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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속 상해요.


BY 답답녀 2001-06-25

저는 결혼한지 7년차 전업주부입니다.
남편과는 중매반연애반 해서 결혼을 했습니다.
서로 직장관계로 떨어져 있어 주말이나 휴일외에는 못 만났죠.
또 저는 오빠가 없어 남자들끼리 술을 마실 기회도 못만들어
남편의 술버릇이 있는 줄은 몰랐답니다.
남편은 술을 마시면 필름이 자주 끊어집니다.
물론 마실때마다 그런 건 아닙니다. 보통 2-3개?셉ㅅ?길면 4개월
정도되면 대형사고를 터트리고 만답니다.물론 그사이도 술은 마시지만
별 사고는 없습니다. 약발이 그정도는 가는 모양이더라구요.
제 가계부는 가계부용도도 용도러니와 남편 귀가시간,술마시고 일어난
사건사고를 기록하는 일지이기도 하답니다.
술때문에 가방,지갑,돈 카드,옷(양복마이,바바리,넥타이),시계,반지,
마후라,등 같은종류로 잃어버린게 한두번이 아니고 심지어 교통사고가
나 병원에서 머리를 몇바늘 꽤맨적도 있고, 언젠가 집에 오는 좌석버스를 타고 오다가 운전수랑 시비가 붙어서 몇백만원 물어 준적도
있었죠. 뭐 기물파손및 손해배상청구라나 .. 본인이 술먹고 기억못하니
할말이 없는 거죠. 또 경찰이 순찰차를 운행하다가 길거리에서 쓰러져
자고 있어 데리고 온 경우도 있고,밖에서 잠이들어 새벽에 들어온 경우도 몇번 이날까지 속상한 것 다 말로 못하고 글로도 다 못씁니다.
참고로 저의 시숙도 저의 남편과 비슷합니다. 제 손윗동서랑 가장
잘 통할깨가 서로 남편 술마시고 생긴 일이야기할때라면 말 다한거죠.
5년전에 돌아가신 저의 시어머님은 적어도 15년이상 시아버님이 돌아가시고 난 다음 당신 혼자서 시골에서 농사 지으시며 아들둘,딸둘 다
대학까지 보내시고 자식들을 훌륭하게 키우셨다고 주위분들은 말씀들
을 하셨죠.
돌이켜 생각해보면 딸들관 달리 아들들은 공부하며 객지에 나와 술을
잘못 배운 것 같더라구요. 술을 잘못 마셔도 간섭하는 어른이 있으면
이러지는 않았을텐데하고 말입니다. 이미 큰 병이 되어버린 거죠.
저의 남편이 시숙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답니다.
지난 11월에 경찰서에 한번 다녀 온후로 용하게도 정말 용하게도 오랜기간을 잘 지켜주어서 이제 이사람이 나이도 먹었고 아이들도 커 가니
정신을 좀 차리나 싶었습니다. 공부도 열심히 하고 착실하게 생활을
하더라구요. 뭔가 비장한 결심을 한듯 말입니다. 그래서 이뻐서 보약에 겨우내 아니 봄까지 곰국을 끓여먹이고 나름대로 잘 지냈답니다.또 7월에 개소주를 해 먹이려고 부탁도 해놨죠.
마음속엔 불안한 잔재가 계속 남아 있었지만 애써 잊어버리려 했죠.
그랬는데 6월 들어 술을 마시는 횟수가 조금씩 늘어나더니 22일날
급기야 새벽 4시가 넘어 들어왔는데 옷이며 몸이며 또 엉망진창
말이 아니었지만 별일없었겠지 싶어 그냥 넘어 갔습니다.
화가 풀어진 것은 아니지만 할말은 하고 지냈죠. 그랬는데 오늘
아침에 책상위에 메모를 남겨놓고 나갔더라구요. 가방을 잃어버렸다고...가방안에는 영어책과 어학용카세트,지갑-돈,카드..가 있었죠.
아 그렇게 염려하던 일이 또 일어난 것입니다.
이제 괜찮아지려나 했는데 그동안 받았던 반성문과 나의 애원과 협박에 그도 정신을 차렸나 싶었는데 말입니다.
정말 도대체 그끝이 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시간이 지나면
지병처럼 도지며 자신을 잃어버리는 마술에 걸린 내 남편을 어찌해야
할까요.
제 남편은 시골태생이지만 날,아이를 지극히 존대하며 반듯한 사람입니다. 자신도 무척 괴로워 합니다. 어쩜 자신이 나보다 더 괴로워 할지도 모릅니다. 그전에 전 남편 기분 생각않고 화만 냈지만,자신도
어찌할지도 몰라 괴로워 하는데 내가 자꾸 퍼붓는다고 될일이 아니다
싶더군요. 직장생활하면서 술을 안 마실수도 없고, 또 술이 없으면
안되는 하루라도 술을 안마시면 안되는 알콜중독자도 아니고 ....
이제 부모님께도 친구에게도 말못하는 내 심정을 어찌하면 좋을까요?
정신병원에 의뢰를 해 볼까요?
오랜망설임 끝에 이야기를 올려봤습니다. 님들은 어찌 생각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