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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누가 넘 신경쓰여요.


BY 고민중 2001-06-04

저희는 시부모님이 남편 어렸을때 이혼을 하고
자식들은 모두 아버지 밑에서 자랐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모두 재혼을 하셨구요.
형제는 위에 딸 하나에 밑에 아들 삼형제, 그중 남편은 장남입니다.
형님(시누)은 아버지 밑에서 자라서 결혼까지 했는데도
새엄마가 싫다는 이유로 아버지와는 거의 연락을 끊고
어머니와 가깝게 지냅니다.
새엄마는 웬수같이 생각하면서 새아버지한테는 아부지, 아부지
싹싹하게 하더군요.
아들들은 양쪽을 오가느라 속된 말로 똥줄이 빠집니다.
아무래도 길러주시고 결혼시켜주신 아버지를 본댁으로 생각하고,
어머니는 낳아주신 친엄마라는 정때문에 만나는 것이기때문에
격식이나 시댁에 할 도리를 다 차리기는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도 매달 용돈조로 저희가 30만원씩 드리고 다른 아들 둘은
10만원씩 드립니다. 어머니가 재혼하신 분이 경제적 능력이
없는 것 같아서요. 자식들이 낼 수 있는 돈은 한정이 있는데
정작 친아버지는 경제력 능력이 있다는 이유로
용돈 한번 안드리고, 재혼까지 해서 장성한 저쪽(새아버지) 자식이
다섯이나 있는데도 어머니쪽에 다 드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보면
기가 막힙니다.

문제는 시누가 어머니쪽의 온갖 사소한 일을 다 동생들에게
전하며 끊임없는 부담을 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엄마가 뭐가 필요하신 것 같다, 어디가 아프신 것 같다,
어디에 여행가신다, 그쪽 자녀가 혼인을 한다 등등...
처음엔 그냥 그런가보다 하며 할 수 있는 한은 최대한으로
해드렸습니다. 사실 시누와는 그동안 비교적 잘지내왔고
시누는 굉장히 똑똑하고 학력과 경력이 좋습니다.

그런데 이제 시누가 남편 직장때문에 먼 지방으로 이사를
가면서 점점 참견이 심해집니다. 어머니께 전화를 하면, 그다음날
바로 시누 전화가 와서 엄마에게 전화해줘서 고맙다, 엄마를 부탁한다
등의 얘기를 하는 식입니다.
그리고 제가 시어머니(생모)에게 가서 한 얘기를 다 알고서,
니가 이랬다며, 저랬다며 하며 스스럼없이 얘기를 하는데
저는 처음에는 그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다가 어느 순간
내가 어머니한테 한 모든 얘기들이 화제로 오르는 것을 알고
큰 스트레스를 느꼈습니다.

저희는 친엄마와 3시간정도 떨어진 거리에 살고 아버지와는
30분거리에 삽니다.
그런데 시누는 그런 거리상의 문제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우리에게 엄마한테 더 자주 가지 않는 것을 서운해 합니다.
어제는 엄마집에 세탁기가 고장났다고 우리(아들중 하나)를 기다
리고 계신다고 말하더군요.
세탁기가 고장났으면 A/S를 불러야지 3시간 거리에 있는
아들을 왜 기다립니까? 연세라도 많으면 모를까 이제 60이십니다.

동생들은 사실 부담이 없습니다. 동서들 이구동성으로 그러더군요.
우리 신랑은 초등학교때 엄마랑 헤어지고 새엄마밑에 자라서
친엄마에 대한 정이 별로 없다고요. 엄마에 대한 기억은 아버지랑
싸우던 것 밖에 없다구요.
하지만 형제들이 성격이 다 착한 편이라 그런 내색없이
만나면 어머니께 잘합니다. 동서들도 부담없이 웃고 있다만 오지요.
그런데 큰 아들이여서일까요. 우리 신랑은 어머니의 일생에 대한
연민(행복하지 못한 결혼생활)이 강하고 책임감으로 고민도
많은 것 같습니다.
어머니 만나고 온 날엔 꼭 저와 다투고 기분이 침울합니다.

그런데다가 형님이 굉장히 치밀하게 동생들을 어머니한테
가까이할 수 밖에 없게 만들려고 합니다. 형님은 아버지한테는
연락도 안하니, 양쪽을 오가야 하는 우리의 처지를 이해못합니다.
하루에 한통씩 메일을 보내더군요.
어머니 소식을 전하기도 하고, 자기소식을 어머니께 전해달라고도 하고.
그리고 저희더러 어머니집 가까운 쪽으로 이사를 하면 너무
좋겠다고 하더군요. 아버지가 결혼할때 시댁에서 멀지
않은 곳에 집을 사주셨는데 그걸 어떻게 우리 마음대로 팔라고
하는 건지.
동생들도 다 자기마음과 같을 거라는 전제하에 모든 상황을
설명하려 하나봅니다. 물론 태도는 매우 교양있게, 말투는
매우 합리적입니다.
제가 견디다 못해 신랑한테 나한테
이렇게 두시아버지, 두시어머니를 모시는게 무척 힘이 든다고
솔직히 얘기를 했습니다. 저는 결혼전엔 친어머니를 뵌적이
없거든요. 그랬더니 자기도 미안했던지 어머니에 대해서는 너무 큰 부담없이 하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오늘도 형님의 메일은 계속됩니다.
어머니께 울 아들 및 다른 조카들 선물을 보냈으니 가서 찾아
가라고요. 참 머리가 이렇게 좋은 사람은 처음 봅니다.

전 어떡해야 하나요. 마음의 부담이 넘 힘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