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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한 시누이


BY 한수움 2001-05-22


토요일, 오랜만에 올라온 고모가 엄마(시어머니)와 개인시간을 갖게 해주려고 친정에 올라갔어요. 모처럼 친정식구들과 저녁식사를 함께 하려고 나가려던 참에 아이아빠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심각한 표정으로 통화를 길게 하던 남편이 하는 말에 뒷골이 땡기고 한순간 멍해지는 느낌이었죠.

시누이가 인터넷을 쓸려고 컴퓨터를 켜다가 제가 동생과 메신저로 주고 받은 글을 읽었답니다.
근데 웃기는 건, 비밀번호만 저장시켜놨지 자동접속은 해놓지 않아서 고의적으로 접속을 시도하지 않으면 그 내용은 절대 볼수가 없단 겁니다.

거기엔 친정근처로 아파트를 얻고 싶다는 내용의 글이 써있었고, 간간이 시어머니험담도 있었습니다.'시댁하고 어차피 떨어질거면 서울은 너무 집값이 비싸고 그럼 차라리 친청근처에 아파트를 얻는게 좋을것 같아 남편을 세뇌시키고 있다'고 했습니다.
시집간 딸들이라면 대부분은 그렇게들 생각하고 있지 않나요? 친정가까이 살고 싶은게 사실이잖아요.

그걸 본 시누이가 남편한테 전화를 해가지고.... 울엄마 아빠가 나한테 어떻게 했다고 이런 내용을 쓰느냐부터해가지고 지금 형편도 안좋으면서 무슨 아파트냐며 이런 얘길 했나봐요.

전 참 황당합니다.
그것때문에 남편과 한판 하고, 그날 저녁식사는 아빠가 오랜만에 다 같이 먹자고 좋은 걸 사주셨는데 뭘 먹었는지 기억도 안납니다.

남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것같은 파렴치한 행동을 하고서도 그 내용을 남편한테 얘기해서 부부싸움을 하게 만드는 시누이.
저같으면 그런 내용을 읽었더라도 그렇게 당당하지 못했을겁니다. 남의 프라이버시를 흠집내고도 그렇게 오만한 시누이를 생각하면 치가 떨립니다.

이럴땐 어떻게 하는게 좋은걸까요.
제가 그런 말을 한게 남편은 시댁이 불편해서 그런다고 생각하는지 아무리 보편적인 의견이라고 말해도 귀담아 듣지 않습니다.
그저 내가 그렇게 시댁을 불편하게 생각한다면 친정에서 지내라는 식으로 얘기합니다.
전 맏딸입니다.
사실 제가 만족스런 며느리가 못된다는 걸 알기에 노력해보기로 약속하고 또, 엄마 아빠 걱정시켜드리지 않으려고 제가 꽁지를 접고 일을 무마시켰지만, 너무 분하고 화가나서 참을 수가 없습니다.

시누이는 남편보다 나이가 많고 강단에도 서는 사람이고 시어머니,아버지의 신임을 얻고 있어서 섣불리 건드릴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더 한숨만 나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