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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도 같은 여자


BY 오~이런! 2001-07-23

오래된 부부의 밤일이 뜸해지는 현상을 빗대어
"부부가 오래 살면 근친처럼 가까와져 그렇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습니다. 있어도 있다는 것을 모르고
가장 중요해도 서로에게 익숙해져 없는 것처럼
느껴져서 그런 것일 겁니다.

우리들의 어머니(시어머니 포함)를 가만이
생각해 봅니다. 일찌감치 시집와서 빈손으로 남편이
쟁기 들면 소처럼 앞에서 끌기도 했던 분들, 힘들게
살아 온 당신들의 인생을 자식에겐 물려주지 않으시려
했던 분들이죠.

그런 당신의 어머니들이 시어머니가 되어 지나온
가치관과 현실의 괴리감(세대차이라 하죠)으로 인해
마치 원수지간처럼 골치나 썩이고 "차라리 없으면
좋겠다"는 말이 서슴없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웃 집 아주머니의 구수한 모습만 보고 배우자의
어머니는 "왜 저러지 못하시지!"하며 야박하다면서
못난 인간에 사랑도 정도 없는 늙은 여자로 취급받는
게 한편 서럽게 느껴집니다.

결혼하기 전 "부모님 모시고 사는 거 괜찮다"가 신혼엔
"형편이 그러니 모시기 힘들다"로 변하고 몇 년 살다보면
"차라리 안 계시면 마음이나 편하다"로 바뀌어 가는
현실이 아들 입장에선 마음이 참 편치않습니다.

자식들에게 모든 것을 쏟아부은 탓에 보상심리가 많아
며느리를 그리 괴롭히실까요? 젊은 며느리와 늙은 시애미가
싸워 늙은 시애미가 이겼다는 얘기 별로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누구의 어머니이던 '모정'이라는 게 있어
자식에게 져 주는 것이지요.

그래도 신혼 초엔 남편이라는 작자가 부모에 대한 죄스러움과
정이 남아 마눌과 싫은 소리해가면서도 부모님을 서운하게
하지 않으려고 애를 씁니다. 처음인 신혼인지라 그러다보면
정작 한 이불 속에서 잠자는 부부간에는 틈이 벌어지지요.

여기에는 한국적 특수상황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은
예전처럼 당연히 자식이 부모를 모시는 상활은 아니지만,
서구처럼 그저 분가했음 남남이다는 식도 아니라고 봅니다.
어머니 세대는 그저 시집살이를 인내로만 버텨왔고 이런
어머니를 보고자란 아들은 그저 주름만 늘고 기운 떨어진
엄마가 불쌍해 보이는 거지요.

부디 어머니를 같은 여자의 입장에서 몰상식한 사람으로만
보진 말아주세요. 생각차이 있는 노인에다 경제력 없고
키워놓은 자식이 서운해 서러운 사람, 그 정도로 보시고
조금만 사랑해주시면 안 될까요?

어떤 사람의 됨됨이를 보는 건 단지 "나에게 잘해주는 사람"
만이 판단기준은 아닐 것입니다. 부부가 되는 건 직접적으론
남편의 아내(반대로 아내의 남편)가 되는 것이지만, 옛말엔
가문대 가문이 만나는 일이라 했습니다. 배우자의 가족과
피붙이가 남이 될수 없는 것이지요. 내 아내가 나를 낳아준
어머니에게 서운하게 할 때 과연 아름답고 아이를 제대로
보살필 아내로 보일까요?

시기나 미움으로 끊어질 부모자식간도 아닐진데, 내 늙으면
서러울 것만 남을텐데, 내가 외면한 시어머니의 아들인
내 남편 늙어가며 과연 내게 많은 관심을 가져줄거라 생각
하는 것도 그렇고, 내 자식의 여자에게 설움 당한다 생각하면
무자식이 상팔자란 생각도 드는 게 현실이고.......

그저 못난 아들 둔 울 어머니들이 늙어서 왜그리 설움당하시나
해서 몇 자 올립니다. 읽으시면서 "저 넘 지애미 편든다"고
욕하시지는 말기 바랍니다. 만약, "어머니와 아내가 물에 빠져
살려달라."한다면 아무도 살리지 못하는 아들이 태반일 겁니다.
누가 오래 살 사람이고 이런 가치가 아닌 반드시 내게 필요한
두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