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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또 내가 먼저...


BY 쓸쓸이 2001-07-25

결혼 10년 동안 싸우면 늘 제가 먼저 말을 했습니다.
전 하루를 못 넘기거든요.하지만 이번엔 좀 다릅니다.저희 부부 벌써 말 안한지가 13일을 넘기고 있습니다.
일의 시작은 제가 부부모임에서 먹은 삼겹살이 체한것이 원인이죠.
정말 많이 아팠어요.고기 먹고 체해서 죽었다는 말 실감했습니다.
하지만 신랑 아는척도 안해요. 겨우 일어나서 아침차려주니까 말한마디 않고 밥 다먹고 나가더라구요.화가나고 섭섭해서 한마디 했죠.그랬더니"체했다며 먹긴 뭘 먹어 굶어"단호하게 그말 한마디 하길래 화가나서 좀 다투었죠.그다음부터 말 한마디도 안 해요.모임이 있어도 말도 안 하고 혼자가고 집에와도 혼자 방에 들어가서 자고 이젠 제가 민망해서 딸아이 방에 가서 잡니다.
그렇게 열흘을 혼자 아팠습니다.힘이 없어서 병원에 못간다는 말 알겠더라구요.겨우 애들이나 챙겨주고. 초등학생 아들이 사다주는 약만 먹으며.좀 나았나 싶으면 또 아프고 이제 조금 속이 편해진거예요.오히려 이웃에서 아침 저녁으로 전화해서 걱정해 주고 애들 데려다 밥 먹여 주고.신랑 보다 남이 훨씬 낫대요.
그전 같으면 벌써 제가 먼저 말을 했을테지만 왠지 섭섭한 마음이 너무 강해서인지 그냥 그렇게 지내고 있어요. 신랑은 저보다 더 강하게 나와요.웃기죠(?) 다른일도 아니고 마누라가 아파서 생긴 일인데...
그냥 그렇게 지내는것도 편하긴 한데 영 애들 보기가 미안해서. 지들도 편이 갈려서 왔다 갔다 해요.눈치 보는거죠.
이번에도 별수 없이 제가 져야 하는 건가요?
제 꼴이 참으로 웃기고 처량하기 그지 없네요.