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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기???


BY 퉁퉁이 2001-06-30

어제 밤에 괜히 투닥거리는 걸 잊었는지 아니면 무마하려 그랬는지 아침에 신랑이 누워있는 제게 "한번 돌아누워봐"하는걸, 퉁명스럽게 "왜!"했더니, 그 남자 두말도 없이 그냥 됐다는 표정으로 돌아눕습니다.

그럼, 전 또 뒤에서 혼자 씩씩댑니다.

이 남자, 얼마전까지만 해도 제가 표정이 우울하면 왜 우울한지,
화를 내면 왜 화를 내는지, 일일히 물어보고, 싸워도 하루를 넘기지 말자던 남자입니다.

근데 요즘은 어떠냐구요?
한마디로 전 개가 되는 느낌입니다. 어느 집 개가 짖냐...는 식이거든요.

맞벌이를 하다보니 저녁에 만나도(?) 별로 대화라고 할만한 대화를 할 시간도 없죠. 한 사람은 아이 뒤치닥거리 하고, 한 사람은 청소하고 옷 다리고 등등...
밤늦도록 잠이 없는 아이를 재우다 보면 금새 아침이기 일쑤구요.

결혼생활 5년째입니다. 연애를 5년 했으니, 올해로 10년이 되는군요. 근데, 그동안 남부럽지 않은 잉꼬부부라고 자칭 타칭 했던 우리인데, 요즘은 제가 변한건지, 남편이 변한건지, 우리 사이는 냉랭하기만 합니다.

안그럴려고 해도 괜히 말이 퉁명스럽게 나가구요,
제가 한번 툭 쏘면 남편은 두번도 더 안물어봅니다. 그럼 또 그런 남편이 밴댕이 소갈딱지처럼 보이는거 있죠.

제가 "다다다" 속사포처럼 따지면, 겨우 한다는 소리가 "내가 뭘?"입니다. 한마디로 전 혼자 흥분하고, 혼자 난리 브루스를 치는 여자가 되는거죠. 그러니 싸움도 안됩니다. 상대를 해줘야 싸우죠.
제 맘이 당장이라도 다 깨부수고 한판 붙자고 하고 싶지만,
저 남자 성격에 정말 제가 그렇게 나가면 절 동네 개 취급할 것 같아서 제가 차마 그렇게 끝까지는 못 가보겠습니다.

남들은 다들 그러죠. 무슨 복으로 저런 남자 만났냐고, 행복하겠다고.
하지만, 다른 사람 보기엔 정말 성격좋고, 저한테 쥐어사는 것 같은 남자지만, 사실적으로는 그렇지도 않은 남편의 이중성격을 어떻게 해야할까요?
자기 싫은 쳐다보지도, 듣지도 않으려는 사람이죠.

10년만에 서로의 눈에서 콩깍지가 떨어져 나간건지.
이젠 서로 더이상 서로에게 잘 보이려고도 안하고, 걱정도 안하고,
니 떡 너 먹고, 내 떡 나 먹는다는 식으로 사는거 있죠.
어디, 이 남자 어디까지 가나 한번 두고 볼랍니다.

내가 부어있어도, 성질 급한 제가 먼저 말하기 전에는 아는 체도 안할거구요, 왜 아는체 않냐고 따지면 "그렇지 않아도 물어보려고 그랬어"하고 눙치겠죠?

이건 무신경한건지, 무관심한건지, 알 수가 없는 남자.
서로 기분이 좋을 때는 세상에 둘도 없이 다정하다가도,
조금이라도 제가 삐딱하게 나가면 여지없이 돌아서버리는 황당한 거짓말쟁이같은 남자.

제가 오늘 이 남자랑 기어이 한번 맞짱을 떠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