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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악한 남자와 순진한 여자


BY 난 바보 2001-07-22

내 나이 스물다섯에 처음 남자와 관계를 했고, 임신이 되었고,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그 전에 참 좋은 남자들 많았지만 순결을 지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좀 친해질만하면 먼저 이별을 고한 나였다. 1,2달 사귀고 손이나 겨우 좀 잡고 키스 몇번 하는 정도가 그들과의 관계였다. 그들은 참 착하고 좋은 남자였지만, 내가 이별을 고할 때 나를 붙잡거나 하진 않았다.
그런데 스물다섯에 만난 이 남자는 두번째 성행위에서 날 임신시켜놓고 붙잡았다. 그래서 같이 식을 올리고 살게 되었다.
그러니까 이 남자가 내겐 첫남자인 것이다.
나는 속으로 누군가가 강제로라도 날 붙잡아주길 원했는지도 모른다.
그것은 자유분방한 내 성격과는 반대적인 심리가 내 속에 도사리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그런데, 이 남자, 나를 다루는 것이 마치 창녀나 하녀 다루듯 한다.왕처럼 거만하게 군림하면서 나의 시중을 청하는 식이다.
예컨대, 오랄섹스를 해도 나에게는 시키면서 자기는 나에게 안해준다.
여자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남자가 컴플렉스를 느낀다는데 이 남자에게는 전혀 예외다. 그런 생각은 아예 안중에도 없다.
성이라는 것에서 그는 강자와 약자의 논리를 찾으려는 것 같았다. 아마 자신의 열등감을 그렇게 창녀처럼 봉사하는 아내를 통해 보상받으려는 것이 아닌지...
자신의 자위도 날 통해 시킬 때가 많다. 이 남자는 나를 위해 피임도 안하고, 나를 기쁘게 해줄 전희도 별로 안하고, 자신의 쾌락을 위해 내가 존재한다는 식으로 나를 이용할 뿐이다. 그러니까 나는 그에게 그냥 성적 대상일 뿐이다. 물론 자기를 위한 도구로 나를 사용한다.
이 남자, 성행위시 내가 움직이거나, 소리지르거나, 내 욕망을 표현하는 것을 아주 싫어한다. 죽은 시체처럼 가만히 있으면서 자기가 시키는 거나 하라는 식이다.
그러니, 내가 그런 남자에게 성적 욕망을 느낄 까닭이 없다. 나는 이미 그의 인생에서 소도구로 전락한 사물이기 때문이다. 사물이 어떻게 먼저 성욕을 표현하며, 요청하며, 그가 날 위해 봉사하도록 할 수 있겠는가?
나의 성욕은 그래서 아주 깊숙히 억압된다. 이 남자는 아주 사소한 경제력으로 날 고용한 창녀처럼 함부로 다룬다. 여자에게 만족을 줘야한다는 강박관념이라고는 전혀 없는 이 남자, 별 성의도 없이 그냥 자기 편한대로 성행위를 할 뿐이다.
그나마 내가 한번 거절한 이후로는 나를 찾지 않는다.
이 남자가 성을 다루는 방식에 의해
아내인 나는 그렇게 길들여졌다. 오랜동안.
일방적이고 이기적인 남자의 형편없는 섹스매너가
나의 사랑을 식게 만들었다. 이제는 전혀 욕구가 일지않는
불감증이 생긴 것이다. 다른 남자들에게서도 성욕을 느끼지 못한다. 성적 쾌락을 알아야 다른 남자에게 흥미를 느낄 것 아닌가.
우리는 각방 쓴지 꽤 오래 되었다.
이 남자는 아마 여성에게 성욕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듯하다. 여자는 남자를 위해 봉사해야 한다는 희한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이 남자와 사는 한, 나는 싸구려 창녀나 파출부에 지나지 않는다. 이것은 고귀한 한 여성의 인격을 짓밟고, 무시하는 남성중심적 우월주의의 극단적 횡포를 의미한다.
이 남자, 나를 모욕하고 때리기도 한다.
나는이런 모욕적 관계를 청산할 생각이다.

이제 나는 이런 남자에 길들여진 결과
여성우월주의가 되었다.
이젠 내가 남성을 성적 대상으로 보려 하고
나를 위해 봉사할 마음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남자를 평가하게 되었다.
물론 이런 봉사형 남자는 극히 드물다.
찾아보지도 않았지만, 눈에 띄지도 않는다.
나를 모욕했던 이 남자는 내게 최악의 남자였다.

남자와 여자의 성은
서로를 위하고 아껴야 한다.
서로 같이 맛있는 파인애플을 먹는 심정이어야 한다.
그런데 이 남자, 혼자서 파인애플을 먹는다.
아마 총각시절, 자위를 많이 한 탓일까?
아니면 왜곡된 성정보를 받아들여 온 탓일까?
함께 하는 성이 전혀 기쁘지가 않다.
하지만 나는 나의 욕구를 표현하는 습관이 안 되어 있다.
이 남자에게 나를 위해 봉사하라고 요구하지도 않거니와
한다고 해도 이 남자 들어주지 않는다.

나에게 결혼은
쓴 열매를 따먹은 것 같은 느낌이어서
이 세상에 좋은 부부라는 것, 함께 느끼고 누리는 성이 있다는 걸
의심하게 만들었다.
나에게 별로 좋지 않은 경험이었다.
요즘 젊은 부부들은 서로 나누고 서로 참 엔조이하면서 살아가던데

한번 먹고 체한 음식을 또 먹고 싶겠는가?
그래서 나는 남자라는 음식을 멀리하게 되었다.
혹여 좋은 남자가 나타나 내 남자에 대한, 성에 대한 인식을 바꿔주지 않는 한
나는 계속 이렇게 여자로 태어난 행복보다
여자로 태어난 불행을 되씹고 살아갈 것이다.
참고로 나는 이 최악의 남자에게 말하고 싶다.
나는 결코 싸구려 창녀도, 하녀도 아니라고...
결혼을 통해 자신의 이득만 챙기려는 이 남자는
알고보니 낚시꾼에, 사기꾼에, 늑대였다고...
이 남자의 아기를 낳을 때도 나는 굉장한 고통을 치루었고
이 남자와 성을 나눌 때도 나는 토막처럼 굴어야 했다.
이 남자가 쥐꼬리만한 월급을 가져와 내게 생색을 부리고
횡포를 부릴 때에도 나는 죽어 지내야 했다.
이 남자와 비슷한 아기를 낳아 기를 때도 나는 아기를 위해
내 많은 시간과 힘을 바치었다.
나는 어디에 있는가?
이 세상에 과연 좋은 남자란 게 있는가?
결혼이라는 게 남자가 득을 보기 위해 하는 것일까?
영악한 여자와 순진한 남자라면 물론
남자의 고통이 더 크겟지...
불행히도 우리 커플은
영악한 남자와 순진한 여자의 결합이었다.
그래서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았다.
하긴 영악하니까
나를 붙잡았겠지만...
여자를 낚을 줄 아는 남자중에는
잘생기고 착한 남자보다는
별로인 남자들이 더 많다는 것...
이젠 정말
영악한 이 남자가 정말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