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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스럽네요. 세태차이...


BY 혼란 2001-07-06


전 이제 결혼한지 몇개월 안된 새댁입니다.
시부모님과 함께 살지요.
뭐...모시고 산다기는 뭐하고 그냥 함께 사는 거여요.
저 나름대로는 한다고 하지만, 저도 직장에 나가는데, 그럴 수 있나요.
어제는 비가 오는 날이었습니다.
요즘 가계부도 적자고 스트레스가 살살 받드라고요.
또 얼마전 결혼한 제 친구가 있는데, 자기 월급날이라면서, 신랑빼고 한 잔하자고 했어요. 그래서 집에 친구 만난다고 저녁먹고 들어간다고 전화했지요. 울 신랑은 어제 집에 일찍 와서 (오후 1시) 피씨방에서 놀고 있다고 하더라구요. 신랑도 재미있게 놀다 오라고 하기에, 진짜 재미있게 놀다가 집에들어갔어요.
오랜만에 수다도 떨고 매실주도 한잔하고...커피도 마시고, 쇼핑도 하고...집에 도착하니 어느덧 11시가 넘었데요.
집에 들어갔더니, 정말 시엄니께서 화가 많이 나셨데요.
그래서 저랑 울 신랑이랑 불러 앉혀놓구서는. 막 화를 내셨어요.
요는, 신랑이 일찍 와서 있는데, 특별히 중요한 일도 아니고 친구만나러 나가서 늦게 올 수 있느냐...신랑이 그래도 가장인데 그렇게 우습게 보이냐...비도 오고 날씨도 이런데, 시댁식구들을 우습게 알고 모두 너를 기다리게 해서 되겠느냐...
이까지는 좋았어요. 뭐, 저도 잘 못한것 같더라구요.
근데, 여자의 인생이 이런게 아니다. 아무리 네가 직장생활을 해도 집에오면 주부로써의 역할이 우선이다. 집안일을 못할 것 같으면 직장을 관둬야 하는 것이다...
이부분에서 가슴이 턱! 막히더군요.
그러고 기타 등등...시집올때 별로 맘에 안 들었어도 뭐..니네 둘 잘살면 되지 싶어 허락했는데...등등...기타 등등등...
암튼 잘못했다고 하고. 엄니도 그냥 좀 누그러지시고...저희는 방에 들어오고...

저 이제 28살입니다.
대학원까지 졸업하고 직장생활하고 있지요. 집안일도 열심히 할려고 해요. 시댁에 사는 관계로 울 신랑은 손도 깜짝안하구요...저보다 일찍 퇴근하고 한가한데도 그래요. 전 늦게 와도 집안일 해야죠. 물론 어머님이 대충 하시지만...다림질이라던가, 청소라던가...아침엔 저도 바쁜데, 신랑 밥도 해서 먹여야 하고...나름대로 힘들었어요. 몇달동안.. 물론 우리 어머님도 제가 100%좋지는 않겠지요. 보수적인것은 알았지만, 그래도 트인부분도 있어서 제가 좋아했거든요. 근데 정말 이렇게 고루한 생각을 가지고 계신 줄은 몰랐어요.
우리 집은 딸만 셋이라, 엄마가 그런식으로 안 가르쳤거든요. 셋다 지금 전문직종에서 일하고 있구요. 바쁘게 살아요. 자기 개발해가면서..
그런 생각으로 왜 결혼했냐고 하시지만, 결혼이 여자를 이렇게 구속해야만 하는건지..물론 결국 이렇게 구속하고 있지만.
여자는 과연 수퍼우먼이 되어야 하는건지...
여자는 가끔 친구랑 수다떨면 안돼는지. 가정에만 충실해야 하는지.
남자와 달라도 그렇게 다를 수 있는지...
속상하고 기분이 나쁘다기 보단,좀 슬프고 혼란스러워요.
저도 여자라..아무리 잘났대도 결국은 집에 매이겠지요.
아직은 애기가 없어서 그렇지만, 애기가 생기고 하면 정말 첩첩산중이겠지요. 그런 현실이 너무 슬퍼요.
나도 과연 그렇게 이전분들이 살아오신것처럼 수퍼우먼 아니면, 전업주부로 지내야 할까요?
이런 생각을 하면, 우리 시엄니가, 저 태양계 저쪽에 서 계신 아주 다른 차원의 사람같이 느껴집니다. 어제 그렇게 느껴졌어요.
막 야단치시는데 진자 멀게 느껴지는거 있죠?
에구구구구구...
한숨만 나옵니다.
전 진짜 친구도 못 만나나요??
사실...회사에 일있다고 거짓말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진실을 얘기했는데, 정말 한심합니다. 이럼..이젠 담에 친구만나도 고민해야 겠죠.
거짓말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래도 담에서 친구 만난다고 할렵니다. 혼나더라도...
대신 좀 일찍 들어가야 겠죠. 에궁...
정말 싫어요.
이런 구속.
울 신랑은 뭐라고 했게요?
제가 방에 들어와서 그랬죠?
"자기..내가 자기 일찍 왔는데, 난 친구랑 놀다가 늦게 와서 기분나빴어?"
"아니! 전혀!"
이거...세대차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