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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 죄송합니다.


BY 사이다 2001-07-03

제게는 시아버님이 계십니다. 물론 시어머님도 계시지요.

오늘은 우리 아버님 이야기만 하고자 합니다.

우리 시아버님 표면상으로는 대학에 교수로 재직하시다 정년퇴직하신

학자이며, 퇴직후에도 그냥 놀고 계시는게 아니고 연구소를 운영하면

서 정열적으로 사시는 분입니다. 어디까지나 표면상으로는 말이죠.

우리 아버님께는 3남 3녀의 자녀가 있습니다.

이 자식들 겨우 겨우 대학까지 졸업했습니다.

아버님이 등록금 대주신 것 없습니다.

어머님이 친정쪽에서 빌려서 갚고, 또 빌리고 갚고, 친척들에게도...

우리 아버님 칠십이 넘으신 지금까지 어머님께 월급봉투 갖다 주신적

없습니다.

월급 받아 어디에 쓰시는지 혼자 다쓰시고, 어머님께 빚얻어오라 해

서 쓰시고, 갚기는 어머님이 갚고..생활비도 식비로 20만원 주시는데

그것도 요즘 연구소가 안된다고 안주고 계신지 몇 달 되었습니다.

요즘도 양반 상놈 따지고, 자식들과도 살가운 대화 한마디가 없고

매사에 혼자 결정하고 혼자 행동하십니다. 아버님 핸드폰을 장만하신

지 5년정도 되는데,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자식들에게 핸드폰 번호 알

려 주시지 않았습니다. 그냥 어찌어찌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연구소

를 내면서도 가족들에게 일언반구 이야기도 없었습니다. 다른 가족들

그냥 아버님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시는구나라고만 생각하고 있습니

다. 경제를 전공하셨다는 분이 세상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느

것이 더욱 경제적인 생활인지 구분 못하십니다.

시골땅에 고추 농사짓는다고 60여만원들여서 고추 10근 수확하고 어머

님이 돕지 않는다고 여름 내내 두분이 싸우셨습니다. 연세들면 성격

이 좀 수그러들어야 하는데, 점점 더 다혈질로 또 괘팍해져만 갑니

다. 저희 남편 막내 아들인데 결혼할 때 결혼비용으로 전세 1500만원

얻어 주시면서 그것도 아버님 앞으로 계약해서 그 집이 경매에 넘어가

는 바람에 1000만원 날렸습니다. 저희는 시댁으로 들어오고 나머지

500만원 아버님이 다 쓰셨습니다. 그것도 좋습니다. 어차피 바라지도

않았으니까요. 딸 셋 결혼시키면서 50만원씩 주셨답니다. 결혼비용으

로요. 아들들은 물론 1원도 없구요. 나아서 교육시켰으면 그것이 재산

이랍니다. 어느 부모가 자식 낳아 교육시키는 책임을 유산 상속이라

합니까? 물론 그것도 이해 합니다. 원래 성격이 그러신 분이시니 자

기 밖에 모르고 평생을 사신분이니 그렇다고요. 아버님이 퇴직하시고

퇴직금을 국회의원 출마하시고, 이것저것 해보신다고 다 쓰셨나 봅니

다. 그래서 다 빚으로 연구소를 내셨답니다. 그러면 사무실도 전세나

월세를 얻어야지요. 주택가에 그것도 비새고 다쓰러져가는 외딴집으

로 된 곳을 무엇하러 빚을 6000만원이나 지면서 사셨는지 모르겠습니

다. 임대는 자존심이 허락을 안 하는지요. 그리고 그동안 들어간 운영

비 해서 빚이 9000만원이나 된답니다. 더 이상은 안될 것 같아서 자식

들에게 이야기 한답니다. 아들 셋이 나누어 갚으라는 식으로 말씁하십

니다. 안타갑습니다. 도와드릴 형편이 못되어서요. 저희 월세 얻을 형

편도 안되서 시댁에 얹혀 살고, 우리 신랑 사업한다고 결혼 4년째인

지금까지 생활비 한푼 못갖고 오고 오히려 제가 신랑이 쓴 빚 조금씩

갚아가고 있고, 작지만 시어머니 생활비 드려야 하고, 우리 아기 키워

야 하고 그렇게 삽니다. 현금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얼마를 드려야 하

나 고민이 되겠지만 워낙에 없으니 그냥 없는 현실만 안타까울 뿐입니

다. 우리 신랑 어제 술마시고 와서 미안하답니다. 어서 빨리 시댁에

서 벗어나잡니다. 그러나 그럴 형편도 안되고 어머니도 아버님도 다

불쌍합니다. 아니 평생 자기만 알고 살아온 아버님 한 분 때문에 다

른 식구들이 다 불쌍합니다. 더불어 나의 요즘은 우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