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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친구를 5년만에 만나고...


BY 옛친구 2001-06-04

제가 가장 사랑하는 친구라고 자부하고 그 친구도 저를 가장 사랑하는 친구라고 자부하던 옛친구를 5년만에 만났습니다.중1때부터 친구였으니 벌써 한18년지기가 되나요? 4년전 제가 결혼하기 바로 얼마직전에 그 친구는 미국행을 택했습니다. 본인의 발전을 위해서... 생물학을 전공한 그 친구는 원래부터 원하던 디자이너로서 미국행을 선택했고 지금도 디자이너로서 독일에서 일하고 있읍니다. 그 친구가 5년만에 회사일겸 겸사겸사 한국에 나왔지요. 당연히 보았습니다. 외국에 있어도 메일과 편지로 서로의 관계를 유지해왔는데, 5년만에 직접 본 친구는 많이 변해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저보고 많이 변했다고 했습니다. 그것도 대학내내 꺼내지 못했던 말도 서슴없이 하고...
그랬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저도 그 친구가 꺼낸얘기에 많이 당황하고 놀랐고 기분도 나쁘다고 저의 기분을 솔직히 얘기했습니다.
그 친구도 약간은 당황을 하는지 너무 기분나빠하지 말고 그래도 너와 나니까 이런 얘기도 서슴없이 하고 이렇게 풀고 우리의 우정은 이어질거라고 얘기했지만 너무나도 달라진 그애와 저의 환경때문에 과연 그럴수 있을까 의문이 듭니다.
저는 아주아주 평범한 한국남자와 결혼해서 아주아주 평범한 결혼생활(약간의 불만과 스트레스와 아이와)을 하고 있는 반면 그 친구는 매우 부자인 독일 사업가와 곧 결혼해서 몇년도에 독일의 유명한 건축가가 지었다는 저택에서 살게 될 예정이랍니다.
그동안의 메일과 만나서 하는 저의 일상적인 얘기를 듣고 제가 너무나 불행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지도 않고 너보고 너의 행복은 니가 만드는 거니까 너 하기 나름이다라고 얘기하더군요. 물론 맞는 얘기지만 왜 그냥 그렇게 받아들이고 자기가 아무리 지금 대단하게 살아도 자신의 얘기를 있는 그대로 얘기하지 않으려 하는 지 잘 모르겠습니다.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는 절대로 하지 않는얘기도 저한테는 했다고 말함니다만 5년간의 외국생활이 이렇게까지 18년 우정에 서로 말하지 못하는 틈을 만드는가하는 생각에 속이 상합니다.

어떻게 해야할까요. 솔직히 그 동안 누가 뭐래도 그 친구는 저의 가장 사랑하는 친구였는데, 이제 그 친구마저 사라지는 것 같아서 쓸쓸합니다.

그 친구는 5년간의 외국생활로 매우 감성적이었던 자신이 긍정적이고 단단해진 것 같아서 좋다고 하는데 ... 그래도 자기 친구는 나밖에 없다고 하는데 그날 헤어지고 나서도 과연 그런 생각을 갖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느낀 것 처럼 그 친구도 그런 5년의 틈을 발견했겠지요. 이대로 그 친구를 잃어버리는 건 아닌지 조금 걱정도 되지만, 그냥 그대로 받아들여야겠지요.

그 친구가 가기 전에 편지를 써보려고 합니다. 그 동안 저의 생각이 정리가 되면.... 그 모습 그대로 그 친구를 여전히 사랑하는 친구라고 할 수 있을런지 몇일 남지 않은 시간이지만, 잘 정리했다가 가는 친구에게 보여주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