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732

시어머니 보세요


BY 하소연 2001-05-29

어머니
정말 왜 그러세요.
제가 잘못한거 있어 이런게 못마땅하다고 차라리 야단을 치시면
아 내가 이러이러한게 잘못된거구나..하고 반성이라도 하고
앞으로 노력이라도 하겠습니다.
애아빠 고집 모르세요.. 밤에 이불안깔고 잔다고 아들하나
키워서 장가 보내놨더니 천덕꾸러기 다 됐다니요. 그럼 제가
어머님 아들 데려다가 천덕꾸러기 만들어놨나요.
잘때 이불 깔고 잘수도 있고 그냥 잘수도 있는거지
그랬다고 그렇게 말씀하시는거는 너무 하신거 아니세요.
어쩜 그리 아들 생각만 끔찍하세요.
저 애놓구 어머니 그 흔한 가물치 하나 고와주셨나요.
가뜩이나 임신중에 먹고 싶은거 못먹으면서 임신기간 보낸 며느리
어머님이 조금이나마 안스러워 하셨다면 애놓구나서라도
그렇게 무심하진 않으셨을 겁니다..
그런데도 세상에 건강하고 멀쩡한 아들 장어 안고와먹인다고
저보고 싫은소리 하시고 신랑한테 잘해라 잘해라. 이젠 귀에
딱지 앉게 생겼어요.
제가 바봅니까? 아무렴 제가 내 신랑 사랑하는 내 신랑 어머니
말씀대로 천덕꾸러기 만들겠어요.
아무리 위해줘도 자잘한거는 어머님이 안보시니 일일이
어머니 나 경민아빠한테 이렇게 했어요..하고 까보일수도 없구
시댁만 가면 어머니 눈치보는 통에 주눅이 들어 정말 이러다가
제가 우울증 환자가 되어 흰까운 입게 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그렇다고 경민아빠가 철이 들어서 남들처럼 중간에서 내 입장생각해서
신경써서 잘하는 사람도 아니고 내가 일일이 "시댁가서 이러면
내가 어머님한테 입장이 곤란하다고 담부턴 그러지 마라 어머님
성격 모르느냐"고 이야기를 해도 마누라 말은 아예 싹 무시하는
사람인데 이런 사람을 제가 어떻게 존경하면서 일방적으로 위해주며 살수 있을까요
평소에도 어머님 아들이 절 어떻게 대하는지 어머님은 모르십니다.
절대루요. 어머님은 어머님 아들이라 뭐든 잘하고 사는거 같죠.
경민아빠는 아버지 닮아서 잔정이 많을거라구요?
허허 허탈한 웃음만 나오네요. 아니 잔정같은거는 감지덕지입니다.
마누라를 무시만 안했으면 좋겠습니다..
마누라 말은 발톱에 떼만큼도 생각안하는 사람입니다.
자기 주장만 내세워서 안따르면 버럭버럭 성질만내고
맞써 싸울라치면 술먹고 주정부리고 전 신랑이 사실 무섭습니다.
맘속으로 무섭고 어려운 사람한테 애교가 나온다고 생각하세요
어머님은 아들한테 며느리가 살살거리며 살갑게 안한다고
저보고 나무라시지만 애교라는것도 신랑사랑을 먹고 산답니다.

왜 여자만 신랑한테 잘하라고 하시는지요.
부부란건 서로서로 위해주고 서로 잘해야 하는거 아닌가요

아들 키워 장가보냈더니 자식하나 놓구 아들인생은 도대체 뭐냐구요?
정말 기가 찰 노릇입니다. 어머니.
제 인생은요. 제인생은 도대체 뭔가요.
결혼하기 전엔 그래도 제가 직장생활해서 그리 풍족하진 않았어도
적어도 먹고 싶은건 사먹었구 입고 싶은것도 고를줄 아는 사람이었어요. 근데 결혼하니까 신랑이란 사람은 실직자에다가 거기에 애까지
들어서서 생활이 얼마나 쪼달렸는지 모르시는 분도 아니면서
제 인생은 뭔가요.
남들은 벌어다줘도 쓰네 못쓰네 하는데 하물며 신랑이란 사람이
남들 말하는 백수였으니 그러면서도 차는 몰고 다녀서 한달에
들어가는 돈이 만만찮았어요. 그렇게 힘든생활 아니 저 힘든건
견딜만 했어요. 제 친정엄마 입장생각해 보셨나요.
딸 잘키워 시집보내놨더니 사위는 백수에다가 딸은 임신중이라
이것저것 먹고 싶은것도 많을텐데 그리 보태줄 형편도 못되고
그 안스러운 맘 어디다가 비할수 있으세요.
남들도 다른 남자들도 다 그렇게 살아요 어머니.
장가가면 자식낳구 처자식 먹여살리려고 이리뛰고 저리뛰고
여자는 뭐 자기 인생 있는줄 아세요.
결혼하면 남편생각 자식생각에 제 자신은 아예 뒷전이라구요
어머니는 뭐 그리 안사셨나요
왜 그렇게 아들생각만 하세요 어머니.
이번에 편찮으셔서 있는병간호 없는병간호 다 해드렸더니
그건 고생스럽지란말 한말씀안하시고 부엌살림 어머니 생각대로 안되어있다고
내가 무슨복으로 니들한테 밥을 얻어먹고 살겠냐고..
그건 또 무슨 가슴에 못박는 소립니까. 제가슴에 얼마나 더 상처를
내어야 제 맘을 알아주겠는지요.
아버님 생신때 형제들 다모여서 저녁식사후에 오랫만에 식구들끼리
노래방한번 가잔소리에 어머님 아버님은 집에서 그냥 쉬시겠다고
하셔서 우리들끼리 갔다왔었지요.
그다음날 아침 밥상머리에서 어머님 뭐라고 하셨나요.
저 들으라고 즈그들 놀고 싶으니까 날 데려다가 이용했다고..
그건 또 무슨 말씀입니까. 저녁밥 먹으러 안가겠다고 안가겠다고
한 나를 경민엄마가 끌고 오더니 자기들 놀고 싶으니까 날 이용했다고..휴~~
정말 그 소리듣고 제 앞에 벽이 꽉 막혀있는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진심은 통한다고 했던가요. 누가 그랬나요 도대체 누가요.
어머니 아들 장가보내놓고 그리 안심이 안되시면 다시 데려가서
데리고 뒷바라지 하면서 사세요.
이거 해먹여라 그거는 경민아빠 싫어하는데 왜 했느냐
고추가루는 뭘 그리 많이 넣느냐 니 신랑 싫어한다..
도대체 전 뭡니까. 어머님 아들 전용파출붑니까.
출산 내일모레인 제가 그 많은 명절 음식 준비할때도 당연히
외며느리인 제가 해야되는거 알고 있지만 전 바랬습니다.
어머님 입에서 너 힘들다 들어가서 좀 쉬어라. 물론 그렇다고
들어가서 쉴 저도 아니지만 그 많은 손님치레에 쉴틈한번 없이
발이 퉁퉁 부어올라 부엌방에 들어가 잠깐 쉬고있는 제게 부엌에서
그릇 딸그락 거리면서 저녁밥 안한다고 또 그러셨죠.
내가 무슨복에 니한테 밥을 얻어먹고 살겠냐고...
그때 저 정말 눈물났습니다. 친정엄마 생각났습니다.
어머님도 만일 어머님 딸이 그리 만삭에 설겆이 한번 할라해도
부른배가 싱크대에 닿아 힘들어서 낑낑거려하는데도 그냥 저냥
더해라 더해라 했었을가요.
어머님 항상 말씀하시죠 딸처럼 생각하려고 한다고
딸이요.. 그딸도 엄마가 친정엄마처럼 해주셔야 비로소 딸노릇
할수 있는겁니다. 내리사랑이란 말 모르시나요..
이번에 전세값 보태주시면서도 니 신랑한테 잘하라고 보태주는거라고.
저 혼자 그 집에 들어가서 삽니까. 전세등기 어머님 아들명의로
되어있어요. 그리 생색이 내고 싶으셨나요.
안그러셔도 다 알아요. 나중에 갚아야 된다는거요. 그렇지 않아도
죄송스러워서 받을까 말까 한참 맘고생 했는데 그 말 듣는순간
그런맘 싹 가셔버린거 어머님은 아실까요.
이제 겨우 결혼생활 3년인데 앞으로 얼마나 더 기막힌 일이 제 앞에
펼쳐질지 솔직히 겁이 납니다 어머니.
앞으로 얼마나 제 맘에 생채기를 내는 말씀을 하실지 그걸 제가
감당해낼만한 힘을 길러야 될거 같습니다.
왜냐하면 어머님은 절대 변하지 않을거 같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