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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친정갔다왔어요.


BY 이슬비 2001-06-18

일요일이라 친정나들이를 했죠.
사실은 지난주부터 엄마가 무척 보고싶었죠.
그래서 시부모님눈치보면서 간다고 할까 말까 망설이는데,
글쎄 생각없는 울 신랑이 목요일, 금요일 연달아 술먹고 늦게 들어온것 있죠? 울 시아버님이 좀 화가 나셨어요.
술먹고 늦게 왔다고, 그것도 이틀 연달아....
사실...제가 속상할까봐 대신 야단쳐주신건데-그렇게 생각해야 맘이 편하죠.- 아버님 기분이 안 좋을것 같아서 글쎄 말씀못드리고 그냥 주말에 집안일하고 지냈죠.
그리고 이번주...
이번주는 꼭 엄마한데 가서 하루 자고 올려고 했죠.
일요일에는 늦잠도 좀 실컷 자고...꿈이 컸죠.
근데, 시엄니께서 몸살이 나셔서 죽도 끓이고 한다고 친정의 친자도 못 꺼내고 토욜밤엔 좀 속이 상했죠. 괜히 신랑도 밉고...
담날 아침...일요일...
여전히 시엄니께서는 몸살기운에 맥을 못추셨지요.
아침차리고 청소하고 목욕갔다오니, 12시 30분...시어머니께서 집에만 있지말고 어디라도 외출해라고 하시더군요. 고맙게 스리...
그래서 부랴부랴 챙겼답니다. 근데, 이 신랑님이 배가고파서 운전도 못하겠다는 겁니다. 신랑하고 저는 너구리를 끓여먹고 아버님은 라면은 못먹겠다고 하셔서 또 밥차리고 아픈 시엄니께는 현미죽을 끓여드리고...집을 나서니 어느새 3시.
그래도 며느리 있으니 죽이라도 먹을 수 있다면서 고마워하시는 우리 시어머니...참 좋으신 분입니다. 평소엔 며느리 있는듯 없는듯 도무지 도움이 안되거든요. 참 죄송하지요....
편하다 편하다 해도 친정만큼 편한곳이 있을라구요.
엄마를 보니 눈물이 앞을 가렸습니다.
울 엄마..그동안 외로웠는지..성경책도 사 놓으시고, 안 다니시던 교회를 다니신답니다. 그냥 마음이 심란해서 가셨다는데, 괜히 마음이 아팠습니다. 언니하고 동생은 서울에 살고 그나마 제가 가까운데, 자주 가지도 못하고...하루 자고 오기가 이렇게 힘이 듭니다.
왠만하면 저도 시어머니 편챦으신데, 친정 다니러 갔다오진 않았을텐데, 너무너무 보고 싶어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갔었지요.
아픈 시어머니께도 좀 죄송하고 그랬지만요.
혼자서 쓸쓸히 가게를 운영하면서 집,가게, 집,가게만 왔다갔다 하는 우리 엄마...예전엔 난 꼭 엄마랑 같이 살거라고 큰소리쳤었는데...
그냥 꿈같은 얘기입니다.
자기 엄마랑 같이 사는 우리 신랑은 이렇게 엄마를 그리워하는 나의 마음을 죽었다 깨어나도 모르겠지요? 그냥...그나마 운전해서 친정까디 데려다 주고 별소리 안하는 신랑을 고마워해야 하나요?
어제 엄마 얼굴 봤는데, 비가오니까 또 보고 싶네요.
울 엄마도 외할머니가 보고싶대요.
저도 외할머니도 보고싶은데...엄마는 얼마나 보고싶을까...
그래도 전 아직 엄마가 살아계시니까, 보고싶을때 목소리라도 들을 수 있쟎아요. 오늘따라 엄마라는 존재가 이렇게 그립습니다.
엄마 걱정하지 않게 잘 살아야 겠어요.
엄마는 시부모님한데도 엄마한데 하듯이 해라고 하시는데..그건 사실 불가능해요. 엄마한데 그러는거 처럼..집에서 손도 까딱 안하고 해주는 밥이나 먹고, 그럼...^^* 모르긴 몰라도 야단을 엄청듣거나, 엄마 욕먹이는 일이 되겠죠. 엄마한데 갈때는...지금 집에서 하는 것 처럼 맛있는것도 만들어주고 집도 깨끗하게 청소해 줄려고 맘을 먹는데, 왜 엄마얼굴만 보면 그렇게 손도움직이기 싫고 일하기 싫은건지 모르겠어요. 지금 시집에선 손이 자동적으로 움직이는데...

에궁..별로 심각하게 속상한 일도 아닌데 적었어요.
엄마가 보고 싶어서요.
엄마하고 꼭 같이 자고 싶은데, 너무 자주 친정에 가면 눈치 보이니까..다음달로 또 미뤄야 겠네요.
에구구구구...
다음주가 우리 시아버님 생신이네요.
결혼하고 맞는 첫 생신인데 그냥 음식점에 가서 외식하면 엄마 흉잡히는 일일까요? 아무래도 시엄니하고 의논해서 제가 상을 차리는게 좋겠죠? 울 엄마는 나한데 생일상 한번 못받아보셨는데....
불효녀가 따로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