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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는 ???


BY anti . tel 2001-06-18

저는 외며늘입니다
시누 하나 없는...

저어기 뒤쪽 어느분이 시댁에서 전화오기 전에 시부모님께 전화안부 올린다고 기특하신 말쌈 하시더라구요......
그거 읽어보면서 참 만감이 교차되더군요

왜냐면
저는 전화땜에 맘고생 많이 한사람이거든요
세상의 물건중에 전화가 젤 싫은 사람입니다
시부모님이 저희를 감시하기도 하고 간섭하기도 하고 일일이 지시하기도 하는 무서운 물건이거든요
전화벨소리에 가슴이 벌렁거리지요....

시부모님은 지방에계시고 저희와는 5-6시간 떨어진곳에 계십니다

신혼초부터 거의 매일 전화가 왔습니다
아이를 낳고도 변함없이 매일 전화가 왔습니다
남편또한 매일 시부모님께 전화 했습니다
매일 똑같은 반복적인 내용이지요
매일 매일 전화상으로 할수있는 내용들
오늘은 무엇을 했고 밥은 무엇을 먹었고 반찬은 어떠했고 .....
아이들은 시댁에서 전화가오면 묻지않아도 열심히 하루 있었던 일을 보고합니다
그와중에 남편은 남편대로 직장에서 집에서 열심히 보고하고......

저는 안합니다
아주 특별한날 말고는 안합니다
울 남편통해서 꾸중많이 하셨습니다
무지 나쁘고 독하고 되먹지 않은 며늘이라고 흥분하셔도
전화만은 안했습니다
제가 할수 있는 반항은 그것하나 뿐이었습니다

사람들이 그럽디다
외며느리라서 잘해야 한다고
독자라는것 알면서 결혼했으면 거기에 맞는 책임 분량을 해야만 한다고...
그말도 맞지만......

저의 시부모님 독특하십니다
친구 한명도 없으신 분이십니다
오직 부부둘만 그리고 덤으로 자식내외손주새끼둘이가 다 이신 분이십니다
외롭고 쓸쓸하게 살아가십니다
자신들만 알고 베풀지 못하고 철저한 이기주의로 살아왔던 이유로 인하여 이젠 쓸쓸한 노년을
자식내외와 손주에게 끝없이 기대고자 하시니
참으로 며늘 입장으로서는 부담스럽습니다
지금 이시대에도 며느리라는 자리는 그저 묵묵하게
노예도 로보트도 가족도 그렇다고 남도 아닌 그자리에서 있어야 하는것인가 생각합니다
많은 그리고 냄새나는 상처를 안고 그렇게 십수년이 흘렀습니다
...........

아이들도 이제 어느정도 생각을 가지게 되어서 그런지
할머니께 전화오면 시큰둥합니다

남편도 매일 하던 전화를 일주일에 서너번으로 줄더니 이젠 한번으로.....

그래선지
시댁에서 오는 전화도 일주일에 서너번
그러다가 일주일에 한번 으로 줄었습니다

근데 참이상합니다
제가 이젠 전화를 하고 싶어집니다
시부모님이 궁금하기도 하구요
이렇게 안하고 있는내가 나쁜 며늘인것 같구요
이제 자기 자리를 찾으신 시부모님들이 조금은 측은해보이기도 하구요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다시 그 전화의 악몽이 되살아날것 같아 조금은 두렵기도 하구요
어찌하면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