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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 살아 무엇하나요?


BY 그늘 2001-07-12

오늘이 벌써 12일째 냉전이다.
서로 말 한마디 없고 서로 각방쓰면서
있는듯 없는듯 생활한다.
처음엔 12시가 넘는 귀가 시간이 신경쓰이고 일부러 방문도 꽝꽝닫고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벌였지만
지금은 차라리 이렇게 사는것이 홀가분하게 느껴진다.

종년 부리듯 하는 남편놈 신경 안쓰니 날아갈것같고
사사건건 부딪히지 않으니 살것같다.
이젠 이런 생활이 익숙해지고 있나보다.

이제 막 두돌을 맞이한 우리 아이는 이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를 생각하면 안쓰럽기만 하다.
우리 아이 첫생일날 시댁에서 기별이 왔다.
식구들 거느리고 다 오신단다.
그길로 그인간 나가버렸다.
아무리 여팬네가 미워도 자식이 아닌가?

그리고 아이가 열감기로 열이 40도 가까이 몇날 몇일을 고생했어도
눈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새벽2시경 거의 경기 일으킬정도로 자지러지게 울어도
그냥 자빠져 있길래 나혼자 택시타고 응급실 다녀왔다.
그인간 결혼하고 살면서 처갓집엔 전화 한번 안하고
한번도 지가 먼저 우리 친정 다녀오잔 말 않한다.(우리집과 15분거리)

그것도 내가 너무 염치가 없어서 애 들쳐 업고 친정에 가있으면
그날 저녁 마지못해 태우러 오는게 고작이다.
그래놓고는 지네 집에다는 말 한마디 잘못하여도 난리가 난다.
아~
내가 왜 이런인간을 선택했던가
정말 주위엔 왜 그리도 다정다감한 부부들이 많은지.....
우리 아파트 주위 사람들은 너무나 행복하게 신랑에게 대우받으며 살고 있는데...
난 너무나 비참하고 살고 싶지가 않다.

싸울때는 폭언은 기본이고 폭력도 휘둘른다.
저번에는 얼마나 맞았는지 손하나가 삐어서 오그라들었고
시댁식구들이 다니러 와서 내 몰골을 보고는 거의 기절하다시피했다.

그런인간이 남들한테는 얼마나 인정받기를 원하는지
술자리는 거의 끝까지 지키고 토요일과 평일엔 거의 10시 이전에 들어와본적이 없다.
말로는 뭐 일이 그렇게 많다나?

여자문제로 하루도 속편할날이 없었고
너무나 이기적인 성격때문에 난 뭐든 희생하면서 살아야했고
아이 육아문제도 항상 내 몫이었다.
태어나면서 지금까지 기저귀 한번을 안갈아줬다.
애 맡기고 목욕탕 한번도 못가 매일 집에서 했다면 믿을런지...
여름엔 괜찮지만 겨울엔 희긋희긋 때가 안벗겨져서 어디 젊잖은 자리엔 가지도 못한다.

나도 행복해지고 싶다.
남들처럼 알콩달콩 시장도 같이 가고
주말이면 가까운 곳에 여행도 다녀보고 싶고
남들이 누리는 행복을 나도 누리면서 살고 싶다.

퇴근하면 지 방으로 쏙 들어거서는 나와 아이가 잠들때 기어나와 활동한다.
매일 싸우는 레파토리가 똑같다
지겹다 ...지겨워 죽겠다

어떻게 하면 이 위기를 모면하고 멋지게 승리할수 있을까요?
전 지금 그인간 빨래도 안해주고 벗어놓은 양말 벗어놓은 옷들 그대로 방치하고 있습니다.
빨래도 아이와 제것만 하고 아침에 출근시간 깨우지도 않고(맨날 지각합니다).....
밥도 아이와 나만 맛있게 먹습니다.
맨날 밤에 몰래 라면에 스프 뿌려 먹는게 꼴뵈기 싫어서 라면도 감춰버렸어요
정말 당해보지 않으면 이 고통 모르실거예요
선배님들의 충고 기다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