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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만 좋아 하시는 시부모님.....


BY 쌍둥엄마 2001-06-12

전 아들,딸 이란성 쌍둥이를 가진 엄마 입니다..우리 시어머님은 딸만 내리 셋을 낳고 우리 남편을 낳았습니다..우리 남편 낳고 나서 어깨가 바닥에 닿더라더군요..아들을 낳아서 맘이 편하셨다는 뜻이겠죠...
제가 아이를 가지고 얼마 안되서 쌍둥이란걸 알았을때..대뜸.."딸쌍둥이면 어쩌니?"하신 말씀이 지금도 가슴에 남아 잇습니다..
그리고는 재왕절개 수술을 하러 들어 가기 전까지만 해도 건강하게만 낳아라고 하셨던 분이...아들,딸 쌍둥이라 는 소리를 들으시곤...집에 계신 아버님께 아들 낳앗다는 말씀만 하셧죠..아버님이 오셔서 애기를 보고 오시더니..딸도 있더만 ..이러시더군요..
아직 마취가 덜깨서 몽롱한 상태에서도 그말이 어찌나 섭섭허던지...
애들이 백일 될때까지 시댁과 친정 오가면서 몸조리를 했습니다..
그리곤 시어머님이 우리 아들을 키우게 ?譏?.
전 딸 하나만 데리고 제 살림집으로 왔습니다..
어른들이 둘은 절대로 못키운다면서 하나는 떼어 놓고 가라 하셔서 전 애키우는게 엄청 힘든 일인줄 알앗죠..물론 힘들지만요..
일주일마다 부산에서 울산으로 다니면서 아들 얼굴 한번씩 보고 돌아 설때면 눈물이 앞을 가려서 차안에서 딸을 안고 엄청 울었습니다..
12개월까지 키워 주시겟다는 약속을 하시고는 우리 아들을 엄청 이뻐하셧죠..딸은 진짜 쳐다 보지도 않으셧습니다..
그러다가 아버님이 건강이 안좋으셔서 입원하는 바람에 전 우리 아들을 데려 올수가 잇엇죠..10개월이 되었을때였죠...
둘이 데려다 놓으니..좋다고 난리엿습니다..
전 이제서야 엄마 노릇 하는 구나 싶어서 기쁨의 눈물이 나더군요..
그동안 아들 키워 주셔서 감사하다고 얼마의 성의도 보여 드렷죠..
애 키운 공은 없다 하는데..전 우리 시어머님이 애기 키워 주셔서 감사히 생각합니다..그래도 며느리 힘들다고 자진하셔서 맡아 주셧으니까요..하지만...늘 맘속에 섭섭한건...손자만 바라 보시는거죠..
우리 딸이 시부모님 앞에서 웃고 재롱을 떨어도 건성으로 보시고 눈은 늘 우리 아들에게만 가 잇습니다..
그러면 우리 딸은 고개 숙이고 돌아서죠..그런 모습 보면 전 맘이 찢어 집니다..
전 우리 시부모님께서 아들을 좋아 하시는 이유를 압니다..
딸만 내리 셋을 낳고 아들은 어렵게 하나 얻어서..키우셧으니..
그맘도 이해 하죠..
하지만..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가슴으로..맘으로는 이해가 안됩니다..시댁에 가도 손자만 안아 주시고 손녀는 뒷전이죠..
그래서 우리딸은 늘 제 뒤에 숨어 버립니다..한참동안 말도 안하구요..그러면 그제서야 한번 딸애 이름을 부르시곤 각자 일들을 보시죠..
친정엄마께 말씀 드렷더니..저더러 "뭐 그런것 가지고 속을 태우냐?"고 하시더군요..다 제 자식인데 이뻐하면 좋은거라구요..
하지만 아무리 이해 하려 해도 섭섭한 건 어쩔수 없더군요..
아들이 귀한 집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제가 애들 낳고 엄청 하혈을 하는 바람에 빈혈로 쓰러지기도 햇습니다..제가 침대 위에서 하혈 하는거 보시고 쓰러지는거 보시고도 아들 하나 더 낳으라 하시는 우리 시부모님.......
애들이 노는거 보니까 다음번엔 아들이 틀림 없다고 하시면서요..
전 우리 시부모님 존경하고 좋아합니다..
단지 섭섭한게 있다면..손자만 너무너무 표나게 이뻐하시는거죠...
손녀가 소외감을 느끼게 할정도로.. 애들을 시댁에 맡기고 어디 나가는일 전 절대로 안하거든요..우리 딸이 얼마나 심심할까 싶어서요..
전 아들만..또 딸만 좋아하지 않습니다..
다 이쁘고 사랑스럽죠..
저더러 재주도 좋다고 하시는분 많습니다..저도 복받은 것 같아요..
그래서 애들을 더 이쁘고 바르게 잘 키우려고 노력합니다..
쓰다 보니 긴글이 되었네요..
너무 속상해서 두서 없이 써내려 갔습니다..
제가 나이가 더 들면 우리 시부모님들 을 가슴으로 이해 하게 될까요?
쓴웃음을 지으면서 글을 정리 할까 합니다..
이 긴글 읽어 주셔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