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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물 확인해 보셨나요?


BY 화난이. 2001-07-02

아파트 단지에 살다가 오피스텔로 이사를 왔는데
이 동네는 세탁비도 비싼지 먼저 살던 곳에
비하면 세탁비가 거의 두배가까이더라.
그래서 언니네 동네 싼집이 있다기에
흐뭇한 맘으로 겨울양복에 니트에
있는 것 없는 것 옷장을 다 뒤져
가까운데서 하지 번거롭게 한다고 한 소리 하는 신랑
우겨서 차로 세탁물을 맡기고 별 의심없이 찾아왔는데
어제 밤늦게 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세탁한 양복을 한번 확인해보라고.
옅은색의 양복 얼룩이 그대로라며 세탁은 하지 않고
다림질만 해온것이 틀림없단다.
혹시나 하며 하나씩 살펴보니
세상에 믿을 사람 없다더니...
역시 아이보리색 바지는 밑단의 검은 때와 얼룩이,
검은 양복은 소매 안쪽의 흰 안감이 때가 묻은채 그대로이고
앞자락에 점심때 먹은 찌개국물인지 고춧가루 섞인 얼룩까지
그대로 남아 있는것이었다.
인상이 좋아 보인다고 언니에게 그 아줌마 칭찬을 아끼지 않았는데
사람 겉모습만 보고는 모른다더니
내가 사람보는 눈이 이리도 형편없었나
자괴감까지 들더라.
사기충천하여 큰아이에게 집을 맡기고 몇가지 때가 심하게 남아있는
세탁물을 들고 자전거 타고 갔더니
오전에 언니가 환불해간 뒤라 미리 대비하고 자리를
피했는지 주인은 공장 갔다며 연락도 안되고 언제 올지도
모른다고 아르바이트 아줌마라는 이가 자기는 모른다며 시치미를 뚝떼는게 아닌가.
언니야 소액이니 환불해 줬지만 난 금액이 커서 환불해주지
않기로 작정했었나보다.
참 기막혀서 세탁물을 보여주니 그에 대해서는 한마디 않하고 영업방해가 된다며 비켜달란다.
웬만해선 남들과 옥신각신하는걸 지극히 싫어하는 나인지라
핸드폰으로라도 연락을 해달라니 끝까지 핑계대며 연락을 안해주더라구.
정말 날도 더운데 열 받더라...
결국 안가고 기다린덕에 주인이랑 통화했더니 역시 기대하던 답은
안하고 오리발이더라.
그래서 언니네 집에 들렀다가 주인이 온다는 시간까지 기달렸다가
겨우 더이상 제눈으로도 어찌할 수 없는 더러운 바지와 양복상의만
재세탁하기로 하고 더이상 말하는 것이 입만 아픈일이란걸 절감하고 뒤돌아 나왔다.
내 묵주 반지를 보며 성당 다닌다고 아는척까지 하던 이가....
하루이틀하고말 뜨내기 장사도 아니고
어쩜 그리 비양심적으로 돈을 버는지.
가격이 싼 때문인지 여전히 손님은 밀려들더라만
나 같은 사람이 없으리란법 없겠지.
그 사람이 얼마나 큰 영화를 볼까.
자신의 양심을 팔아가면서......
내내 기분이 영 안좋다.
좀더 적극적으로 따지지 못하고 쉽게 한발 물러서 버린
내가 아직도 난 멀었구나 싶고.

정말 화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