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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나 몰래...


BY 속상해. 2001-05-23

집주인이 집을 빨리 비웠으면 하더라구요. 계약기간 끝난지도 꽤 지나서 월요일에 아이들을 시어머니께 맡기고 서울에 갔지요. 직장을 서울로 옮겨서 가능한 가까운데로 얻고 싶었거든요. 친정엄마랑 집을 보러 돌아다니다가 은행에 가서 융자를 얼마나 얻을 수 있나 알아봤어요. 남편의 신용정보를 물어본거지요. 은행직원은 구체적인 얘기는 해 줄 수 없다더라구요. 여차여차해서 알아보니 저 모르게 돈을 천만원이나 대출 받았더라구요. 그것도 각종 캐피탈을 제외하고 한 은행에서만요... 남편은 출장 중이고... 전화로 뭐냐고 물었더니, 제가 잘못 알고 있다고 해요. 그건 약정 금액이다, 너한테 얘기 했다, 어디에 썼는지 잘 모르겠다....

저녁에 집에 돌아와 시모께 말씀드리고 핸드폰도 안 받고 전화도 안 받았습니다. 그리고나서 애들 재우고 인터넷으로 몽땅 다 뒤졌죠. 저 모르게 돈을 빌리기도 하고 갚기도 했더군요.

전화통화를 했더니 미안하대요. 잘 해보려고 한 건데, 어떻게 이렇게 되었다고... 기분은 좀 나아졌냐고...

물론 이 사람이 바람이 났다거나 해서 그런건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것만큼은 믿고 싶어요. 근데 주식에 푹 빠져 있거든요. 친정에서 해 주신 돈이랑만 2500만원이나 날렸어요. 그런데도 정신 못 차리고 이렇게 돈을 끌어다가 주식을 해대니....

만나면서도 결혼하면서도 제일 강조했던 것이 절대 사소한 것이라도 거짓말하지 말고, 숨기지 말라는 거였어요. 저는 그것이 결혼생활에 있어서 사랑을 유지시키는 가장 기본적인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도 이사할 날이 얼마 안 남았는데도 생각없이 아내에게 알리지 않고 그런 거금을 몰래 사용했다는게 저를 너무 실망시킵니다.

결혼한 지 5년인데, 처음으로 후회스럽네요. 아직 작은 애는 백일도 안 되었는데....

오늘 남편이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인데 얼굴을 어떻게 봐야할지 모르겠어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도...

태어나서 서른 해 사는 동안 가까운 사람에게 이렇게 실망하기는 처음인 것 같아서 더 슬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