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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얘기좀 들어주세요...


BY sspring 2001-07-05

먼저 제 어린시절얘기를 할께요..
저희 부모님은 거의 매일 다투셨어요..
근본적인 원인은 술 이었죠..
아빠는 술을 무척좋아하셨고, 엄만 그런 아빠를 전혀
이해하지않으셨어요..
아빠가 술드시고오는날은 영락없이 싸움이였어요..
아빤 일주일에 한두번빼곤 거의 술이었으니까요..
엄만 술드시고온 아빠에게 있는욕없는욕 다하셨고
첨엔 듣고만있던 아빠도 나중엔 같이 욕을 하시고
결국엔 엄마를 폭행까지하셨죠..

첨엔 너무놀라서 많이 말렸어요..
어린마음에도 매일같이 싸우는 부모님이 창피했고
옆집사는 같은 초등학교 남자애한테도 너무 부끄러웠어요..
소문날까봐 겁도나구요..

부모님 싸움은 제가 여상졸업해서 직장생활할때까지
계속되었죠..
가면갈수록 과격하고 심해지더라구요..
학창시절 부모님의 그런모습은 상당한 스트레스였고,
죽고싶다는생각까지 들었고..
엄마나 아빠 한명이 돌아가시면 이싸움이 멈춰지려나..
아님 이혼하시면 끝이려나... 이런생각까지 했었어요..
집에 가는게 너무 큰 고통이었죠...

23살.. 직장생활하던중 전 한남자를 만났어요..
저하고 두살차이나는 남자였죠..
저에겐 첫사랑이었고.. 사랑했어요..
결혼을 약속하게되었고.. 그남잔 지금 자기형편이 그러니..
몇년만 기다려줄수있냐고 물었고..
전 그러마했어요..

그러던중 임신이 되었어요..
많이 망설였지만 사랑하는사람의 아이였고.. 결혼하게되었죠..
결혼하고서 남자의 집안사정을 구체적으로 알게되었죠..
시아버님은 거의 십여년을 고혈압과 중풍 그리고 합병증으로..
병원신세를 지고있던때였고..
어머니는 환자간호하며 조금이나마 수입이있는
구멍가게를 하셨었죠..
그땐 이미 제남편이 회사대출과 카드빚을 내어 병원비에
보태고있는상황이었고...
어머니도 빚이있었죠..

아버님은 그렇게 고생하시다 저희 결혼 2개월전에 돌아가셨죠..
빚만남긴채로..

결혼하고서 남편의 회사빚이며 카드빚을 알게되었고..
그빚은 결혼 6년째인 지금까지 갚고있죠..
어머니의 빚도 아직 못갚고계신걸로 알고요.

남편은 1남2녀의 외아들이라 언젠간 어머닐 모셔야하는입장이구요..
어머닌 저만 보면 미안해서 항상그러세요..
없는집에 시집와서 고생한다고... 미안하다고..
50대 중반이신데 아직 일하고계세요..
시누들도 착해서 절많이 이해해줘요..

근데 보상심리라고해야하나요..
자주 남편과 어머니가 원망스러워요..
지금까지 빚도 다 청산하지못하고 이러고사는 제자신이
초라하고요..
다람쥐 쳇바퀴돌듯 늘상 똑같은 생활, 통장엔 저축액하나없는
생활이 지쳐요..
그화살은 항상 남편에게 가죠..

결혼초부터 전 한달에 거의 한두번있는 남편회식도 이해하지못했어요.
그거빼곤 제시간에 오는 남편인데도..
회식하는남편한테.. 매번전화해서 막말하고..
이럴려면 왜결혼했냐고...하고..헤어지진말을 밥먹듯했죠..
그러고나면 항상 후회가되면서도..
그당시엔 화가 치밀어 저도 절 어떻게 할수가 없었어요..
화가나면 전화기도 던지고 아무거나 집어던졌어요..
남편은 그런 제앞에서 항상 미안하단 말뿐이었죠..

그런던중 IMF때 남편이 직장을 옮겨야했어요..
전혀 경험에 없던 영업쪽일을 하게된거죠..
전 남편의 경력쪽으로 원했지만..
남편은 영업쪽일을 택하더라구요..
그때부터 저의 말과 행동은 더 과격해졌죠..

일정하지않은 퇴근시간에 화내고.. 잦은 술자리에 화내고..
지금 이일한지 2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전 남편의 일을
인정하지 못하고있어요..
남편은 그게 너무 속상한가봐요..
그래도 남편은 내색을 안했어요.

근데 언제부턴가 집에 안들어오더라구요..
딴짓을 하는것도 딴데서 자는것도 아닌데..(남편을 믿거든요)
베란다로보면 주차장에 차는있는데..
가끔 차에서 자는거에요..
아님 남편이 좋아하는 밤낚시를가던지..

자주는 아니지만... 그때마다 다그치고 욕설을 퍼부었어요.
너 땜에 내가 이렇게 고생하고사는데..
넌 조금도 미안하지않은가보다... 라는둥..
온갖 폭언을 일삼았죠..
그때도 남편은 별말하지않고.. 고개만 푹 숙인채.. 미안하단 말만..
했어요..


남편이 하루종일 운전하며 사람상대하랴 힘들다는거 뻔히 알지만..
제가 반대하는 일을 하고있다는것만으로.
남편한테 온갖 폭언과 욕설을 하죠...

이러면 안된다는거 알지만 잘 안돼요..
저도 제자신이 너무 싫어요..
절대로 부모님같이 살지않으리라... 다짐을 했건만..
점점 엄마성격을 닮아가는제가 너무너무 싫어요..

어제도 차에서 자고온 남편에게 ..
오늘 온갖욕설과 질타를 퍼부었어요..
그동안 미안하단 말만하던 남편이 오늘은
넌 날 너무 이해안해준다... 나도 힘들다... 미쳐버릴거같다.....
라고 말하더라구요..
너무 황당해서.. 그순간 나는 너보다 두배세배더힘들다....하고 소리를 질러버렸어요..

좀 넓은마음으로 살고싶은데..
그게 왜 안될까요..
결혼한 여동생이 있는데.. 그 여동생한테서 엄마모습이 보이면..
너무너무 화나고 동생을 나무라게돼요..
저도 엄마모습을 닮아가면서... 여동생까지 그러니까..
용납이 안돼요..

저희엄만 마음은 여리고 눈물도 많지만..
한번 화나면 물불안가리는 스타일이거든요..
제가 고등학교때인가... 큰잘못도아니었는데..
엄마는 몹시 화가나서 의자로 머리를 내리칠려고 했던적도있어요..
그땐 너무무서워서 무릅꿇고 빌었었죠.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면서요..

지금도 엄만 애엄마인 저와 동생에게 화나시면 이년저년하세요..
항상 다른집 딸년들은 시집만 잘가더만..
우리집 딸년들은 어째 하나같이 지질이도 없는집으로갔는지..
으그... 등신같은년들....
그러세요..
그런 엄마말은 결혼한후에도 전화통화할때마다 계속되었거든요..
그원망이 아마 남편과 시어머니한테 가나봐요.

어찌해야 제성격을 고칠수있을까요..
남편을 조금이라도 이해할수있을까요..
제가 잘못한걸 알아도 전 남편에게
여태 미안하단 말 한번 하지못했어요.

엄마성격을 닮아가는 제자신이 너무너무싫어요..
저희 자매는 아직도 엄마눈치보느라 여념이 없거든요.
친정에가도 하나 편하지않고요..
제가 첫째낳았을때 엄마가 산후조리를 해주셨는데..
차라리 집에서 혼자할껄.... 하는 후회가 될정도로..
하루하루가 불안했어요..
엄마한테 화안나게하려고.. 눈치보고 또보고...

얼마전 농담삼아 엄마 나 둘째나면 산후조리해줄꺼야..
했더니... 단호하게..
니 시어미니한테 해달래라... 내가 왜해주냐..
난 며느리해줘야지... 하는데.. 너무너무 서운했어요..

엄마야... 사시면 얼마나사시겠어요.
지금에와서 엄마성격을 고치라는것도 무리고.
제성격이라도 고치고싶은데..
남편을 좀 이해해주고싶은데.... 말이라도 한마디 따뜻하게해주고싶은데..
그게 안돼요..
미치겠어요..
어떻게해야 할까요???
인생 선배님들 저에게 따끔한 충고한마디와
조언바랍니다..

두서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