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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이나 살고 아이없다며 다른핑계로 날 괴롭히는 남편.


BY 어떡하지? 2001-06-23

저, 결혼한지 만 8년 되었습니다.
그동안 얘기 다 하려면 무척 길지만 다 제쳐두고 요즘 벌어지고 있는 일만 써 봅니다.
저의 남편은 남들앞에서는 입이 천근입니다.
그런 사람이 요즘들어 입에 녹음기를 붙여놓은 것 같이 절 괴롭힙니다.
늘 똑같은 얘기입니다.
'이제 너에 대한 신뢰는 깨졌다. 그만 살자. 넌 너네 집에 가고. 나는 나대로 살란다'
도대체 무엇이 '신뢰가 깨졌다'는 말이 나오게 한 것인지를 물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정말 얼토당토 않은 얘기를 하더군요.
저는 지금까지 남편의 일이나, 남편 직장 상사의 일을 많이 했습니다.
집에서 살림하는 사람인데 얄팍한 재주 하나 있다고 너도 나도 일을 부탁하기에 별수없이 모두 해서 팩스로 넣어 드렸죠.
그런데 최근에 한 일 한가지가 말썽이었습니다.'
제게 일을 부탁했던 상사에게 전 일을 해주었고, 답례로 식사를 산다고 하더군요.
남편에게 같이 가자고 했더니 저 혼자 가래요.
그래서 저 혼자 가서 밥 한끼 먹고 바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나서 그분이 저희집에 전화를 세번정도 했어요.
이것저것 물어본다고.
그런데 그 사람이 직장에서는 '제비'로 통한다는 군요.
전 몰랐는데.
남편도 모르고 있다가 최근에야 그 사람의 성향을 알고서는 제게 난리입니다.
'진짜 밥만 먹었느냐? 이상한 곳은 안 갔느냐? 그런 제비가 밥만 먹고 보내주었겠느냐?'
아니, 40분 정도의 식사 시간을 자기가 더 잘알면서, 하다못해 어디서 밥을 먹는지도 가르쳐 주고 갔는데 이제 와서 난리를 칩니다.
나중에는 그 상사가 저희집에 전화를 한 것을 꼬투리삼아 사람을 때리기까지 하더군요.
솔직히 자백하라고.
전 할말도 없고, 기가 차서 대꾸할 가치도 못 느꼈습니다.
평소에도 사람을 옭아매는 성격이라 외출을 잘 안하는데, 이제 와서 어떻게 이런 일이.
그런데다가 더 웃기는 일은 돈 문제입니다.
절더러 생활비를 남자(상사)에게 가져다 준 것이 아니냐고 묻습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그 인간 제비래. 돈 뜯는 제비. 저축이 왜 이것밖에 안돼. 제비가 달라고 해서 주었나?'
정말 제가 살림을 헤프게 살았나 싶어 남편의 6년간 연봉을 모두 합쳐 보니(결혼은 8년이지만 직장생활은 6년. 2년은 내가 벌어서 먹고 사느라 저축이 없었음) 1억 정도 됩디다.
그 중에서 저축을 이제 6천정도 하고, 시댁에 생활비를 월 15만원씩 드리고, 자기 승용차 굴리고 살고 생활비 썼는데 저축이 적답니다.
그래도 그동안 제가 알음알음으로 번 돈으로 자기 메이커 옷 사입히고, 고급 구두 산 신기고, 남들은 가지도 않는 해외여행도 8일간이나 다녀오는 등 많이 호사하며 살아 놓구서는 이제 딴 소리입니다.
제가 많지는 않지만 집에서 월50만원 정도를 꼬박꼬박 벌어 들였거든요.
월세방에서 한칸 전세, 두칸 전세로 살다가 이제서야 아파트 번듯하게 전세로 들어와 살림도 들이고 하느라 돈도 좀 쓰긴 했지요.
텔레비젼부터 가전제품 모두 바꾸고, 컴퓨터 사는데만도 몇 백이 들었으니 말입니다.
바꾸지 않은 것은 승용차밖에 없었는데 저축을 따집니다.
정말 치사하게.
이제 3개월이 넘게 남편은 나만 보면 인상을 쓰면서 나가달라고 합니다.
물론 위자료나 재산분할 청구권 같은 것은 행사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고 나가라고 합니다.
명목은 절더러 '바람을 피웠다. 돈을 헤프게 썼다'라고 하는데, 알고 보면 아이때문입니다.
제게 문제가 있어 아이가 없거든요.
시험관 아기라도 해보자고 하니까 돈 든다고 안 한답니다.
그럼 입양을 하면 어떻겠느냐고 하니까 입양비가 아깝답니다.
정말 돈이라면 아주 벌벌이입니다.
이런 사람이니 돈 안주고 쫓아내려고 '바람피웠다'는 누명을 씌우는 모양입니다.
저축 통장은 모조리 계좌번호를 바꾸어 자신의 차에 싣고 다니고, 보험수령인도 제 이름을 모두 지우고 자기 엄마로 해 놓았습니다.
예전에도 어느정도는 알았지만, 지금에 와서 보니 돈 문제에 있어서는 너무 철저한 사람이라 무서울 정도입니다.
그러면서 자기 엄마랑 쑥덕거리며 통화를 합니다.
아마도 절 내쫓고 나서 새로 장가를 갈 모양이더군요.
아이도 낳아주고, 돈도 잘 벌어들일 그런 여자 말이예요.
지금까지 수족처럼 움직이며 시중을 들었던 것이 화가 납니다.
이혼 소송을 내려니 가압류할 재산도 없고(통장을 빼돌려서)참 난감합니다.

이제는 남편이 퇴근하는 것이 무섭습니다.
밤새도록 잠도 재우지 않으면서 들들 볶아대는 남편때문에 정말 자살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습니다.
그런데 제가 죽고 나면 저 인간, 희희낙낙 잘 살겠죠?
내가 더 잘 살아서 망해가는 꼴을 봐야 하는데 말예요.
자기 인물이랑 체격 번듯한 거 믿고 새장가 갈 꿈을 꾸는 모양인데, 옆에서 모자간의 통화를 듣고 있으면 구역질이 다 납니다.
어찌 저런 인간이랑 8년이나 믿고 살았는지.
하녀처럼 시중들면서 산 것이 억울합니다.

저, 정말 미칠 지경이네요.
능글능글한 얼굴을 저녁이면 또 마주보고 실랑이 할 생각을 하니 한숨만 나옵니다.
언제는 자식 없어도 된다던 그 인간을 말예요.
믿은 내가 등신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