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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싶을 뿐


BY 이름이 있다한들 2001-06-28

마구 소리지르며 달려볼까?
주먹으로 유리창을 깨볼까?
방문 확 열고 물이라도 한 바가지 뿌려볼까?
그냥 조용히 사라질까?
....
나에게는 안 일어날 줄 알았는데.
나에게 닥쳤던 일은 모두 잘 풀렸었는데

갑자기 발표를 해도 준비 해 온 친구보다 더 잘했었고
시험공부를 해도 중요한 것 요지를 잘 추려 밤새우고 달달 외운 친구보다 점수 좋았었고
졸업전에 취직되어 모두 부로워했었고
남들이 가난하다고 다 말리는 결혼
정말 정답처럼 사랑으로 이겨내고
800짜리 옥탑방에서도 불평 한 번 안하고
이제는 주의사람들에게
진정한 사랑의 가정이라고
어디서 저런 옥석같은 신랑을 만났냐고
하는 그런 소리까지 듣는
행복의 표본이라 믿고 살았었는데


내 남편이 다른 여자랑 잤다
직업여성과
몇 번인지는 모르지만
여러번이리라 추측된다
한 여자와

물론 사랑도 아니다
계속적인 것도 아니다

너무 미안하다고도 했다
다시 태어나고 싶을 정도로 후회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난 견딜 수가 없다
우리 시아버지 집으로까지 술집여자 데리고 와서 잤었단다
평생 시어머니 눈에서 피눈물 나게했다

미래를 믿을 수가 없다

나 진정으로 내 남편 사랑한다
정말로 내 남편 존중해줬고
존경했었다
나의 사랑의 원천은 내 남편 인격에 대한 존경이었다

이제는 모든 것이 무너져내렸다
내 꿈도
남편은 안다
나의 꿈을
결혼하기로 약속하던 날 처음으로 얘기하고
수시로 나누던 우리의 꿈
이제는 날라갔다
머리 백발 되어 고운 자태로
그 오랜 세월동안 쌓인 신뢰와 존경과 사랑의 마음으로
두 손 꼭 잡고
설레이는 맘으로 데이트 하자던
나의 꿈이었지만 우리의 꿈이 되었던
그 꿈이 ..

시부모님 77,78세이신데
서로 증오와 경멸로 사신다
시어머니 정말 인격 좋으시고 존경 받으실 분이신데
신이 아니신지라 시아버지 용서 못 하신다
우리 부부 그런 시어머니 백번 이해한다

우리는 그렇게 살지 말자고 정말 소망했었다

나는 앞으로를 못 믿겠다
과거의 일은 이 악물고 해결본다 해도
신뢰가 무너전 이 마당에
무서울 뿐이다
서로 미워하기 전에 헤어져야 하는게 아닐까?

가슴이 너무 아파
온 몸에 힘이 빠지고
이 자리에 살포시 주저앉아 사그러지고싶다
그냥 살며시 어디론가 스며들어 사라지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