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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출처와 흐름과 용도, 분배에 대해 아는 사람 말해주세요


BY 소시민 2001-07-14

그립다.
다정하고 유쾌한 대화.
마음이 통하는, 이해받는, 대화.
태어나서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하지만
이제껏 나는
벽에 대고 혼자 말해온 것 같은 갑갑증을 느낀다.
사람들은 그저 자기 칭찬이나 이득되는 소리만 듣고자 하고
남이 죽어가는 흉낼 내며 바보짓하는 것만
보고 싶어 한다.
자기와 다른 남의 생각이나
상대방이 무얼 원하고 무얼 좋아하는지에는
관심이 없는 듯.
나는 항상 대화를 원하고
상대방이 좋아하는 걸 잘 알고 있지만
내가 상대한 친구들은
나의 장점을 비판하거나 안좋게 말하는 등
-------장점을 인정하고 단점은 조용히 충고하는 식으로 말해주면 좋을텐데, 하긴 그 장단점이라는 것도 다 자기위주, 자기편의 위주며 임의적인 것이다. 너무들 자기본위적이다. 나는 나대로 살고 싶다----
상처를 주는 것이다.
나는 항상 말없이 그들의 요구중 내가 들어줄 수 있는 부분들을 들어주었다.들어주기 싫거나 내키지 않는 것은 물론 들어주지 않았지만.
나는 그들에게 요구하질 않는다.
나는 누구에게 뭔가를 요구하는 습관이 들지 않았다.
그것은 어릴 때부터 나의 어머니가 나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기 때문에 습관적으로 포기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사람들은 참 요구들을 잘 한다. 그것은 상대방이 그걸 들어주리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에게는 그런 믿음이 없다. 그래서 요구를 안한다.
아주 어릴 때 몇번 맘에 드는 옷을 사달라고 어머니에게 조른 것 이외에 누구에게 무언가를 조른 기억이 없다.
중학교때 미술공부 시켜달라고 아버지에게 말했다가 묵묵부답의 차가운 거절을 한 아버지 때문에 하루종일 울었던 생각이 난다.
남편에게 뭔가를 사달라고 한 적이 한번도 없다.
주위 여자들은 남편을 만만한 봉으로 아는지 비디오 카메라나 자동차를 사달라고 하고, 조그만 가게를 차려달라고 하는 등 참 많이도 남에게서 무엇인가를 얻어내기도 하더니만...
내가 남에게서 무엇을 얻어낼 수 있을까에만 촛점을 맏춰
인간관계를 맺는 여우같은 족속들
진실한 관심이나 애정 따위는
염두도 안두는 그런 인간들
대부분의 여자라는 인간들이 다 그런 범주에 들어간다.
상대를 이용하고 배신하고 뒤에서 욕하고 헐뜯고...
인간들 중에서도 얄팍한 여자들의 우정이라는 것은
정말 치가 떨리도록 혐오스럽다.
나도 그런 인간이 아니라고 부정할 순 없지만.
나는 이제껏 누구에게도 돈을 빌려본 적이 없다.
빌려달라는 말 자체가 내 입에서는 안 나온다.
내 생각에 내가 빌려달라고 했을 때
그냥 준다는 생각으로 빌려줄 사람이
고작 1,2명 정도이고,
그들에게조차 신세지기 싫어
빌려달라고 해본 적이 없다.
학교다닐 때 나는 차비만 가지고 살았다.
대학시절, 하루 용돈은 단돈 1000원.
라면먹고 자판기 커피 마시고 차비하면 그걸로 끝이었다.
그 1000원으로 하루를 버텼다.
용돈 많은 남자친구가 나를 위해 뭔가를 사준 적은]
한번도 없었다. 가끔 만날 때면 차값을 내는 정도였다.
결혼당시
나는 시댁으로부터 아무런 패물도 받지 못했다.
금반지와 목걸이, 싸구려 시계와 목걸이 정도가 그만이었다.
남편이 어느날 직장연수에서 하루 다녀 오더니 무슨 수정목걸이를 준다. 얼마짜린지 모르지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차고 다니기엔 좀 장난감 같았다. 마음에 안드는 표정을 지으니, 그는 화가 나서 목걸이 줄을 끊어 버렷다. 방바닥 가득 수정알들이 굴러 떨어졌다.
그후 그는 내게 선물이라는 걸 하지 않는다.
10년동안
보너스 타는 재미도 없었다.
내게 준 것이라곤
최저 생계비...
딱 두번 목돈으로 20만원, 30만원을 주었는데
그나마 한번은 지하철에서 소매치기에게 20만원 날치기 당하고
30만원은 그냥 생활비로 흐지부지 썼다.
정말 너무하다.
고사 직전의 나무처럼
내게는 그렇게 돈, 물이 주어지지 않는다.
내가 나가 벌어도
월급은 오르지 않고
승진이 안되니까 아무런 재미도, 의욕도 없다.
몇 푼 벌어봐야
최저 생계비다.
이렇게 초라한 소시민 생활을 영위하는데
정말 문득문득 놀랄 때가 많다.
우리나라 월급쟁이들 월급은 거기서 거기일텐데
술집 유흥비값은 왜 그리 비쌀까?
오징어나 구워놓고 술이나 팔면서
-거기에 여자값이 포함된다쳐도---
흥내고 기분내고 천박한 술집여자 주므르는 값이
그리도 비쌀까?
1년전부터 주부들이 술집에 몰려 돈을 번다는데
빠듯한 하급 공무원생활하는 소시민들이 많을텐데
누가 그런 술집들을 애용하는지.
넘쳐나는 술집을 보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술값이 비싼 것도 이해되지 않을 뿐더러
남자들이 그런 데가서 돈 뿌리는 걸 예사로 안다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고급 룸살롱같은 곳엔 어떤 여우들이 있기에
그렇게 비싼 돈을 받아내는지
한번 가보고 싶지만
능력이 없다.
내가 모르는 것이 이 세상에 많다는 것만 알 뿐...
그리고 나에겐 내가 벌어 조금 나오는 그 돈밖엔
남이 내게 주는 돈도 없고
부당하게 생기는 돈도 없고-선생이라면 촌지가 생기고
기자라면 뇌물이 생기고, 예능계라면 제자들이 바치는 돈이
있고, 은행원이라면 횡령할 돈이 있을텐데---
주부에겐 생기는 돈이 없다.
남편은 그나마 돈을 더이상 가져다 주지 않는다.
나보고 벌어쓰라는 식이다.
해외여행골프객들, 명품세일에 몰리는 여자들, 얼굴 좀 보고 싶다.
자선단체에 기부할려도 돈이 있어야 좋은 일할 거 아닌가?
내 목구멍 풀칠하기도 힘든데 ...
돈을 모으는 것에도 한계를 느낀다.
주식 한번 안해본 내(겁도 나고 그런덴 관심없어서)가 고작 모으면 얼마를 모으겠는가? 어쩌다 잡지에서 소개되는
여성사업가들의 얘기가 내게는 아주 먼 나라 얘기처럼 들린다.
일부 연예인들이 받는다는 높은 개런티도 실감이 안나고
최진실이 10년간 백억을 받았다는 소리에 백억의 가치를 생각해본다.
자수성가했다는 황현정 아나운서의 남편인 젊은 사업가의 1200억 자산을 어떻게 모았는지 의심스럽다.우리나라에서 젊은 30대 남자가 혼자서 그 많은 돈을 어떻게 긁어 모앗을까...무슨 짓을 해서...
물론 그들은 입을 함구한 채 무슨 성역처럼 자신들을
신비화시켜 숨긴다.
뭔가가
이 세상에는
빈부차이를 조정하는 그 뭔가가
분명히 있다.
단순한 집값 상승, 주식 투자로 인한 재미보기 의외에
그런 개인적인 노력을 능가하는
그 뭔가가---선조때로부터의 물려받은 유산에 의한 차이가 아닌---
그 뭔가가 분명히 있다.
어느 정치가의 집에서 발견된 사과궤짝속의 돈.
쉽게 횡령할 수 있는 회삿돈들.
돈들이 제 자리에 있지 않고
쓸데없이 어느 한곳에 뭉쳐 있거나
잘못 쓰여지거나
한곳(술집, 룸살롱같은데)에서 줄줄줄
새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세금빼면 남는 것 없는 가난한 봉급쟁이 아내들의
슬픔과 근심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돈에 대해 좀 아는 사람들은
이 글을 읽고 내게 말해주길 바란다.
나도 좀 알고 싶다.
만원짜리 티쪼가리로
몇년을 입는,
싸구려옷들이 너절하게 걸려있는
내 작은 옷장속
비밀을 알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