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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낳기 싫은데..


BY 주연생각 2001-06-18

친정엄마가 지난주 서울에 놀러오셨다.
3박4일을 잘 놀다 가셨는데 한가지 걸리는게..

나보고 아이 언제 낳을거냐고 하신다. 아마 아빠의 지령을 받고 그런 말씀을 꺼내신듯 하다.
아이는 안낳는다고 하자 빨리 낳아서 미국가기전에 시모한테 키워주시라고 맡기고 가라신다.

나는 올해2월에 결혼했고 내년이맘때쯤 남편직장땜에 미국에 갈예정이다.
남편은 내가 낳고싶을때 낳으라고 하는데 시부모님은 빨리 아들을 낳으라고 하시고 우리부모님은 빨리 애(딸아들구분말고) 낳으라고 하신다. 정말 속상하다.

솔직히 나는 아직 엄마가 될 자질도 부족하고 좋은엄마도 못될것 같아서 아이낳아 기르기가 두렵기만 한데 아이를 낳으라고 하시니 그런말도 듣기싫고 짜증이 난다.
난 성격이 좀 히스테릭한 면이 있다. 그리고 아이낳으면 뭔가를 자꾸 강요를 해서 아이를 이상하게 만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의 직업도 내가 원하는 직업으로 만들어야겠고 결혼도 내가 좋아하는 배우자감과 결혼을 시키려고 할것같다. 아이가 결혼이나 직업관련한 일로 내 말을 안들으면 의절하고도 말것만 같다.

나는 아이는 부모의 소유라 생각지 않는다. 별 의미가 없는 존재라 생각한다. 무자식이면 늙어서 외롭지 않겠느냐고? 돈 넉넉히 있으면 수준(?)맞는 노인들 들어가는 실버타운에서 함께 어울리며 행복할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자식이 주는 즐거움은 맛볼수가 없겠지만..
아이는 부모소유는 아니지만 내가 낳은이상 내가 시키는걸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이런생각을 갖고 있는데 어찌 좋은 엄마가 될수 있겠는가?
다행히 남편은 자유롭게 자라도록 내버려둘 사람이다. 뭔가 강요하는 분위기에서 자란사람이 아니기에 자식도 그리키울것 같다.
나는 어린시절부터 항상 공부나 장래직업을 무의식중에 강요당하고 부모가 시키는것을 해야했고 그렇게 커왔다.
내자식은 그리키우지 말아야하는데 내 사고와 관념이 굳어 나도 어쩔수 없이 그리되는것 같다.
(아이가 내소유물이 아니라면서 이런생각하는것은 분명한 모순이지만 아이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기분으로 인해 모순된 소리가 당연한듯 나오는것 같다)

나는 이제 28세인데 만약 아이를 낳는다면 33살쯤 낳을 생각이다. 어른들이 아닌 남편이 간절히 원한다면 낳을 생각이 있다. 내가 이런생각을 하는것은 남편을 너무 사랑하니까 그런것같다.
그러나 아이로 인해 내몸이 약해지고 아이를 키우기위해 내 인생의 중요한 몇년을 소비해야한다면 너무 슬퍼질것만 같다.
나는 내인생을 위해서 계속 내 일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