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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스러운 남편 2


BY 속상며늘 2001-06-25

어제오후에 동생집에 갔다가 몸이 아프니까 데리러 오라했더니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언제부터 아픈지, 잘 놀다가 갑자기 왜 아픈건지 꼬치꼬치 캐묻길래 화가 났다. 게으른 남편이 나 데리러 나오기 싫어서 그러는거 뻔했다.
과거 남편이 나한테 하도 무심해서 동생이랑 짜고 남편더러 내가 퇴근하다가 너무 아파서 전철역에서 쓰러져 어디있는지도 모르겠어 걱정이라 시켰는데 정작 함께 걱정하고 나의 행적을 궁금해해야할 남편은 논문심사땜에 바쁘다고 하루종일 전화한통없었던 사람이다.
아무리 중요한 일이 있기로서니 애인이 아파쓰러져 행방을 모른다는데도 연락 없는 사람의 무심함에 가슴이 아팠지만 별 다른 방도가 없었다.

그리고 얼마전 주말 점심때 생리통으로 아파서 식은땀까지 흘리며 누워있는데 위로의 말은 커녕 배고프니 밥먹자고 해서 불평하면서도 밥을 차려주었다. 그리고 저녁이 되자 내가 뻔히 아프다는걸 알면서도 또 라면을 끓여달란다.
자기는 손이없나,발이 없나. 집안일은 제대로 하지도 않고 자기가 해야하는 설겆이는 일주일동안 몰아서 딱 한번 하면서 밥은 날마다 제대로 먹으려하고, 빨래도 자기가 해야하는데
할 생각도 안해서 보다못해 내가 하게 만들고... 도대체 나를 식모로 생각하는것만 같다.

며칠전엔 며느리인 나의 첫 생일 안챙겨준 시모한테 서운한 감정이다 했더니 한다는 말이
"어른이 아랫사람 생일을 왜 챙기냐"고 되묻는다. 이사람 세상물정 모르는거 유명하지만
이토록 모를줄은 몰랐다.
"그러면 아들생일은 챙기면서 며느리생일 안챙기는건 뭐냐?"고 물었더니
"우리엄마는 딸이 없어놔서 며느리입장을 잘 모르시나보다. 며느리한테 받을건 생각하겠지만
해줄것은 생각을 못하시나보다. 그리고 할머니한테 시집살이를 혹독하게 당해놔서 며느리한테 잘해준다는걸 생각못하시는 분이니 네가 이해해라"
정말 서러움이 몰려왔다.

자기부모 생신,명절,크리스마스는 꼬박꼬박 다 챙기며 날짜까지 꼭 맞추어 선물해야한다고
난리면서 우리부모기념일엔 말로만 "선물해드려야지.."그런다.
나는 명절,크리스마스도 부모님이 선물받는 날인지 남편을 통해 처음알았다.
애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크리스마스는 가족과 함께 보내는 날이라고 크리스마스땐 남편(당시의 남자친구)과 한번 보내본적이 없을정도다.
자식들 생일에는 선물도 안하시면서 시부모생신때 선물이 없으면 보통 섭해하시는게 아니다.

너무나 가부장적이고 보수적인 내남편, 자기는 경상도 사람이니까 그렇단다.
결혼전에는 안그랬는데 결혼하고나니 남편이 왜이렇게 답답하고 나를 미치게(?)하는지 모르겠다. 우리친정부모보다 자기부모는 나이가 더 많으시니 자기네 부모가 더 우선이라고 한다.
자기네부모가 불쌍하단다. 우리부모는 잘사니까 안불쌍하단다.

우리남편 나한테 잘하는거 거의 없다. 퇴근해서 집에가면 내가 밥하고 아홉시경에나 남편이 오면 그제서야 기다렸다 같이 밥을 먹는다. 밥먹을때 나는 대화라도 하고싶은데 티비켜고 밥먹고나서 바로 컴퓨터앞에 앉아 자기 논문 쓰느라 바쁘다. 나한테 눈길한번 안준다.
나는 큰걸 바라는게 아니라 손잡고 잠깐이라도 이야기하고 싶고 눈마주치며 앉아있고 싶을뿐인데...
주말에는 자기좋아하는 클래식음반사러 음반가게에 가잔다. 그러고는 그게 나랑 놀러가는거란다. 백화점쇼핑 좀 하자고 간신히 끌고가면 빨리빨리 사라며 자기의 아까운 시간을 뺐는다며 화를 낸다. 쇼핑하면서도 언제 짜증을 낼지 몰라 심장이 떨려서 계속 눈치를 보며 쇼핑을 한다. 쇼핑하다가 잠시 쉬면서 뭐먹을때 꼭 이런다. "으휴~ 내가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는사람인데... 나 일(논문)해야하는데.. 너랑 이렇게 놀고 있을 시간이 없는데.." 늘상 이런다.
잠깐 놀면서도 짜증나게 이런 소릴 꼭 한다.
주말에도 나랑 안놀아줘서 내딴엔 심심하고 복수(?)할겸해서 동생집에 다녀오면 화를 낸다.
자기밥도 안해주고 주말내내 동생집에서 놀다온다며. 토,일요일동안 밥한끼도 못먹었다며 나한테 뭐라고 한다. 지는 손이없어,발이없어. 왜 내가 밥,라면을 다 만들어 바쳐야하는데?
내가 밥해주는 식모인가보다. 처음엔 참았지만 요즘엔 그런말 들으면 정말 울분이 솟구친다.
자기할일은 제대로 하지도 않으면서 나한테만 잘하기를 바라고..
결혼해서 재미나게 좀 먼데 놀러라도 가본적이 없다. 겨울에 내가 스키장가자고 해도 움직이기 싫다고 해서 혼자다녀왔다. 다녀오면 또 짜증이다. 내가 없어서 굶었다고...
너무너무 화가나고 돌아버릴것만 같다.

그리고 자기의 사소한 일도 내가 다 처리해주길 바란다. 서류문제,보험, 계약해지, 심지어는 우유,요구르트 신청까지 내가 다 해줘야한다. 내가 비서인줄 아나보다.

그리고 남편공부하는거 물어보면 짜증낸다. 자기는 그런거 물어보는거 싫어하니까 물어보지 말란다. 또한 남편은 내 일에도 관심이 별로 없다.

밤엔 잠도 나혼자 자야한다. 같이 자자고 하면 강요하지 말란다.
일주일에 같이 잠자리에 드는적 거의 없다. 어제는 너무 화가나서 대체 당신이 나한테 잘하는게 뭐냐고 소리치고 성질을 부렸더니 내 성격이 더럽단다. 자기가 어쩌다 성격더러운 여자랑 결혼했는지 모르겠단다.
우리남편은 날이 갈수록 나를 바보,식모,악처를 만들어가는것 같다.

차라리 평범해도 나한테 잘해주는 남자가 좋은것 같다. 나는 무엇을 바라보고 기대어 살아야하는지 모르겠다. 집에 가도 재미가 없다.
내가 판 함정에 내가 빠졌다는 말씀은 제발 하지 말아주세요.
지금 저는 무척 괴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