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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탓일까?


BY 들풀 2001-07-14

울 아들,
팔삭둥이, 1.7kg으로 태어나 인큐메이터에서 한 달 있었다.
아기 땐 무쟈게 안 먹고
늘 잔병치레로 병원 다니는 게 내 하루의 일과였다.
하지만 땡글땡글한 얼굴에 늘 눈빛은 반짝거리며
민첩하고 똘방함을 넘어 영악스럽기까지 했다.
아무리 야단을 치고 매를 들어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당돌하게 빤빤하게 대응해
바늘로 찔러도 피한방울 나올 것 같지가 않았다.
머리 회전이 팍팍 돌아가는 그 모습을 보며
얄밉지만 제 앞가림은 잘 할 거라는 믿음은 있었다.

7개월 빠른 언니 아들,
덩치가 저보다 훨 작은 울 아들이 접근하면
무서워 엉엉 울며 도망가곤 했었다.
언닌 그런 자기 아들을 보고 바보같다며 속상해했었다.

헌데 어느 순간부터 모든게 뒤바뀌어져 버렸다.
지금 언니 아들, 울 아들이 바보같다며 철저히 무시하고
상대도 않은지 오래 되었다.
예전의 그 총기는 어디로 가고
표정부터 맹해지며 매사에 하는 짓이 답답하다.
조금만 야단을 쳐도 한마디 항변도 못하고
눈물 콧물 범벅이 되어 얼굴에 홍수가 난다.
세상 물정 하나도 모르고
집안 사정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도 모르고 알려고 조차도 않는다.
몸만 우리에게 빌려주고 정신은 딴 데 저당잡힌 듯,
생각이 하나도 없이 사는 양 보인다.
울 아들 머리 속을 한번 헤집어 보고 싶다.
무엇이 들어있는지.
아마도 현실 세계는 그 안에 없고
게임과 만화 등 가상의 셰계만 펴쳐지고 있지 않을런지...
벌써 중학 2년인데,
생각하는 것이나 행동이 초등학생 동생보다 훨 못하다.

내 탓일까?
어렸을 적 그 빤질빤질함이 얄미워 참 많이도 맞았다.
그저 억압적이기만 한 엄마의 기에 질려
본인의 기가 다 사라져 버린 걸까?
엄마에 대한 무력함이 어느새 자기 모습으로 굳어져 버린 걸까?

아님, 아이들에게 자유로이 숨쉴 공간을 주지 않고
서서히 질식시켜가는 우리의 교육제도와 사회 탓일까?
이 살벌한 사회가 그리 만드는 것일까?
예전에 책을 좋아하고, 노래 잘 부르고, 글 잘 쓰고, 그림 잘 그리던
그 다재다능함에
어느 길을 가게 할까 행복한 고민을 했었는데,
이젠 그 싹들이 완전히 사그라져 안보여
아예 길을 찾을 수 없게 된 것이
이 사회 탓일까?

아님, 내 기대가 너무 컸던 탓에 오는 상대적 실망감일까?
허나 어렸을 적 그 총기있던 눈빛이 아직도 생생히 떠올려지는데
촛점없는 어눌한 모습을 볼 때마다
화가 나고 가슴이 답답해오니 이를 어쩌나?

님들의 의견을 듣고 싶어서 글 올립니다.
울 아들 공부는 그럭저럭 합니다.
하지만 제 기대치에는 못미치고
공부 외에는 영 모든게 흐리멍텅하니
저래서 어떻게 세상을 살아갈까 걱정이 많이 됩니다.
도대체 울 아들 왜 이렇게 변해 버린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