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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누와의 전화


BY 이집트의전설 2001-06-26

비가 올런지 하루종일 먹구름이 낀게 정말 장마가 시작되려는지...
속상한 마음에 올케언니에게 전활걸어 시집살이 얘길 쭉하고나니
울 올케언니 왈 아가씨가 이왕 그집으로 시집갔으면 그 사람들하고 평생 얼굴보고 살아야 하니까 손위 시누이한테 전활 걸어서 잘 얘기해 보라고 하더군요. 종일 고민하다 전활 걸었습니다.
쌀쌀 맞게 받으시더군요. 어찌 지내시냐는 물음에 일언지하에 너같으면 잘 있겠냐 하십니다.가슴이 아프더군요
왜 전화했냐는 물음에 그냥 이렇게 답했습니다.
"형님도 결혼해 보셔서 잘 아시잖아요? 어머님과 저는 다른 세대를 사는 사람이고 아무리 제가 잘 한다해도 어머님들이 살아온 방식과
요즈음 신세대들의 방식은 틀린데 어찌 제가 맘에 드시겠어요
물론 저역시 한다고 했지만 엄머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서운 하실수도 있겠다 싶네요. 제가 아무리 못해도 동생처럼 다독여 주시고
친구처럼 이해해 주시면 전 더 잘할것 같은데 형님이 전화하셔서 이것저것 다 맘에 안든다 하시니 저도 서운한 마음에 형님이 전화해서 이렇다 저렇다 말씀하시는게 좋게 들리지 않았어요. 저도 다 잊고
살고 싶으니 형님도 그리 해주세요"
손위 시누이 한참을 말이 없더니 제게 말하더군요
본인은 시누이가 없어서 시누가 어던 존재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이 어린 동생들 돌보고 옷사입히고 말썽불릴때마다 안아주고
엄마처럼 키웠는데 저는 시누이를 그저 남편의 누나이상으로 밖에 생각하지 않는다고....
어머님이 15년동안 슈퍼를 운영하시는 동안 3살터울씩인 남편의 3남매는 별로 엄마의 정을 느끼지 못하고 자란건 분명한데...
우리 시누이 말하는것으로 보아서는 시누이 이상 , 그러니까 시어머니와 똑같은 대접을 받고 싶은 모양이더군요
형님이 아무리 월급받아 저희 남편 옷을 사주고 용돈을 주었을지는 모를지언정 제겐 시누이 이상은 아닌거 같은데....
어릴적 동생들 챙겨주는것은 장남이나 장녀가 본인도 모르게 느끼게
되는 책임 의식이 아닐까 하는데.....
제 생각이 잘못된 걸까요?
손위 시누이는 여러 말들을 했지만 결국 그 얘기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시누이는 시누이고 시어머니는 시어머니라 생각합니다.
어찌 형님마저 시어머니처럼 모시고 살겠어요?
형님 전화 끊으시면서 7월3일이 아가씨 생일임을 알려주는데
"***생일알지? 알아서 잘 챙겨!"
이미 알고 있었고 잊어버릴까 미역도 빨아 냉장고에 어제 넣어두었는데 왠지 마음에 돌아서 버리네요.
거의 한달 가까이 저를 무시하는 아가씨의 행동도 밉고
그런 아가씨 눈치 보며 살살 비위 맞추는 신랑(저희 친정엄마가 시켰답니다)도 밉고 멍석 깔고 생일상 차리라는 형님도 밉고.....
머릿속도 복잡하고 분가라도 할 수 있는 상항이면 좋겠는데
남편은 아무리 조곤조곤 얘기해도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기다리라는데
그때가 언제인지도 모르겠고 아마 그때 기다리다가 제가 지쳐 죽을 것 같습니다. 그나마 아버님과 신랑 때문에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