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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는 나만 봐야 하는걸까?


BY 우울한 나 2001-05-23

5월18일은 남편과 사귄날 3주년 기념일이었다. 즐거운? 아니 불행한.
나는 결혼 2년에 6개월 딸이 있다.
딸 시중들고 사는 6개월이 얼마나 지친 하루하루였는지 울남편은 몰라준다. 기념일을 빙자하여 외식하자고 졸랐다.
지난달 말 언니생일이었는데 사둔 선물을 아직도 전해주지못하고 있어서 마침 외출하면서 전해주고도 싶었다.(선물사러도 못나가 홈쇼핑으로 주문한것이다) 그럼 처형네랑 같이 저녁먹자고 한건 남편이었다. 난 무지 신이 났다. 남동생까지 한 오랫만의 저녁식사자리였다. 물론 왜 간만에 밥먹자고 했는지는 말 안했다. 그런건 우리 둘만 축하해도 될거같아서...
언니는 학교에서 외식했다며 아기를 봐주겠다고 했다.
언니도 10개월된 아들과 2살된 딸도 데리고 와서 솔직히 맘놓고 식사할 분위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언니는 남조카는 혼자 앉아서 놀수 있으니 내 딸을 안아줄테니 편히 밥먹으라고 했다.
솔직히 집에서 하루종일 애만 키우며 살면 누가 이아이를 한시간만이라도 봐주었으면 좋겠단 생각을 다른사람도 해 봤으리라 생각한다.
그렇게 밥을 먹는데 남조카가 놀다 그만 벽에 머리를 부딪치고 울었다. 그래서 내가 아이를 받아안고 언니는 조카를 안아 달래주었다.
조금뒤 남편이 딸을 주라더니 자기가 안고 밥을 먹는거였다.
난 남편이 내생각을 무지 해주는구나 싶어 감동했었다. 그게 아니었는데.. 집에 돌아오는 택시에서 남편은 내게
"궁탱이가 없다"고 했고 "다시는 딸데리고 외식안하겠다"고 했다.
어찌나 황당하던지...
어떻게 그런자리에서 (처형이 아이를 둘이나 데리고 온자리) 딸을 언니에게 맡기고 밥을 먹을 생각이 들수가 있냐는 것이었다.
언니가 식사를 했다면 나역시 아이를 맡기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남조카가 놀다 벽에 머리를 부딪치리라는걸 낸들 알았을까?
내가 졸라 딸을 맡겨 밥을 먹은것도 아니고 ...
괜찮다는걸 편히 밥먹으라고 딸을 안아준건 언니였고 나 역시 우리 언니니까 그렇게 했다. (만약 그게 시댁식구라면 절대 그렇게 안했다.)
그런데 그게 남편은 싫다는 것이다.
처형한테 피해주는것 같아서 싫단다.
그럼 내가 이렇게라도 밥먹는 일 아니면 언제 사람구경을 해볼날이라도 있었나? 자기는 자기 친구 다 만나고 자기취미생활 다하면서..
지치니까 누가 딸 좀 내대신 안아주면 난 넘 좋다.
그럼 내가 지치다고 했으면 그날이라도 대신 아기를 봐주어야 하는거 아닐까? 말도 없이 그 늦은 시간에 친구랑 술마시러 가버리는 것이다. 차라리 잔소리를 하지 말던가. 애를 좀 봐주던가 해야지
넘 화가 나 전화해서 막 화를 냈다. 나도 이제 혼자 아기보기 지쳤으니까 들어와서 아기우유 먹이라고 난 안주겠다고 .. 아이 울음소리까지 들려주었다.
그랬더니 "그만 헤어지잔다"
내가 정말 그런소리들을 정도로 잘못한걸까?
아이는 정말 나혼자 남의 손에 이모한테도 외할머니한테도 그 잠시도 맡기지 말고 나혼자 봐야 하는 걸까?
왜 남편은 자기가 편한시간 잠깐 아기 안아주는게 고작인걸 대단하다고 생각하는걸까?
정말 이해가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