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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상합니다...


BY 속상한 아짐 2001-07-18

후유... 저도 이방에 제 얘기를 쓰게 될 줄 몰랐네요.
항상 님들의 글을 읽으며 같이 마음 아파하고 그랬었는데... 넘 염치없는 부탁이지만, 이번엔 님들께서 같이 마음 아파해주셨으면 해서요...

전 직업주부입니다. 결혼후 2년동안 정말 힘든 시간을 보냈지요. IMF라는 것 때문에 힘들고, 신랑 공부 뒷바라지 하면서 살림 도맡아 힘들고, 아이가 바로 생겨서 힘들고...

그때의 마음고생 덕분에 혈액순환이 안되고 기 순환이 잘 안되 몸이 자꾸 붓는 병에 걸렸어요. 전 결혼전보다 20Kg이 불어 정말 제가 봐도 갑갑하고 한숨이 나옵니다.

없는 살림에 병 고쳐보겠다고 작년엔 6개월이상 한의원에 치료도 다녔었구요... 한약을 얼마나 먹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치료받을때만 반짝... 회사일로 바쁘거나 경제사정이 여의치 않아 치료를 중단하면 바로 붓는답니다. 한의사 말에 의하면 제겐 쉬는게 약이라는데... 쉴 수 있는 사정도 못되고...

그래도 천사같은 시어머님에 재롱만점 딸래미, 덩치가 곰이 되어버린 와이프를 너무너무 사랑해주는 신랑... 전 나름대로 행복했고, 비록 여유롭진 못하지만 감사하는 마음으로 지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시아버님이었어요. 합가 후 초기에는 어쩌다 한 번씩 제 몸무게를 가지고 뭐라 하시더니, 이젠 매일 한번씩 스트레스를 주시네요. 먹는 거 가지고 뭐라 하시고, TV에서 어떤 음식이 나와 혼잣말로 먹고싶다 말이라도 하면 살찐다 어쩠다 뭐라 하시고...

아버님 마음 이해 못하는 거 아닙니다. 곰같은 며느리 보시는 것만으로도 더운 날씨에 더 짜증이 나시겠지요. 하지만 어쩜 본인 앞에서 그것도 거의 매일 스트레스를 주시는지...

저의 시어머님은요... 제가 시집와서 고생만 해서 이렇게 되었다고 정말 제게 정성을 다해 주십니다.
어머님을 생각하면 아버님께서 그러시는 거 섭섭해 말아야지 하다가도 막상 또다시 듣고나면 정말 많이 속상해요.

울 아가씨와 도련님 내외 같이 사는데요... 아가씨와 동서에게는 절대, 절대 그런 말 안합니다. 오히려 먹어라먹어라 하시구여... 물론 둘은 날씬하니까 그러실수도 있지만, 솔직히 저녁 늦게 간식하는 거 건강상 누구를 막론하고 좋은 건 아니잖아요. 울신랑은 아버님이 네 건강 걱정해서 하시는 말씀이려니 하라는데, 그럼 다른 식구들에게도 똑같이 해야 하는거 아닙니까?

아버님이나 도련님, 뭐 하나 먹을 거 사오셔도 큰며느리, 형수 한 번 먹어보란 소리 안합니다.
오히려 좀 먹어볼라 치면 "어 내껀데..."

저요... 먹는거에 목숨거는 사람 아닙니다. 오히려 맛난 거 있음 어머님, 아버님께 사다 나르기 바쁘구요... 전 개인적으로 간식을 싫어해서 정말 하루 밥 3끼가 고작입니다. 먹는 양도 남들 반의 반도 안먹구요... 정말 먹는 거 보면 지금 저의 덩치가 이해가 안간다구, 저를 아는 사람들은 지금의 제 모습이 붓는 병때문이라는 거 알고 있어요.

그런데 하물며 같은 집에서 사는 식구가 더 이해를 못한다는 게 얼마나 섭섭하고 야속한지요...

아버님께서 매일 이러시니 울 신랑도 요즘 은근히 타박입니다. 앉아 있는 폼이 곰 같다느니 하면서...
그러다 어제 밤에 제가 실수로 신랑의 다리를 약간 건드렸는데 그걸로 아파 죽겠다구 저를 리모컨으로 3대나 때리는 것이 아니겠어요...

처음엔 미안하다구 웃으면 사과했는데, 리모컨으로 아가씨도 있는데서 맞고보니 너무너무 자존심이 상하는거예요. 물론 장난처럼 때렸다고는 하지만, 가뜩이나 맘 상해 있는 입장에서 화가 버럭 나더라구요. 그래서 한마디 했습니다. 내가 맨날 웃고 산다고 화도 못내는 사람인줄 아냐? 나 같은 사람이 화가나면 더 무섭다구요...

정말 제 심정 알아주는 사람 없는(어머님 빼구요...) 시댁에서 살려니 갑갑합니다.

어려운 시댁 살림보태볼려구 전세금 빼서 부모님께 드리고 시댁으로 들어왔지만 정말 말 한마디 한마디가 참 힘들게 하네요.

솔직한 심정으로 어머님과 딸래미, 저 이렇게 셋만 따로 분가해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스트레스도 안받고 정말 붓는 것도 훨씬 덜할것 같아요.

이런 마음 갖는거, 정말 어머님께는 죄송하지만, 이렇게라도 풀어놓지 않으면 가슴에 멍울만 커질 것 같아 넉두리 늘어 놓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