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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꽁이 생각


BY matilda1961 2001-06-28

어릴 때부터 나는
청빈을 칭송하는 글이나 교육을 통해
빈부에 대한 편견을 가지게 되었다.
그것은 주로 가난한 글쟁이들의 자기위안에 불과한 거였는데
나는 그것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
이분법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즉, 가난한 자는 정신적으로 숭고하며
부자들은 부도덕하고 타락한 자라고...
가난을 미화시키는 글들은 꽤 많았고, 부를 추구하는 것은 속물적인 거라고 생각했다.
외모도 그와 같은 선상에서 보면 잘 생긴 남자들은 왠지 느끼하게 여겨졌고, 오히려 좀 안 생긴 남자가 더 좋게 느껴졌다.
그런데 요즘 세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놀부숭배가 과거보다 훨씬더 강해졌고,
가난한 흥부에겐 복을 주는 제비커녕 오히려 흥부의 마지막 남은 쌀알을 잔악하게 챙기려는 사기성 제비만이 날아들어 골탕먹이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뚱뚱함이 게으름과 무능의 상징으로 기피되는 것처럼
가난 역시 혐오의 대상이 되어 버렸다. 고로, 가난하고 뚱뚱한 나는 이미 기피와 혐오의 대상이라고 보면 된다.
그럼 과연 나는 게으르고 무능한 자일까?
오늘 서점에서 본 책 제목에 이런 것이 있었다.
"바보는 최선을 다 했다고 말한다."
그 저자의 생각이 옳다면 나는 분명 바보 축에 속한다. 최선을 다했다는 것...그건 분명히 변명이다.
그 흔한 배낭여행, 어학연수조차 받아보지 못하고
떠밀려온 나는
이 거대한 자본주의사회 시스템에서
번번이 느낀다.
정말 나는 아무것도 아닌 자라고!
밟으면 꿈틀거리는 지렁이만도 못하다고...

살아남기 정말 힘들다.
이제야 나는 어렴풋이 흥부전은 기득권 세력의 강화를 위해 날조된 거라는 걸 깨달았다. 또한 착하고 나약한 인간을 양산해내는 종교의 지배이데올로기에 세뇌되어 죄인노릇 자청하면서 순종, 희생, 양보, 겸손...그들이 가르쳐준 덕목에 길들여진 결과, 내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들었음을, 벼랑에 서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속은 것이다.철저히!!!
내가 처음부터 빈털털이 남자를 만난 것도
가난한 날의 행복이니 뭐니를 읊어대는 구태의연한 글들을 읽거나 접한 탓이다. 가난은 모든 악과 불행의 원인이며 박멸해야할 바퀴벌레일 뿐이다.
하지만 누구도 부자가 되라거나 부자가 되는 법 따위를 가르쳐주지 않았다.
얼마전 버스 안에서 한 10대 여학생의 장래 희망이 재벌 당사자가 아닌, 재벌부인이 되겠다고 말하는 걸 들었다. 여전히 여성은 남성을 통해 부를 획득하려는 존재다 싶어 쓴 웃음을 지었다.그 여학생은 분명 실리콘 공주 후보 1위가 될 것이다. 그렇다 해도 내가 관여할 일은 아니다.
학창시절, 단순암기로 습관화된 두뇌는 비판력과 사고력을 잃은 채 표류하게 되었고, 이제야 나라는 한 개인은 기득권 계층의 존속을 위해 교회나 학교, 정부가 양산해낸 순진한 희생양임을 깨달았다.
산업의 급속한 발전은 여성의 빼빼마른 몸과 놀부식 삶을 예찬해 왔고, 그 와중에 나처럼 갈등하는 소시민이 많은 걸로 안다.나의 가치관을 형성하게 만든 장본인들이 안면을 바꿔 이제 시대가 바뀌었음을, 달라져야 한다고, 변해야??살아남는다고, 바꾸라고 강짜를 부린다.

속이 시원하게 뺨다귀를 갈기고 싶지만
자본주의와 남성지배 사회의 면상이 하도 넓어서
때릴 곳이 없다. (정말 속 상해!!!!)

학문, 예술, 종교, 도덕, 양심, 사랑, 우정 등 내가 우선시했던 가치는 돈, 권력, 쾌락, 명예 등에 의해 처참하게 떠밀려 짓밟히고 파괴되어 버렸다.
나는 아직 돈이나 권력, 쾌락이 뭔지 모른다.
그게 그렇게 좋은 건지
눈이 뒤집혀 인사불성될 정도로
부모, 형제도 몰라볼 정도로 대단한 것인지...
나의 주머니는 여전히 비어있다.
20대때처럼 여전히...
노력부족이라고 매도당하기엔 억울하다.
어디 가서 도둑질이라도 하란 말인지...
나의 가난을 비웃는 백화점 직원들의 눈빛에
정작 나는 가난이 내 잘못이 아닌
사회제도, 교육, 구조의 탓임을 알리고 싶다.
저항하고 싶다.
건강이 아닌 미용을 위해 내게 살 빼기를 권유하는 이 세상에
떳떳이 묻고 싶다.
그대들 영혼은 어디에 팔았냐고?
더러운 사창가 뒷골목, 빽빽한 전화방이나 비디오방,
딸같은 10대 여학생의 엉덩짝에 묻혔냐고?
그러고도 그 뻔뻔한 야만의 문화를 대단한 것처럼
포장하여 사람들을 현혹시켜 간을 파먹는
천박한 21세기 문화여, 실컷 잘 먹고 잘 살아라!

나의 피해의식과 질투를 없는 자의 것이라며
빙그레 웃는 자본가들아.
실은 너도 부자가 되고 싶은 거지? 하면서
능글능글 다가오는 꼬리달린 짐승들아.
갖가지 상술과 묘책과 권모술수와 아첨과 거짓말로
다가오는, 돈에 미친 짐승들아.
미국, 일본 헉헉대며 쫓아가느라
전통 재발견, 창조적 인재 육성에는 등한한 놈들아.
자본주의의 노예요, 성산업, 미용산업의 일등 공신인 잘난 놈들아.
악에 물든 미친 놈들아 (주로 남자들임)
나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절대로!!
나의 가난을 비웃지 마라.
내 드러낸 뱃살을 헐뜯지 마라.
난 이대로 버틸 것이다.
너희들 하잔 대로 나를 끌고 갈 생각 하지 마라.
나는 흙이 좋다.
나무와 자연이 좋다.
온 국토의 러브호텔, 허가 좀 그만 내라.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으니
경제대국 11위까지 됐으니
이제 좀 사회복지에 신경 써라.
호주제 빨리 폐지시키고
이번에 통과시킨 모성보호법에 생리휴가는 왜 빼버렸냐.
할려면 제대로 해라.

이제껏 다달이 세금 꼬박꼬박 잘낸 나같은 맹꽁이에게
혜택은커녕 물가 좀 그만 올려라.
니네들이 저지른 일, 왜 착한 국민에게 뒤집어 씌우냐?
국민을 봉으로 알고 함부로 하는데
국민 무서운 줄 모르는 놈들치고 잘된 놈 못 봤다.
말로는 정의로운 사회, 바른 사회 이끄는 수호자인양
돌아서면 행동은 정 딴판인 주제에
니네 하는 일이 대체 뭐냐?
국민의 불행과 아우성, 못 들은 척 외면하고
니들은 국회의사당 전용 사우나에
때빼고 기름치고
그 잘난 금뱃지 자랑하러 다니는 꼴이
참 우습기도 하구나
자리에만 오르면 과거는 까마득히 잊어버리는
건망증 환자들에게 정치를 맡기다니!

사회비판, 듣기 싫겠지...
칭찬만 듣고 싶겠지.
잘난 국회놈들, 아줌마닷컴에 와서
고통받는 여성들의 소리에 귀 기울일 생각
한번이라도 한 놈 있으면
내가 이를 안 갈겠다.
언제 너희가 여성을 위한 정책을 폈더냐?
평생 가도 너희들은 계속 그 타령일 것이다.
너희들이 안 변하는데
우리보고 변하라구?
천만에...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지.
내 아무리 노력해도 가난한 건 뭐지?
내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무시당하는 건 뭐 때문이지?
이제 그 잘난 인터넷
각 가정마다 한대씩 설치시켜 놓고
자기네 무능과 잘못으로 생긴 국민의 불행을 잊어버리게
자기네 비판하지 못하게
은근슬쩍
온갖 음란한 프로그램 방치시키고
강간, 살인의 패륜 일본게임 통과시키고
국민들 딴데 신경쓰게, 말초신경 자극시켜
엉뚱한 화풀이 대상을 찾게 만들고,
연예인 사건 크게 터뜨리고,
연일 그 얘기말고는 할 게 없는 멍청한 국민으로 만들고
아직도 여성개발지수 하위국에
보수적인 유림들이 여성집회 반대하는 그런
호호호, 호랑이가 담배피던 그 시절과
다를 바 없는 나라.
그래도 그 시절엔 애들이 어른 공경할 줄은 알았지
선생 어려운 줄은 알았지.
굴뚝마다 인정은 넘쳤지.
예절도, 예의도, 상식도 무너진
파렴치하고 몰염치한 나라.
실리콘 공주가 넘쳐나는 나라.
정말 놀라와라.
초현대적 최첨단 시설을 장비한 우리네 가정 곳곳에선
남편에게 맞는 여자들 비명 새어나오고
학대받는 아이들 울음소리 들려나오네
휴대폰, 화상 카메라, 컴퓨터, 자동차
없는 게 없는데
그들 얼굴 왜 그리 행복해 보이지 않지?
그렇게 편리하고 풍요로운 물질생활에
쭉쭉빵빵한 미인들, 넘쳐나는 제비들...
정말 놀라와라.
영혼을 잃어버린 공허한 얼굴들
찜찜한, 뒤가 켕기는, 불행한 모습들...
이렇게 되려고
그렇게 죽자고 달려왔나?
제발 좀 이제 그만
가지면 가질수록 불행한 걸 알았다면
이제 기득권층부터
가진 걸 내놓으시지.
국민의 인권 존중해주시고
부당한 재물, 사회에 되돌리시지.
결혼후 15년이 되도록
힘껏 일해도 고작 18평 아파트가 전 재산인
나처럼 세 끼 먹고 사는 것도 버거운
서민들에게 국가의 소중함과 고마움을 알게 해주시지.
그러쟎아도 죽어가는 서민들
야금야금 세금 뜯어갈 생각 좀 그만하고
우리 모두 정당하게 나눠 갖는 세상 좀 만들어 보시지.
노력에 따른 합당한 대가.
참 말은 근사하다!
여기저기 섹스중독, 알콜중독, 증권중독, 컴중독, 쇼핑중독
그딴 거나 하다 죽으라고
분위기를 조성해놓고

내 글이 너무 길었나?
이런 사이트에서의 푸념이
현실 개선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인간의 근본적인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는데...
왜 철학과, 인문학과 다 죽이는지 몰라.
세계화, 세계화, 정말 구호는 거창하다.
왜 정부에서는
인간화, 인간화를 안 외치는 지 몰라.
하긴 인간다움보다 주먹이, 돈이 더 우선하니까...
정말 개같은 세상이다.
사람 같은 세상 만들려면
아직 멀었다.
인간의 기초를 허물면서 무슨 미래가, 무슨 희망이 있다구?
자기 다리 잘라가며
피자나 햄버거만 먹으면 뭘 해!!

나는 복고주의자다.
옛날이 그립다.
옛날이 훨씬 행복했다.
여권이 높았다는 고려시절로 돌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