 챙기냐"며 한바탕 소릴 치더군요.
그래요
난 내생각에 꼴난 직장다닌다고 젖먹이 까지 떼놓고 다니는데 거지꼴 까지 만들고 싶은 생각은 없는것이 아가엄마 심정입니다.
그렇다고 내가 직장다니며 남편에게 일부러 피해준것도 없구요.
이왕 맞벌이 하기로 했으면 같이 거들고 한쪽이 이런 심정이면
다른한쪽도 같이 따라주는 것이 맞을진데 ,..

거들어 주고 아니고가 문제가 아닙니다.
서로 마음하나 기대고 사는게 부부인데
울 남편은 어떨땐 원수같이 대하는 꼴보면 정이 뚝 떨어집니다.
물론 내가 대꾸했지요.
"단정한 차림으로 데려다 주고 싶다고"
그랬더니 마당에서 고래고함지르는 겁니다.
차를 발로 차고 ...
지각했으면 했지 그런꼴 보고 차 얻어타고 가고 싶은 맘 없어져서
아가 안은채로 걸어갔더니 대뜸 ?아와소 목을 쥐고 흔들며
가로왈" 내일부터 직장 때려치우고 집구석에 있어!"
"내일부터 직장 집어치우고 집구석에 있으란 말야!"
하고 동네 아줌마들 보는데서 마구 흔들더군요.
물론 아가는 팔에 안겨 이상한 분위기를 낌새챘는지 겁먹고
나늘 꽉잡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라했습니다.
이 무슨 꼴입니까?
이런 개망신 당하고도 어쩔수 없이 출근해야했습니다.
한참뒤에 차로 또 따라와서 빨리 타라고 이번에 아가 이리내!
하면서 놀란 아가를 휙 잡아채더군요.
상식이 의심되고 아구 이런 인격이구나..
서러운 내팔자에 눈물이 마구 떨어지더군요.

아무렇지도 않은듯 내가 늦어도 좋으니 진정해가며 천천히 걸어갈테니 그냥 가라고 하면서 각자 출근길에 올랐지요.

사실 이렇게 해보지 않은 사람은 심정을 이해하지 못할수도 있습니다.
아이 챙기고 밥하고 출근하고, 사무실들오면 오만 스트레스받고...
누군 상팔자누리고 싶지 않은 사람 있겠어요?. 하기쉬운 말로 .
얼마번다고? 까짓거 그만두지, 욕심많아서지. 아이떼놓고 강심장이야.
등등 ...그러나 우리네 삶이 그렇게 간단간단히 결정하고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 얼마나 됩디까?

서러운 생각에 업무 틈틈이 눈물이 나오려 하는것을 억지로 참습니다.
그렇다고 내가 혼자서 느긋하게 밥한번 제대로 챙겨먹는것도 아니고
업무마치고 친구계모임참석 한번 안하고 회식자리 한번 참가하지 않는 형편인데 남편은 이런저런 핑계로 모든 사회활동을 잘도 합니다.
어린아가가 있는데 혼자만 그렇게 할 수 있냐면 "그럼 사회활동이고 뭐고 모두 끊고 집에만 있으란 말이냐?"며 얼굴을 붉히곤 합니다.
남편 상식이 있는사람일까요?
이런경우도 이해하고 넘어가야하나요?
햇볕은 따가운데 속은 안개낀듯 답답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