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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중개인의 농간


BY 조영아 2001-05-19

부동산에서 전세든 매매든 계약해본 경험들 있으시죠?
어제 부동산에서 정말 어처구니 없는 일을 당할 뻔 했답니다.
길길이 날뛰어서 겨우 손해를 줄였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어쩜 사람을 그렇게 기만하면서 약삭빠르게 돈을 떼어먹을 수 있는지 혀를 다 내둘렀습니다.

간단히 사연을 말하자면 이래요.
신혼때 살던 주공아파트를 팔려고 내놓았었는데, 사겠다는 사람이 나서서 계약하러 갔었죠.
그 구매희망자가 계약금으로 그날 300만원을 주고 갔는데, 부동산 아저씨가 200만원만 건네주고 나머지 100만원은 자기가 챙기는거예요.
그 아저씨 말인즉, 애초에 사겠다는 사람으로부터 받아주겠다는 집값보다 100만원 더 불러서 비싸게 팔았으니 그 차액은 자기가 꿀꺽하겠다는 거죠. 저에겐 애초에 약속한 집값을 다 받아주었으니 100만원은 저에게서 받은게 아니라 집을 사겠다는 사람에게 받은것이라나요?
저는 지금 임신 4개월째이고, 그날 유치원 마치자마자 저에게 끌려 부동산으로 따라나온 아들녀석은 옆에서 계속 칭얼거리는 바람에 더이상 그 자리에서 실갱이 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그자리에선 더이상 따질 수가 없겠더라구요.
집에 돌아가서 생각해보니 대낮에 앉은 자리에서 코를 베인 기분이라 도저히 안되겠더군요.
부동산에 전화를 해서 따졌죠. 애초에 아저씨가 아파트 시세를 따져서 가장 많이 받을 수 있는 금액이라고 제시한 금액을 믿고 그렇게 받아달라고 부탁을 한 것이다. 100만원이나 더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일부러 그 금액에 맞춰달라고 했겠느냐고 말이예요. 처음엔 저희한테는 복비를 받지않고 상대편에서만 복비를 받고 추진하는 것이니 걱정말고 믿고있으라고 감언이설, 온갖 좋은 소리 다 해가면서 안심을 시켜놓고 이런식으로 일을 할 수 있는것이냐 등등....
나중에는 나이도 자기 딸 뻘밖에 안되는 사람이 이랬다저랬다 말을 바꾼다면서 악에바친 소리까지 하시더니만, 결국 100만원 중에서 60만원은 돌려주고 복비로 40만원은 자기가 가져가겠다고 하시더구만요.
복비라는게 원래 계약이 다 끝난 다음에 주는거 아닌가요? 어떻게 계약금 받은 것에서 바로 떼어갈 수가 있는지.. 어처구니가 없어 계약이고 뭐고 당장 물러달라고 하고 다른 부동산에 알아보고 싶었지만 더 이상 신경쓰기 싫어서 그렇게 하고 마무리 하기로 했습니다.

아무리 29살밖에 안된 나이어린 사람이라고.. 그렇게 앉은 자리에서 그렇게 100만원씩이나 떼어먹을 생각을 할 수 있었다니... 생각하면 할수록 어처구니가 없더라구요. 제가 30, 40 먹은 사람이었다면 과연 그렇게 사기칠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요? 세상에 정말 믿을 사람 하나 없겠더군요.
암튼 좋은 경험했습니다. 혹시 나중에라도 저처럼 부동산 거래 하실 분들은 집 내놓으실 때 한 군데에만 맡기지 마시고 이곳저곳에 다 알아보고 하셔야 할 것 같아요.
어제 오늘 사이에 뱃속에 있는 아이한테 안좋은 영향이나 안 미쳤는지 걱정되네요.

서로서로 믿고사는 사회가 되어야 할텐데...
기분이 씁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