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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팅하는 남자들.


BY chris 2001-07-11

몇몇 시사프로그램에서
주부들의 채팅을 심각한 사회문제인양 제법 심도있게 다뤄서
- 중독성이 강하다나요? 가정을 파괴할 정도라나요? -
어느날 호기심이 생겼답니다.
채팅이란게 과연 어떤걸까...

네이버에서 채팅 사이트를 검색하고는
2-3일정도 여기저기 돌아다녀봤죠.

할일이 없거나..
마음이 허허로운 중년남녀가 왜 그리도 많은지.
채팅방은 30대 남녀들로 터져나가고
들어간지 겨우 30분만에
컴섹제의 두번, 폰섹제의 한번, 애인하자는 제의 한번,
ㅎㅎㅎ
참 황홀했습니다.

20대의 찬란한 황금기 이후로
이렇게 많은 남자들이 꼬이기는 또 처음이었으니까요.

분위기 파악 못한 저는
"요즘 주식시장 엉망이죠?
실물경기는 엉망인데 부동산은 왜 이렇게 오를까요?"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대화를 시도하다가
엄청나게 황당해졌답니다.

남자 아니냐는 둥,
여자랑 경제얘기하기는 처음이라는 둥
그러더니 인사도 없이 저를 버리고 휙 나가버리더군요.

도대체 채팅방의 남자들은
여자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건지...

가끔 아.컴에서,
채팅하다 만난 상대와 애틋한 감정을 느끼게 된
불쌍한 아줌마들을 만납니다.
그날이 그날같은 무료함 속에서 우울하게 지내다가
속셈이 빤한 달콤한 말에 가슴을 두근거리는 아줌마들.

상대남자와 동등한 한 인간으로 대화해본 적 있으셔요?
그저 귀여운 암컷으로 대하고 있다는 생각은 안드십니까?

혹시 제가 질 낮은 채팅사이트만 돌아다녀서
본의 아니게 오해를 하고 있는 거라면
품위있는 사이트 몇개만 알려주세요.

남편 이외의 멋진 남자들이랑
정치, 경제, 역사, 시사, 인생, 사랑에 대해 논하며
사교범위를 넓혀보게요.

채팅의 목적이 원래 그런 남녀상열지사라는 걸 몰랐느냐고
질책하신다면 할말은 없지만요...
그렇다면 최소한 가슴아픈 사랑 운운..은 안하셔야죠.

정신차리고 삽시다.
아줌마 여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