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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노는 여자


BY chris 2001-06-26

속상한 얘기는 아니고...
그저 한번 물어보고 싶은 일이에요.

저는 천성이 좀 게으르기도 하고
뭔가에 집중하는 걸 좋아해서 집밖으로 잘 안나간답니다.

쾌적하고 취향에 맞게 꾸며놓은 집에서
책 읽고, 그림 그리고, 퀼트도 하고 케이블영화도 보고, 피아노 치고
인터넷 여행을 하다보면 하루가 그런대로 즐겁게 지나가지요.

어릴때부터 친했던 친구가 5-6명있고
그 중 둘은 정말 친하답니다.
자주 만나는 건 제가 게을러서 못하지만
한달만에 만나도 어제 만난것 같이 편안한 애들이죠.


남편과는 더할수 없이 사이가 좋고
시댁과는 뭐.... 어디까지나 시댁이니까
너무너무 좋은 정도는 아니라도
워낙 선한 분들이라 별 신경쓸일 없이 무난하게 지냅니다.
하나있는 아이는 공짜로 키운다 싶을만큼 엄마를 편하게 해주고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있구요.

제가 나가는 건 토요일, 일요일
남편과의 쇼핑이나 외식, 여행을 할때 뿐
대부분은 집에 있을 때가 많아요.

그래서인지
아파트의 다른 집 아이들이
유치원에서 돌아와 엄마가 없으면
울면서 우리집에 오곤하지요.
과자를 잘 줘서 그런가..??? ㅎㅎㅎ

저는 제 생활에 불만이 없는데
아파트 아줌마들 눈에는 제가 이상해 보이나봐요.

어떻게든 밖으로 끌어내려하고
죽을 날이 더 가까운 저한테 성격개조를 하느니 마느니...
우스울 때가 있답니다.

집이 더 좋은 사람은 집에서,
바깥활동이 더 좋은 사람은 밖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면 되는 것을,
획일적인 잣대로
집에만 있으면 무능한 것 같이 느끼는 주부들이 많아 안타깝습니다.

정작 고급문화는 절대로 접할 수 없는 각종 문화센터,
하루라도 빼먹으면 뭔가 허전한 아줌마들끼리의 수다모임,
- 꽤 재미있지만 건질만한 얘기는 별로 없죠, 아마? -
아줌마들도 아름다워야 한다는 무언의 사회적 분위기에 휩쓸려
지나친 돈이 낭비되는 외모가꾸기 열풍,
제일 나쁜 건,
자신과 다르게 사는 아줌마들을 인정하지 않는
닫힌 마음이랍니다.

아줌마들이 예전보다 즐겁고 활기차게 사는 모습
참 보기좋습니다만,
그것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어서는 곤란하다는 생각입니다.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
자기나름의 생활이 있는 인생,
다른 사람의 생활을 충분히 인정하고 배려하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겠죠.

불과 얼마 전 시대만해도
수줍음 많고 고분고분하고 살림 잘하는 여인들만이 바람직한 것인양
여자들에게 족쇄를 채우더니
이제는 노래방 가서 한노래, 한춤 하지 않으면
사회성에 문제가 있는 여인으로 몰아갑니다.

외향적인 사람은 특유의 친화력으로 훌륭한 사회구성원이 될 것이요,
내성적인 사람은 독특한 자기분야에서 일가를 이룰테니
아이를 키울때도 무조건 튀기만을 강요하지 말고
특성에 맞게 양육해야하지 않을까요?

참고로 우리아이는 활달하고 친화력이 대단합니다.
대신 차분하게 이것저것 챙기는 부분이 좀 약하지요.

동네에서
혼자 노는 여자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는지요, 아줌마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