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튕겨져 나온 바둑알


BY 넋두리 2001-07-06

남에게 말못할 상처주는 사람은
언젠가 남에게 지독하게 짓밟히며 상처받았던 사람.
상처받은 사람, 또 자연스레
남에게 상처주고,
그렇게 주고 받다 보니
이 세상 어두워지네.
사랑은 어디에 있을까.
하느님도 무심하시지
골고루 그 사랑 나눠주지 않고
어디엔 흠뻑, 어디엔 아주 조금,
누구에겐 부귀영화, 건강과 행운
누구에겐 가난과 고독, 질병과 불행
불청객 같은 그것들을
누구나 싫어하지만
공평치못한 신의 계략에 의해
인간들 마치 바둑알처럼 그렇게 움직이네.
싫어, 신이 장난치듯 놓는 바둑판위의 바둑알이 되기 싫어
내 뜻대로
마음대로
내가 가고싶은 곳에 갈거야.
제발 날 그냥 내버려둬.
하느님, 제발 그 손을 치우시죠.
당신을 더이상 믿지 않아요.
벌을 주셔도 상관없습니다.
당신은 너무 사람들을 편애하고 차별하셨죠,
이제 나는 당신의 영역 밖으로 도망칠테니
제발 날 잡으려들지 마슈.
결코 인자하지도, 공평하지도 않은
잘난 하느님...

누군가는 원조교제한 여중생에게 1000만원짜리 수표주는데
누군가는 월 50만원으로 생계를 꾸려가네
돈도 정작 자기가 가야할 곳이 어딘 지 몰라
이리저리 헤메이고 흥청망청,
자본주의, 꼴 참 좋다.
빈부차 극심한데
정말 돈구경이나 실컷했음 좋겠다.

나 태어나 이제까지
줄줄이 돈가뭄,돈흉년...
한번이라도
돈 써본 적 없어.
맘에 드는 옷 사입질 못해.
그러니 내 인생 내 맘에 안들어.
겨우겨우 입에 풀칠하고 살아갈 뿐.
어떤 땐 화가나서
10년간의 불행보다 1년간의 행복을 택하고 싶어.
전세값 빼서 그돈으로 1년간 자식하고 단둘이
세계여행하다가 지중해 근처에서
멋지게 자살하면
근사할 것 같아.
하지만 용기가 없어 이러고 있네.
화가의 꿈 일찍이 접어두고 살아온 한평생.
나이가 들어도 형편이 피질 않아.
내 소원은 말이유.
누군가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캔버스와 그림물감, 미술재료 잔뜩 사서
나에게 미술공부 시켜 주는 것이라우.
하지만 그런 사람 없으니
내가 돈벌어 재료를 조금 사서 그리는데
이놈의 서방, 도와주긴커녕 옆에서 훼방만 놓네
이그그 순악질. 미술재료 사주긴커녕
내 그리는 그림에 찬물을 끼얹으며
못그린다 기를 꺾네.
관둬라. 이놈아
꺼져버려
너같은 놈 필요없어.

알고보니 남편이
천하에 원수였네.
없는 년이 더 없는 놈 만나
무거운 혹을 더 붙였으니
이런 재앙 또 있을까?
가난이 원수로다.
가난이 천형이로다.
가난이 범인이로다.
백화점에 가득 쌓인 옷들
누가 다 사입을까?
그 여자들 얼굴 좀 보고 싶네
그 여자들은 나보다 코가 하나 더 있는지.
아니면 입이 하나 더 있는지
린다김선글라스, 연정희모피코트
구경도 못해봤네.
다 같은 인간인데
하느님, 정말 차별이 심해.
하느님, 정말 벌받아야 쓰겠다.

나보다 더 없는 이웃들도 많은데
정말 데모라도 해야 쓰겠다.
있는놈들 창고에 들어가
꺼내와야 쓰겠다.
우리에게서 그놈들이 훔쳐간 것들
다시
가져와야 겠다.
내거 다시 찾아와야겠다.
인간은 누구나 공평하게 살 권리가 있지 않나?
노력에도 못 미치는 삶이라면
한번쯤 뒤집어봐야 하지 않을까?
이나라 경제구조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으니
모두들 잘 사는 나라
만들어서
골고루 공평하게
하느님이 못한다면
우리라도 해야 쓰겠다.
가난한자, 힘없는자, 병든자들을 위해
부자, 힘있는자, 건강한 자들이
애써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